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언니들의 스타트업 이야기 (1)
“약 20년 동안 네이버에서 일하다가 퇴사하고
안식년을 가지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창업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안식년이 안 쉰 년(?)이 되어버렸네요! 하하!”
대한민국 최대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 ‘스여일삶 –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은 보다 많은 멤버 분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밀레니얼 여성 창업가 인터뷰’,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 이야기 – 스여일담’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어,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며 제2, 제3의 인생을 꾸려가고 있는 4050 여성 분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X세대 언니들의 스타트업 이야기 – 창업을 하면 기분이 조크든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IT 1세대로 네이버에서 일을 하다 퇴사 후 공동창업을 하게 된 ‘진지한 컴퍼니’의 박진이, 김지연 대표님입니다.
Part 1. “안녕하세요, 의미 기획자 박진이, 재미 기획자 김지연입니다!”
Q. 안녕하세요, 진이님 지연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진이(이하 ‘진’): 저는 ‘의미 기획자’ 박진이입니다. 1997년에 IT 창업을 했는데, 2004년에 네이버에 매각되었고, 그 후 네이버에서 쭉 기획자로 일하다 작년에 퇴사하고 지금은 진지한 컴퍼니에서 비사이드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김지연(이하 ‘지’) : 저는 ‘재미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김지연입니다. 1999년 라이코스코리아에서 처음 IT 일을 시작했고, 2002년에 네이버에 입사했습니다. 현재 진지한 컴퍼니에서 진이 님과 함께 비사이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의미 기획자’, ‘재미 기획자’라는 명칭이 재밌습니다. 이렇게 스스로의 일을 정의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지] 의미 기획자, 재미 기획자라는 말은 저희가 퇴사를 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나오게 되었어요. 저희가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만나게 될 새로운 상황에서 ‘어떤 걸 기준으로 결정하면 좋을까?’ 생각해본 거죠.
진이 님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저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고 재미있는 것만 하고 싶어요. 그래서 저희는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이것이 의미 있는지’ 그리고 ‘재미있는지’를 중요한 가치로 두고 결정하기로 했죠.
Q. ‘진지한 컴퍼니’라는 회사 명도 특이한데요, 두 분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회사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지] 제가 이름 짓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어렸을 때 꿈이 가수랑 카피라이터였어요. 못 이루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름 정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진이 님하고 새로운 일을 하기로 하면서 박진이의 진, 김지연의 지를 따서, 진지한 컴퍼니라고 이름 짓게 되었습니다. (웃음)
[진] 진지한 컴퍼니는 ‘꿈꾸는 사람들이 결심하고 일어서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는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로 ‘비사이드(B-Side)’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비사이드는 IT 종사자들이 회사에서는 할 수 없는, 회사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에요. 이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업무 역량과 함께 협동심을 키우고,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죠.
Q. 두 분은 진지한 컴퍼니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진] 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정직원은 저희 두 명이예요. 이제 막 채용을 시작한 단계라, 하루에 수십 가지 일들을 동시에 해야만 해요.
하루 일과를 뭔가 체계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고, 큰 일부터 작은 것까지 나눠서 하고 있는데요, 서비스적으로는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내년에는 또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지 계획하기도 하고,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는 것이 있고요.
최근에 출시한 ‘기획자 교육 프로그램’인 플랜엑스(Plan X)를 직접 운영하면서, 강의도 같이 듣고, 이용자 반응을 보고 어떤 개선 포인트가 있을지, 다음번엔 어떤 걸 다르게 시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비사이드가 현업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미팅이나 프로그램들이 주로 퇴근 이후 늦은 저녁이나, 주말에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주로 늦게 출근해서 늦게까지 일하다 퇴근합니다.
[지] 진이 님 이야기만 들으면 일이 정말 많아 보이는데 진이 님은 원래 일을 정말 열심히 하는 분이에요. 그에 반해 저는 ‘아~~ 나 이거 하고 싶고~~ 저거 하고 싶고~~’ 공상하는 시간이 많고요, 그 와중에 진이 님이 무슨 일을 시키면 그 일을 하는 편입니다. (웃음)
Part 2. IT 1세대 왕언니들, 사이드 프로젝트 프로그램 ‘비사이드’를 만들다.
