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되는 기술 격차와 업스킬링・리스킬링의 대두
‘기술의 발달과 일자리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긍정적인 의견과 부정적인 의견으로 엇갈리지만, 두 시나리오 모두 기술 격차(Skills Gap)라는 골칫거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기술 격차란 조직에 필요한 기술(Skill)과 구성원들의 역량(Capabilities)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뜻합니다. 이러한 불일치는 오늘날 더욱 심화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은 급변하는데, 학교 교육과 직업훈련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 세계 성인 4명 중 1명 이상이 이러한 스킬갭 문제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Gartner)의 2018년 보고에 따르면 노동자의 70%는 현재 자신의 업무에 필요한 기술을 숙달하지 못했다고 여겼습니다. 세계 최대의 HR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인적자원관리협회(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의 설문 조사에 참여한 인사 담당자 중 75%는 스킬갭 문제가 채용에 걸림돌이 된다고 답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스킬갭으로 인해 일자리 660만 개가 남아돌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이 스킬갭의 간극을 더욱 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업스킬링(Upskilling)과 리스킬링(Reskilling) 입니다. 업스킬링이란 똑같은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거나 더 복잡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술을 숙련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현재의 기술 수준을 향상함으로써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이에 견주어 리스킬링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직무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을 거친 근로자는 기존의 기술과 아주 다른 영역의 역량을 습득함으로써 완전히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필요성을 인지하는 것이 곧 문제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와 산업계에서는 다양화・고도화 하는 기술을 다루기 위해 전문 지식과 기술력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는데, 교육은 여전히 이런 필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기존 학문체계의 교육은 융합적・복합적 능력을 키우는 데 한계를 드러냅니다. 개인의 지식과 기술 수준이 사회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면서 많은 구직자들이 취업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기업에서도 원하는 인재를 구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따라서 시장의 수요에 부합하는 인재를 빠르게 양성할 수 있는 교육이 매우 절실하고 중요한 시점입니다.
WEF의 수장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도 인재 부족, 대량 실업, 점점 심각해지는 불평등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업스킬링과 리스킬링을 통해 기존 인력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그동안 기업들은 고도로 숙련된 고성과자들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데 치중해왔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은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부채가 아닌 자산으로 인식해야 하며, 업스킬링과 리스킬링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비즈니스를 성장하게 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꾸준한 업스킬링과 리스킬링이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노동시장은 직업훈련에 여전히 소극적입니다. 2018년 WEF의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직무훈련의 질은 140개국 중 32위, 직무훈련의 범주는 36위, 디지털 인구수는 29위, 숙련 노동력을 찾는 용이성은 27위, 졸업생들의 기술 수준은 43위에 그쳤습니다. ‘직무훈련의 질’만 비교해봐도 미국(2위), 네덜란드(3위), 독일(8위), 일본(12위), 싱가포르(8위), 홍콩(13위) 보다 크게 뒤처집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업스킬링과 리스킬링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공적인 업스킬링・리스킬링을 위한 전략
그렇다면 업스킬링・리스킬링은 어떻게 추진해야 할까요? 비즈니스 지형이 매 순간 달라지고 근로자들에게 요구하는 역량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오늘날, 업스킬링・리스킬링을 위한 왕도를 찾는 것은 무의미해 보입니다. 그러나 세부 사항은 달라질 수 있어도 성공적인 업스킬링・리스킬링을 위한 전략은 존재합니다. 글로벌 컨설팅 펌 PwC(PricewaterhouseCoopers)가 제시하는 다섯 가지 추진 전략도 그중 하나입니다.
첫째, 현재의 위치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인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곳에 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말 그 방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필요한 기능이 아니라 미래에 필요한 역량과 기술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사에 꼭 필요하고 최적화한 업스킬링・리스킬링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둘째, 필요한 역량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에 필요한 기술을 이해했다면, 조직 구성원들이 ‘숙달해야 할 기술과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원들 스스로 자신의 역량이 어느 수준인지를 진단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학습경로를 제시하고, 모니터링과 코칭도 제공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직원들과 관리자들이 업스킬링・리스킬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수 있습니다.
셋째, 새로운 에너지를 주입해야 합니다. 기술과 배경이 다양한 조직 구성원들은 조직의 구성은 물론 업무를 수행하는 방법까지 혁신할 수 있습니다. 일을 대하는 관점, 그 일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양해지면 관습을 혁파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신선한 사고방식이 결합하면 조직은 변화를 가속화하고 혁신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직 구성원들은 업스킬링과 리스킬링의 가치를 온전히 경험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습니다.
넷째, 새로운 경험과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기술과 사고방식이 서로 다른 다양한 이들끼리 교류하게끔 장려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립된 사고나 관행을 타파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직 구성원들은 자기가 습득한 기술과 역량을 활용함으로써 조직이 맞닥뜨리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직은 이들을 위해 근무 환경을 현대화하고, 조직이 중요시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풍부하게 제공해야 합니다.
다섯째,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자도 ‘이들’에 해당하지만, 조직 밖의 학회라든가 정부, 정책 입안자, 교육기관을 두루 아우릅니다. 특히 교육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업스킬링・리스킬링에 최적화한 교육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학습기회를 창출해야 합니다. 미래를 위한, 그리고 성공적인 업스킬링・리스킬링을 추진하려면 이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Reference]
– 이상준, 《밀레니얼은 어떻게 배우고 일하며 성장하는가》, 다른상상, 2020. – 홍정민, 이현욱, 이상준, 김지언, 《어떻게 기술이 최고의 인재를 만드는가》, 행복한북클럽, 2019. – “Accelerating Workforce Reskilling for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An Agenda for Leaders to Shape the Future of Education, Gender and Work”, World Economic Forum, 2017. – “Critical Capabilities for Digital Commerce”, Gartner, 2019. – “President Donald J. Trump’s Executive Order on Workforce Development”, White House, 2018. 7. 19. – “Skill shift Automation and the future of the workforce”, McKinsey Global Institute, 2018. – “The Global Skills Shortage”, SHRM, 2019. – “The Future of Jobs Report”, World Economic Forum, 2018. – “The Global Competitiveness Report 2018”, World Economic Forum, 2018. – “Your workforce needs reskilling”, PwC, 2018. 1. – Deloitte Insights, “From careers to experiences”, Global Human Capital Trends, 2018. – Horrigan, John. “Lifelong Learning and Technology”, Pew Research Center, 2016. – Illanes, Pablo et al. “Retraining and reskilling workers in the age of automation”, McKinsey Global Institute, 2018. – McGowan, Müge Adalet. and Andrews, Dan. “Skill Mismatch and Public Policy in OECD Countries”, OECD, 2015. |
이상준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