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올해의 마지막 칼럼은 임팩트 투자를 받고자 하는 창업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가이드를 중심으로 써보았습니다. 

제한된 지면으로 인해 칼럼에서는 미쳐 다루지 못한 내용까지 해서 좀 거칠지만 상세하게 써보았습니다. 

 


 

임팩트 투자사에 대한 특별한 기대에 부응하고 싶지만 솔직히 초기 단계의 팀이나 창업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임팩트 투자사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지는 않다. 단연코 창업자와 그 동료들이 가장 중요하고 다음으로는 문제의 크기나 시장의 규모, 혁신성과 문제 해결 역량 같은 것들이 뒤를 잇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팩트 투자사는 ‘임팩트’에 대한 지향이나 가능성이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소풍은 자체적으로 임팩트를 I-M-P-ACT 로 해석하여 평가한다. 

 

  • I는 의도성(Intention)이다. 어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의도성이나 지향성이 있는지를 우선 확인한다. 
  • M은 측정 가능한지 여부다(Measurable). 스타트업의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mance Index)에 더해 임팩트 KPI를 따로 요청한다. 
  • P는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창출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Potential)의 크기를 본다. 
  • Act는 최종적으로는 창업팀이 실행가능한(Actionable) 역량이나 계획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유무 못지않게 큰 사회적 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그간의 경험을 떠올려 보았을 때, 이 모든 기준을 총족시키는 팀을 만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초기 단계의 팀들의 경우, 대부분어느 한 부분이 빠져있다. 따라서 임팩트 액셀러레이터로서 소풍은 초기 단계의 창업자와 팀이  I-M-P-ACT 중 공백을 채우거나 한 단계 더 명확한 자기 언어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그 과정은 일방적이라기보다는 창업자와의 토론을 통해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창업자들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사회적가치나 의미를 새로 깨닫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임팩트투자사도 완벽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다음의 세 가지는 기대한다. 

 

임팩트 투자사 공략하기

 

창업가들에게 추천하는 것은 임팩트 투자사를 ‘자금(Money)’,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규모(Scale)’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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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임팩트 자금(Impact Money) – 임팩트 투자사의 성격과 투자철학을 파악하기

 

회사 전체의 철학과 회사에서 운영하는 개별 투자 펀드의 철학은 다를 수 있다. 최근 벤처-투자를 기본으로 하지만 임팩트 투자 조합(이하 펀드)를 운용하는 곳들도 적잖게 생겨나고 있다. 따라서 해당 회사는 물론이고, 자금원과 자금의 목적/성격을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투자금의 규모 등 투자 라운드를 구분하는 것은 기본이라 생략한다.)

정부나 기관들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바탕으로 펀드를 결성하여 투자를 하는 곳인지, 아니면 자기 자본을 갖고 투자를 하는 곳인지, 회수에 더 방점을 두는 곳인지, 아니면 grant 성격의 자금을 제공하는지에 따라 투자 대상이나 기간이 다르다. 

예를 들어 C-program은 놀이-교육 등에 영리/비영리를 막론하고 grant 성격의 자금을 제공한다. 국내의 성공한 IT창업가 1세대들의 기부로 운용되며 자기 자본을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 기간이 길고 재무적으로 회수가 되지 않아도 사회적 가치가 크다면 투자를 하곤 한다.

소풍의 경우에도 2019년까지는 고유계정, 즉 자기 자본만 갖고 투자를 했기 때문에 긴 기간을 인내하거나 투자의 조건/기준을 설정함에 있어 더 자율성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2020년에 들어 투자조합을 통해서 투자를 하는 것으로 운영 방식이 바뀌면서는 회수에 대한 관점이나 임팩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점을 더 강조해서 보게 되었다. 이러한 내용들을 알고 접근하는 것과 아닌 것은 다르다. 

기존에 어떤 곳들에 투자-지원을 했는지를 살펴보는 것 역시 필수다. 선언과 행동은 다르기 때문이다. 통상 투자사들은 홈페이지나 미디어 킷, 혹은 외부 강연 자료 등을 통해 기존의 투자 레퍼런스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런 자료들을 통해서 환경이나 장애, 먹거리 등의 사회문제와 기술, 플랫폼, 제조 등 솔루션의 유형으로 구분해보는 것이 좋다. 서로 경쟁사가 될 수 있는 곳에는 가급적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다.  

 

 

둘째, 임팩트 커뮤니케이션(Impact Communication) – 임팩트 창출과 소통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

 

임팩트 투자사에게는 자신들의 투자로 인해 얼마나 큰 사회적 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해당 비즈니스가 어떤 임팩트를 창출할 것인지, 회적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고, 평가하고 유지해 나갈 것인지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임팩트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 투자로 인해 임팩트가 창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늘 감안하게 된다. 성공보다 실패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창출된 임팩트가 적다고 해도 어떤 임팩트를 창출하려 했는지, 적절한 것인지, 어떻게 측정/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없는 것은 다른 문제다.  