Q. ‘사이드 프로젝트 플랫폼’이 시장에 존재하는데요, 두 분이 이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진] ‘사이드 프로젝트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라고 처음부터 계획하고 퇴사한 건 아니었어요. 어떤 아이템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IT 직군에서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많이 한다는 것과, 저희도 네이버에 있을 때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던 경험이 있다는 게 떠올랐어요.
저희는 기획자들이다 보니, 막상 다 기획을 했는데 개발자가 없어서 결과물은 못 만들고 그냥 끝난 경우가 많았어요. 그렇다고 그 경험이 의미가 없었느냐? 그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같이 할 사람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상 비사이드를 시작해보니, 사이드 프로젝트가 잘 안 되는 이유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프로젝트 관리가 안돼서 흐지부지 되는 게 더 많더라구요. 그러면 사이드 프로젝트를 위한 팀 빌딩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해주면 어떨까? 그럼 사람들이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고, ‘자기 계발과 네트워킹’에도 충분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리고 ‘비사이드’라는 이름을 들으면 사이드 프로젝트 플랫폼이라 그렇게 이름을 지었겠거니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은 진이 님과 저, 둘 다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LP판을 보면, A사이드에는 잘 될 것 같은, 흔히 말하는, 회사에서 생각하는 뜰 것 같은, 돈이 될 것 같은 노래들을 넣고, B사이드에는 회사와는 다른, 가수가 하고 싶은 노래, 본인의 색깔이 묻어있는 노래를 수록해요. 거기서 착안했어요.
비사이드를 통해서 직장에 다니는 분들이 회사와는 다른, 자기만의 대표 작품을 B 사이드에 수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보시면 되어요.
Q. 비사이드 프로젝트 후기에서 “나의 공백을 채워주는 동료들이 있는 게 힘이 되었다”라는 글을 보았는데요. 이것이 결국 비사이드의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지] 네, 맞아요. 비사이드에서는 ‘협업’과, ‘직접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거든요.
네이버에서 일할 때를 돌아보면, 기획자 혼자 잘한다고 일이 되는 게 아니고, 슈퍼 개발자가 있다고 해서 다 해결되지도 않더라구요. 각각의 역할을 잘하는 여러 사람들이, 자기 몫을 해내고, 그 과정에서 서로 으르렁 대거나 잘난척하지 않고, 우리가 만들어가는 서비스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계속 협업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비사이드에서 이런 ‘협업’과 ‘직접 하는 것’을 강조하는 거예요. 서로 다른 역할과 역량을 가진 멤버들이 함께 모여 일하다 보면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나의 역량도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하거든요.
[진] 저 경험 후기는 아마도 팀워크가 좋았던 팀 멤버의 후기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팀워크가 잘 안 만들어지는 팀은 같은 상황에 대해서 “실력이 부족한 사람, 참여를 제대로 안 하는 사람이 있어서 나만 힘들다”는 의견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대하는 본인의 자세, 협업하려는 마음가짐, 이런 것에 따라서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도 다 다른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팀빌딩이 잘 되지 않아서 아쉬웠다는 후기들을 보셨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진] 프로젝트 관리를 더 체계적으로 하려고 해요. ‘프로젝트 키트’라는 것이 있어서, 단계별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가이드하고요, 템플릿도 드리고 있어요. 이건 계속해서 정교화하는 작업을 할 예정이에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도 이 가이드와 템플릿에 따라 좀 더 프로젝트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면, 경험이나 실력 차이에서 오는 허들이 조금 낮아지지 않을까 해요.
