“이익을 얻으려면 집중할 전략이 있어야 한다”
쿠팡이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때 지금처럼 잘 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소셜 3사‘로 불리며 그나마 후발 주자로 막대한 광고비를 집행하며 TV 광고한 시절도 있었죠. 하지만 이후 쿠팡이 걸어온 길은 우리가 이제 알듯 무모할 정도로 기존 비즈니스 문법을 파괴하며 성장했죠.
쿠팡은 ‘아마존‘이라는 분명한 모델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모방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구조부터 기업 문화의 디테일까지 아마존이 되고 싶어 합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에 대응하는 서비스가 아직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고객이 기존에 체험하지 못한 Wow 경험을 만드는 미션에는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작년 실적을 보면 분명 엄청난 적자였지만 재작년 대비 적자 폭이 줄어들었고 이마저도 ‘계획된 적자‘라는 연속된 레퍼토리 위에서 시장에 좋은 시그널을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업체 수수료 현황을 보면 쿠팡의 여전한 고민이 엿보입니다. 지난 몇 년간 내부적으로 리테일 이익을 더 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언론에 알려진 것은 업계에서 비교적 높은 수수료와 프로모션 비용 등을 제조사에 부담시킨 것이죠. 든든한 투자도 있었지만 투자 이상으로 자산 혹은 비용 처리되는 지출을 다 감당할 수는 없으니 그 Wow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치러야 할 부담으로 가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정부나 언론에서는 마냥 이런 상황이 흘러가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눈치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리테일러들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사실 아마존도 규모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커머스가 한동안 미래가 보이지 않는 영역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성공했지만요.
신발 편집숍은 어떨까요? ‘ABC마트‘, ‘풋락커‘, ‘폴더‘ 같은 신발 편집숍이 많은 PB(Private Brand)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집에서 요리할 때 손질된 재료를 배달 받아서 요리하는 비용이 원재료 상태로 구매하는 것보다 비싼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신발 브랜드도 나이키, 아디다스 등 남이 다 만든 신발을 갖고 와서 파는 것은 이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죠. 일부는 손해를 보면서 집객과 구색을 위해 팔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체 제조 브랜드인 PB를 만들고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것이죠.
대부분의 신발 편집숍은 결국 마이클 포터가 주장한 전략, 차별화와 가격 중 하나를 선택하는 쪽으로 강요받고 있고 그렇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프리미엄 편집숍에서만 살 수 있는 차별화된 제조사 컬래버레이션 상품이 차별화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한다면 판매 관리비가 적게 드는 PB 상품은 저원가 구조를 만들면서 가격 경쟁력을 올리는 방안이죠. 극단을 선택함으로써 각각 제공하는 극대화된 이익을 만들 수 있습니다. 비싼 시내 한복판에서 매장 임대료를 주면서 버티려면 온라인 매출 비중이 늘어나야 하는 것만큼 차별화와 PB 상품의 매출 비중 증가도 늘 챙겨야 하는 KPI가 되죠.
패션 테크 기업인 ‘무신사‘의 재무제표를 봐도 이런 고민의 흔적은 드러납니다. 한때 다양한 브랜드를 직관적인 고객 정보를 제공하면서 커 온 무신사는 이제 PB를 광고하고 있습니다. 실제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무신사 스탠다드‘는 높은 이익률로 무신사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2019년을 기점으로 상품 매출액이 수수료 매출액을 넘어선 것은 일종의 ‘사건‘이었죠.
쿠팡의 모델인 아마존은 어떻습니까? 몇 년 전 자료를 보면 아마존은 자체 130여 개, 아마존만을 위한 공급사의 브랜드를 포함하면 이미 400개가 넘는 PB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중 절반 정도가 의류와 관련된 것입니다. 아마존은 세상의 모든 것을 팔지만 싸게 파는 것으로 인지 되고 있습니다. 실제 아마존에서 항상 인기 있는 상품들은 건전지 등 생필품입니다. 아마존 자체 라벨로 아주 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익을 위해 자연스레 할 수 있는 방법이죠. 광고 계좌에 높은 가격을 매겨 매출을 올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결국 변동비 구조를 어떻게 잡느냐는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있으니까요.