소풍에서도 투자 심의를 하는 과정에서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것이 Impact KPI다. Impact KPI는 창출하려고 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지표를 마련하고 추적하려는 의지를 드러내는 효과적인 장치다. 어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성과 의지를 투자자에게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물론 피투자사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사업적 성과를 측정/평가하기 위해 ‘매출-비용 등 사업 운영과 연관된 매출지표’와 ‘매출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서비스/제품의 가치를 나타내어줄 사용성지표’와 같은 KPI다. 하지만 이 KPI들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는 Impact KPI로 확인된다. 

지금은 큰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마감 할인 플랫폼 ‘라스트오더’를 처음 만났을 때가 그랬다. 파급력이 있는 서비스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사회적 가치에 대한 지표를 별도로 갖고 있지 않았다. 명확하게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곳인지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미팅을 몇 차례 거듭하며 라스트오더팀은 ‘합리적 소비’가 아닌 ‘가치소비’를 지향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자체 플랫폼으로 인해 줄어드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나 소상공인들의 소득 증대와 같은 지표를 설정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고민이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해당 사회적 가치를 고객, 사회 등에 어떻게 제시하고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까지 있으면 금상첨화다. 예를 들면 임팩트 리포트의 발간이나 혹은 홈페이지나 자체 SNS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에 대한 선언과 공유 등을 하는 것이다. 다만, 투자 라운드별로 기대치가 다르긴 하다. 통상 Seed 라운드에서는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생존, 지속가능성 자체가 담보되어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내부적인 선언과 명시성은 중요하다. 

최근 최소한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해결하려는 사회문제에 대한 정의와 사회적 가치 측정/평가를 위한 지표의 제시 (주로 SDG 준용)
  • 기업 정관 “2조. [목적]” 부분에 사회적 가치 추구 명시
  • 임팩트 리포트의 발간 혹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의지

 

여기서 임팩트 리포트 작성에 대한 부분은 소풍에서 만든 임팩트 리포트 포맷과 임팩트스퀘어에서 만든 소셜벤처 자가공시 서비스 ‘임팩톨로지‘ 를 참고해볼 만하다. 현재 비즈니스가 (극)초기-seed단계라면 의미있는 숫자를 갖고있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소풍의 임팩트 리포트 포맷을 활용하는 것을, Series A 정도의 단계라면 임팩톨로지를 사용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임팩트의 규모(Impact Scale) – 임팩트가 크게 창출될 것이라는 신뢰주기

 

 

 

자본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며, 증식을 추구한다’

 

임팩트투자도 자본의 속성을 갖고 있다. 임팩트투자사들은 ‘큰 임팩트’를 바란다. 임팩트 투자사들은 화수분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세금’이라는 안정된 자금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정부와는 태생이 다르다. 제한된 자본을 가지고 하다 보니 기회비용을 고려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큰 임팩트’냐는 것이다. 투자사마다의 기준이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사회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거나, 최소한 사회문제가 제대로 알려져서 사회적 관심과 자원의 투입을 유도하는 것들이 큰 임팩트로 해석된다. 투자와 창업이라는 수단을 통해 사회문제를 더 빠르고 더 많이 해결해야 한다.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자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 특히 상대가 임팩트 투자사라면, (소셜)임팩트가 크게 창출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해결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면 임팩트 투자자로서는 씁쓸함을 삼킬 수밖에 없다. 

믿음을 주는 것은 제 각각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귀결은 똑같다. 우리 회사가 존재하고 성장함에 따라 어떤 사회문제가, 얼마나 해결될 것이라는 가설과 그 가설이 현실로 바뀌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임팩트 투자는 영리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아직은 임팩트를 고려하는 자금의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모는 더 중요하다. 규모 있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내면 재무적 성과도 뒤따라 오기 마련이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상황이 바뀌어가겠지만, 당장은 재무적으로도 회수가 될 것이라는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어렵다면, 최소한 스스로 지속 가능한 운영구조를 만들 낼 수 있다는 신뢰는 주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일반 투자나 기업 운영에 있어서도 ESG 등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임팩트와 창업이 만나면, 창업이 한 단계 더 성숙하고 심지어 더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는 걸 많은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깨달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자면, 임팩트 투자사의 기준이 일반적 투자의 기준으로 확산되고 있달까? 

지금의 흐름대로라면 언젠가는 ‘소셜벤처 섹터’를 굳이 구분 짓지 않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년엔 올해보다 더 많은 혁신 창업가들이 임팩트의 렌즈를 통해 사업과 투자를 바라보면 좋겠다. 소풍을 비롯한 많은 임팩트투자사들은 혁신 창업가들의 연락을 기다린다.

 

 

한상엽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