다른 하나는, 비슷한 상황에 놓여도 팀워크, 팀 분위기에 영향을 받거든요. 팀 분위기가 좋으면, 약간 부족한 사람을 도와주면서도 아 내가 저 사람 도와줄 수 있고, 저 사람이 나에게 고마워해 주니까 뿌듯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반면에, 팀 분위기가 안 좋으면 내가 왜 지금 ‘회사도 아닌데’, 왜 내가 이걸 하고 있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이 팀 분위기라는 건 초반에 결정되기 때문에, 초반에 팀원들끼리 서로의 목표, 본인이 여기서 얻고 싶은 것, 본인의 실력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런 장치들을 계속 넣으려고 해요.
Q. 최근 코로나 19 때문에 프로젝트 기반의 모임을 팀 빌딩을 하는 것에서부터 운영하는 데에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진] 사실 비사이드 1기만 오프라인으로 진행했었고, 비사이드 2기 참가 신청을 받을 때 코로나 19가 점점 심해져서, 그 이후에는 온라인으로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이어도 ‘협업’이라는 가치를 지키려 노력했어요. 온라인으로 하는 협업은 무엇이 다르고, 또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야 했고, 줌으로 하는 회의와 오프라인 회의의 차이점도 파악해야 했죠. 지금은 멤버들에게 ‘온라인으로 회의하는 가이드’, ‘리모트로 협업을 잘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지] 코로나 19가 심해질 때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이런 상황이면 시간 끌지 말고 ‘온라인 중심의 프로젝트’라고 다시 안내하고 그래도 참여할 분들로만 팀을 만드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아일랜드, 뉴욕, LA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참여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온라인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어려운 점도 있지만 확장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은 해소가 안되지만 프로젝트 진행하는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2기 시작할 때, 코로나 곧 끝날 수도 있으니 좀 더 기다렸다가 시작하자고 결정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 보면 정말 아찔합니다.
Q. 비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들이나, 공유해주고 싶은 스토리가 있나요?
[진] 기수별로 설명드려 볼까요. 사실 저는 1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데요, 1기 때는 저희도 MVP로 처음으로 진행해본 거라서, ‘팀 빌딩만 잘해주면 이후에는 알아서 잘하시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알게 해 준 기수였어요.
1기는 체계가 안 잡혀 있는 상황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서 대부분 출시를 못 했는데, 딱 한 팀이 끝까지 프로덕트를 만들었어요. 만약 1기에서 아무도 출시를 못했으면, ‘이건 안 되나 보다,’ 하고 접었을 텐데, 그 팀이 출시도 하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해주셔서 거기서 가능성을 찾고, 개선 포인트도 잡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기 때는 처음 PM을 해 보시는 분이 있었어요. 처음엔 잘할 수 있을지 자신 없어하셨는데, 결과적으론 잘해주셨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후기로, ‘회사 다닐 때는 PM 님들을 욕했는데, 자기가 막상 PM이 되어보니, PM 님들을 리스펙 하게 되고, 얼마나 힘드셨을지 이해하게 됐다’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그 후기를 듣고 굉장히 기뻤습니다. 비사이드를 통해서 새로운 경험들을 해보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게 된다는, 저희가 지향하고자 했던 바를, 직접 비사이드 멤버를 통해서 듣게 된 것이라서요.
3기에서는 주니어 위주로 모인 팀이 있었어요. 이 분들이 잘하실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매우 열정적이었어요. 각자 스터디까지 해 가시면서, 열심히 하시는 거예요. 출시도 다른 팀보다도 빠르게 했고, 완성도도 꽤 높았고요. 지연님이 후기 들으면서 울었어요.
[지] 저희가 프로젝트 마지막에 팀별 회고 미팅을 하거든요.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조금 아쉬웠고, 이런 부분을 이야기하는 시간인데요. 그중에 한 분이 자기는 그동안 아쉬운 점은 하나도 없었고, 너무 좋은 것만 배워간다고, 좋은 이야기를 해주어서 울었어요. 그 말 자체가 감동이었거든요.
비사이드를 운영하다 보면, 14주 동안 굉장히 좋은 일들도 있고, 힘든 일들도 있고,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걸 다 마치고… 걱정을 했던 팀이 열심히 노력해서 너무 예쁜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그에 대해 회고하면서, ‘나는 안 좋은 점이 하나도 없었고, 좋은 점만 있었어’라고 이야기해 주어서, 크게 감동받았던 기억이 있네요.