비교적 최근 나이키가 아마존에서 철수하겠다는 기사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쿠팡도 일부 소비재 대기업들과 공급 조건 등으로 마찰이 있었죠. 적은 마진 속에서 조금 더 늘려나가는 커머스 지배자와 차별화된 상품 자체가 경쟁력인 공급자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특히 패션은 자동차처럼 비싸지는 않지만 더 비싸고 처음 보는 디자인일수록 체험이 수반되어야 하는 특이한 상품 카테고리입니다.
아마존을 열심히 검색해도 입맛 까다로운 패션 고객은 많이 살 게 없습니다. 쿠팡도 아직 그런 상황이죠. 상품이라는 공급자의 유일한 무기는 마지막까지 저항선으로 남거나, 아마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대형 커머스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패션 커머스는 다른 영역과 달리 다양한 커머스 서비스가 나오고 성장하는 등 생필품과는 분명한 경험 차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쿠팡의 성장은 패션과 전혀 관련이 없을까요? 아마존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저렴한 아마존 PB 의류입니다. 국내 불매 운동의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유니클로와 비슷한 수준의 디자인으로 많이 팔릴 기본 디자인을 싸게 내놓은 그런 옷들이죠. 알려진 의류 브랜드를 직구로 싸게 사려고 아마존에 들어온 사람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 저렴하고 생필품 같은 옷에 손길이 갑니다. 마치 오프라인 시대에 타깃(Target) 등 대형 오프라인 리테일러들이 싸게 내놓았던 옷을 아마존 버전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쿠팡도 이익을 높이기 위해 자본 유치 노력과 별도로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할 겁니다. 그럼 어떤 PB들이 나올까요? 이미 식품 등에서는 쿠팡 PB들의 비중 증가가 소비자로서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옷은 어떨까요? 아마존을 모델로 삼고 있는 쿠팡이 더 높은 비중으로 내놓을 옷은 어디와 경쟁 상대일까요?
안타깝게도 국내 패션 기업들은 해외 SPA 3사가 국내에 진입하던 10년도 전부터 차별성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가격만이 답이라고 생각한 경영자가 많았죠. 사실 유통점에 가서 옷을 보면 브랜드 알아맞히기를 해도 오답이 속출할 진열대를 마주합니다. 습관성으로 거기서 산 사람이 거기서 사는 것 이상의 모멘텀을 만들어 내기 어렵죠. 디자인과 메시지에 차별을 기한 브랜드들은 패션 테크 기업의 새로운 플랫폼 위에 올라갔습니다.
유사하게 흉내는 내지만 메시지로서의 브랜딩을 구축하지 못한 패션 브랜드는 이제 이마트 DAIZ 등과 한 묶음으로 묶여 온라인 PB와 다시 경쟁하고 있고, 높은 수준의 강도를 겪게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대형 마트에 PB 의류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이마트 DAIZ 브랜드의 연 매출이 국내 어지간한 SPA 의류 브랜드보다 높으니까요. 하지만 이를 제조하여 납품하는 계열사인 신세계 인터내셔날의 의류 제조 부분 매출이 어떤지를 본다면 여기도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겠죠.
차별화와 가격 경쟁력을 만드는 원가 구조는 앞으로 어떤 디바이스로 커머스의 판도가 넘어가도 반복될 인간 선택 본연의 성질과 닿아 있습니다. 마이클 포터는 그것을 정리해서 전략으로 만들었죠. 오프라인에서 모바일로, 또 더 빠른 주기로 겪게 될 변화에서 결국 이익을 내기 위해 어디와 어디가 향후 충돌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어떻게 변하는지 역사를 보면서 미래를 안다는 상식 앞에서 전략과 기획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