[진] 마지막으로, 최근에 4기가 끝났는데, 3기부터는 100%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팀이 생겼어요.
특히 4기에 100%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팀은 ‘처음부터 우리는 온라인이야,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없어’라는 생각을 가지곤, ‘온라인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하고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이 분들 팀이 제일 분위기도 좋고, 프로젝트도 빠르게 진행이 되었어요. 온라인 100%가 큰 차이가 없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Q. 비사이드를 작년에 시작하셨는데, 벌써 5기를 모집한다고 하셔서 놀랐습니다. 1년 내내,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는 셈이네요.
[진] 그렇죠. 아무래도 기간이 14주니까, 오래 보잖아요. 하다 보면 좀 더 개선해야 할 점들을 많이 느끼게 돼요. 그리고 많은 기수를 진행해 봐야, 실제로 얻을 수 있는 러닝 포인트를 가지고 다음에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가급적이면 쉴 틈 없이 많이 진행해보려고 계속해서 MVP를 돌려보는 중이에요. 이번에는 이런 것을 한 번 테스트해 보고, 다음에는 이런 것을 새롭게 시도해보고, 하는 거죠.
Q. 연달아 5기까지 진행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진] 각 기수마다의 어려웠던 점들이, 결국은 저희에게 러닝 포인트가 됐던 것 같아요. 1기 때는 팀 빌딩도 팀 빌딩이지만, ‘프로젝트 관리를 좀 더 해줘야겠구나’, 하는 것을 얻었다면, 이번 멘토링팀 같은 경우에는, ‘주니어 개발자분들은 어떤 식으로 멘토링 하면 좋을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숙제를 얻게 되었어요.
Part 3. 팀장-팀원 사이에서 공동 창업자로, “창업하고 싶은 여성 분들이라면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는 코-파운더(Co-founder)와 공동 창업을 추천합니다!”
Q. 공동 창업을 할 때도 사실, 대표님들을 보면 성향이 맞아야 하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공동 창업을 하고자 하는 분들이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면 좋을까요?
[진] 성격적인 부분, 업무 하는 부분에 한해서는 똑같은 사람보다는 서로에게 보완이 되는 사람이어야 할 것 같구요, 기획자와 개발자, 이러면 좋겠지만, 같은 기획자라 하더라도, 서로의 강점이 달라야 보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외에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삶에 있어서의 큰 가치관, 일례로 돈을 바라보는 시각 같은 큼직큼직한 선들이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맞지 않으면 자기 자신이 흔들리게 되거든요. 자잘한 결정들보다는 어떤 큰 결정을 할 때 서로 맞지 않으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Q. 그렇다면 두 분은 어떤 강점들이 있어서, 서로 보완도 되고 공동 창업자로서 시너지를 발휘하실 수 있는 건가요?
[진] 지연님은 되게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뭔가 새로운 것을 하기를 좋아하고, 되게 자신감이 넘쳐요. 저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이걸 할까 말까, ‘잘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스타일인데, 지연님은 ‘나는 잘하고, 이건 잘 될 거야’, 라는 강력한 믿음이 뒷받침되는 분이라서, 옆에서 되게 의지가 돼요.
지연님 옆에 있다 보면 저도 생각하지 못했던 즐거움이 있고,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돼요. 그런 게 참 좋고요,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지연님의 강점은, ‘도전적이고, 추진력이 있으며, 아이디어가 많다’는 점입니다.
[지] 진이 님은 굉장히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에요. 저는 일할 때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어요. 일 할 때 칭찬, 돌려 말하기, 본론 외에 미사여구 넣기.. 이런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저한테 상처 받았던 사람이 많은데, 진이 님은 다 보듬어주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분과 같이 일하다 보니 ‘일도 중요하지만 사람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함께 일하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가지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걸 깨달았달까요? 그래서 지금은 손만 대면 미사여구가 폭포수처럼 튀어나옵니다. (웃음)
앞서 진이 님이 저한테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좋다는 장점을 말해주셨는데, 저는 또 금방 질리는 단점도 있어요. 재미없으면 ‘아, 난 몰라’, 하는데 그런 걸 진이 님이 다 놓치지 않고 잘 챙겨 주시거든요. 이제는 제가 뭘 하고 싶을 때, 진이 님한테 먼저 여쭤보고 허락을 받아요. 진이 님이 허락을 안 해준 일을 벌이면 꼭 사고 치게 되더라구요. (웃음)
그리고 진이 님은 되게 꼼꼼한 디테일이 있는 분인데, 그 디테일이 되게 이용자를 향해 있어요. 어떤 기능이 이용자한테 불편한지 아닌지가 굉장히 중요한 분이에요. 그런 점도 좋죠.
그런 반면에, 어떤 때는 또 되게 단호해요. 우리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이 속도로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되는 부분이 있을 때, 진이 님이 ‘응. 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면 그냥 할 수 있는 거예요. 요약하자면 진이 님은 ‘섬세하고, 디테일이 강하며, 단호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Q. 그런 두 분이 만나 ‘무엇을 만들까’가 중요할텐데, 두 분 다 네이버에서 기획 일을 굉장히 오래 하셨잖아요. 창업을 생각했을 때 좋은 기획 아이디어들이 많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진] 아니에요, 아이디어가 많지는 않았어요.
[지] 저희는 사실 창업하려고 퇴사한 건 아니었고요. 회사를 20년 이상 다녔는데, 이다음 20년은 어떤 새로운 일에 도전할지,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보자 하고 우선 퇴사했습니다.
퇴사 후 1년은 원래 안식년으로 보내기로 했었습니다. 우리도 좀 누리고, 쉬자고요. 그래서 2020년부터 뭔가 시작하려고 했는데, 비사이드를 시작하면서 안식년이 아니라 안 쉰 년이 되어 버렸습니다. (일동 빅웃음)
시간이 많다 보니까 이런저런 교육 프로그램, 창업 프로그램들이 있길래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 했어요. 저희가 네이버에서 주로 기획했던 어학사전은 돈 벌 필요가 없는 서비스였어요. 그러다 보니 비즈니스적인 시각이 부족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창업 프로그램, 비즈니스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았어요.
그러다 ‘언더독스’ 에서 진행하는, ‘사회적 경제 창업 입문 과정’을 들으러 갔어요. 처음 신청할 때는 아이템 없어도 된다고, 그냥 와도 된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거든요. 그런데 가자마자 ‘대표님들, 아이템이 있어야 돼요’ 하면서 저희를 힘들게 하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아이템 정리를 하기 시작했고, 그다음에 KT&G에서 하는 상상스타트업 캠프에 참여했어요. 근데 거기에서는 당장 MVP를 시작하라는 거예요.
IT가 연말에 엄청 바쁘거든요? 그래서 ‘비사이드 참가신청받아도 IT 업계 바빠서, 사람들 관심 안 가질 거예요’ 했는데도, 그래도 한 번 던져 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구글 폼 만들고,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는데, 하루 만에 100명이 신청하더라고요.
그게 10월-11월이었고, 비사이드 1기가 시작된 게 12월이거든요. 그때는 정말 울면서 했어요. 이렇게 일이 커지리라곤 상상 못 했어요, 저희는.
Q. 그럼 개발자 없이 창업을 하신 건가요?
[진] 네 맞아요. 아임웹을 활용한 렌딩 페이지 중심의 사이트로 시작했고 내년에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에요.
[지] IT 백그라운드가 아닌 예비창업자분들께서 꼭 사이트를 처음부터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봐요. 초기 창업아이템이 그대로 서비스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아이템이 동일하더라도 피봇을 하면서 서비스가 많이 바뀌기 때문에 초기에 돈을 들여서 디자인과 개발을 한다고 해도 그게 몇 달 못 갈 거예요.
요즘엔 워낙 노코드 프로그램도 많고 간단하게는 노션을 이용할 수도 있죠. 기술이 들어가는 서비스가 아니면 초기에 사이트를 개발하고 앱을 출시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Q. ‘여성 창업가’가 되신 두 대표님들께 여성들의 리더십에 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진] 다른 업계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IT 업계에는 일 잘하는 여성들이 많은 편 같아요. 20~30대까지는 여성들이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굉장히 탁월하게 해냅니다.
그런데 그렇게 일하다 40대가 되면, 회사는 좀 더 커다란 역할을 기대하게 되는데요,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가거나, 큰 조직을 운영하거나 하는 일들을 맡는 것에 여성들이 좀 더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어요.
특히 회사에 시간을 쏟기도 어렵고,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우리 애를 이렇게 방치하면서 무슨 영광을 누리겠다고…’ 하는 마음을 가지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본인의 꿈을 낮추고, 포기하게 되는… 그런 상황들이 생기더라고요.
아마 IT 업계가 아닌 곳에서도 이런 일이 많겠죠? 어쨌거나, 여성들이 좀 더 큰 꿈을 꾸고 더 많이 도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와서 커뮤니티 활동도 하게 되었구요. 저희는 IT 1세대이기 때문에, 저희를 보고 ‘저 언니들 보니 저 나이에도 저렇게 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는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 40대 여성 중에 굉장히 능력이 좋은데 집에서 쉬면서 뭔갈 하고 싶지만 혼자 하는 건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여성들의 특성이 주위에서 뭔가를 필요로 할 때 “내가 그 부분은 도와줄게!” 하는 건 참 잘하잖아요. 그런 특성을 살리면 여성 서너 명만 모여도 충분히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실행으로 이루어지려면 첫 번째로 여성들이 가져야 할 건 ‘용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성격상, 마음의 용기를 내기 어려운 분들도 있을 거잖아요. 그런 분들께 ‘싱크대 열면 있는 용기(그릇) 하나 가지고 오셔라. 거창한 마음의 용기 없어도 빈 용기 하나 갖고 와서 편안하게 얘기하면서 용기를 함께 채워보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Part 4. 기획자들이 창업한 회사, 그들이 ‘기획’하고 있는 미래는?
Q. ‘기획자’라는 직무가 생소한 사람들도 많죠. 두 분은 기획자로서 IT 관련 트렌드와 뉴스를 접할 때 어떤 곳을 참고하시나요?
[지] 진이 님도 저도 기획자인데 우리는 굉장히 달라요. 성격뿐 아니라 서비스를 만들어 갈 때 어떤 방식으로 일을 시작하는지, 일하는 스타일도 많이 달라요.
모든 기획자들은 각자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어떤 분들은 트렌드를 파악하고 기사를 읽고 이런 정보들을 통해서 기획을 잘하게 되는 분들이 있고, 저처럼 “어? 이거 하고 싶은데!” 하면서 기획을 시작하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내가 어떤 스타일의 기획자인가. 내가 어떤 방식으로 일할 때 가장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가 이걸 스스로 아는 게 더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Q. 그렇다면 ‘기획을 잘 한 서비스’란 어떤 걸까요?
[진] 사실 기획이라는 게 눈에 보이는 부분이 20프로라면 뒷단에 들어가는 부분이 80프로라고 생각해요. 사용자 입장에서는 ‘기획자가 잘 기획했네.’라고 느끼기에 어려워요.
지금은 A 서비스가 엄청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사용자 규모가 늘어나고 다양한 케이스가 발생했을 때 A 서비스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 사용자가 어떤 식으로 느끼느냐에 따라 달라질 테니까요. 저희도 기획을 하는 입장에서 처음 서비스를 출시하고 한 동안은 좋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거든요. 그 뒷단이 어떤 식으로 엉켜있는지 그건 진짜 모르는 일이에요.
기획자에 대해 덧붙이자면, 서비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 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진짜 기획자 같아요.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이 기능은 왜 필요해요?”라고 반문했을 때 “이용자의 몇 퍼센트가 이런 불편함이 있어서 이런 식으로 해결해보려고 기획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죠.
[지] 같은 맥락의 이야기지만, 기획자는 그 서비스의 주인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엔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라고 부르기도 하죠. 개발자나 디자이너는 서비스를 만들어주고 빠질 수 있어요.
하지만 기획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그 서비스의 부모인 것처럼 시작과 끝을 챙겨야 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훌륭한 기획을 하겠다.라는 것보다는 만든 서비스를 잘 운영해 나가는 것이 기획자의 중요한 역량 같아요.
Q.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최근에는 워라밸에서 나아가 ‘워라블 (Work-life blending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이를 통한 가치 실현을 꿈꾸는 Z세대를 중심으로 생겨난 신조어) 시대’라고 합니다. 자기의 성장이 중요한 시대인만큼 진지한 컴퍼니의 프로젝트들이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진지한 컴퍼니에서 함께 할 인재들을 채용 중에 있으시다고 들었어요.
[진] 아직은 완전 초기 스타트업이라 앞으로 저희가 추구하는 인재상의 모습도 변해갈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시점에서는 두리뭉실할 수 있지만, 우리 미션과 해결하는 방식에 공감하는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꿈꾸는 사람들이 결심하고 일어서는데 도움이 되는 일”에 공감하고 많은 직장인들의 고민인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뭐지? 나는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성장해야 하지?”에 대한 솔루션을 찾는 일에 의미와 재미를 느끼실 수 있는 분들이었으면 합니다.
참고로 저희가 기본적으로 자율 출퇴근제와 재택근무를 권장하기 때문에 리모트 환경에서도 자율과 책임을 스스로 잘 관리할 수 있는 분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모두 채용 중이며 관심 있으신 분들은 진지한 컴퍼니 ( http://bit.ly/진지한컴퍼니_채용공고 )로 문의 주시면 됩니다.
[지] 스여일삶을 통해서 도전하고 성장하길 원하는 좋은 분들을 많이 모시고 싶습니다!!
Q. 젊은 인재들은 경력이 부족할 수 있는데 초기 멤버로 괜찮으신가요?
[지] 누구나 부족한 점은 있으니까요. 나이 든 사람은 경험은 많지만 체력이 부족하고 젊은 사람은 경험은 부족하지만 새로운 것에 빠르기 때문에 충분히 서로가 서로를 보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네이버에서 신입 교육을 담당하기도 했는데 일 할 때는 안 웃긴 캐릭터다 보니… 주니어 분들이 저를 좀 어려워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은 진이 님이 계시니까요. 둘 중에 편한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습니다. (웃음)
Q. 마지막으로 창업 또는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는 여성들에게, 2021년에는 작은 한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진] 도전을 못하는 이유가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때문이잖아요. 사실 제가 창업을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잘 될지 안 될지 모르겠으나, 설사 안 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인생 전체를 보면 좋은 경험으로 남는 것 같아요.
특히 여성분들은 좀 더 용기를 가지고 도전을 하셨으면 합니다. 저희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지 않고 안주하면 결국엔 뒤처진다.”라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도전해야 그나마 제자리에 있을 수라도 있는 셈이죠. 그러니 계속 도전을 합시다!
[지] 저는 뭔가를 망설이는 사람이 아니라서 사실 그런 분들의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망설이게 된다면 망설이고 싶기 때문 아닐까요? 망설이고 싶거나,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도전을 안 하고 싶은 걸 수도 있고요. 그 이유를 먼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진지한 컴퍼니는 꿈꾸는 사람이 결심하고 일어서는데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미션입니다. 망설이는 분들에게 늘 열려 있으니 비사이드와 플랜 엑스에 참여해보세요. 제가 뭐든 하게 해드릴게요!
인터뷰: 스여일삶 김윤진, 이서령 에디터 / 사진: 진지한 컴퍼니 제공
해당 콘텐츠는 스여일삶과 파트너십으로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