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라!
요즘 커머스 업계의 가장 핫한 트렌드는 전략적 제휴와 합병이 아닌가 싶습니다. 네이버와 CJ의 전략적 제휴 소식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번 주에도 굵직굵직한 합병과 제휴 소식이 여럿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역시 가장 파급력 있던 것은, 지난 11월 10일 발표된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 소식이었습니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과 온라인몰 GS Shop을 운영하는 GS홈쇼핑의 합병은 각각 오프라인과 온라인-모바일 영역에서 강점을 지닌 플랫폼의 만남으로 이목을 끌고 있는데요. 둘이 합치면 연간 취급 거래액만 15조 원. 2025년 이를 25조 원까지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 합니다.
또한 뒤이어 13일에는 11번가와 아마존이 협력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갑자기 들려왔습니다. 아마존이 11번가에 3,000억 원을 투자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아마존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 진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뜬소문은 사실 오래전부터 돌았었는데요. 결국 직접 진출보다는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우회 진출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11번가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이 OTT 서비스 웨이브나 앱을 유통하는 원스토어 등을 보유한 만큼 다방면에서의 협력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모이는 걸까?
이러한 합병 또는 전략적 제휴는 이미 수년 전부터 서서히 진행되어 왔고, 올해 특히 가속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신세계와 이마트가 함께 만든 SSG나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 등이 비교적 일찍 이뤄진 사례였고요.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물론, 올해 들어 롯데의 통합 플랫폼 롯데온이 출범하는 등 통합 플랫폼이나 플랫폼 간 제휴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들은 이렇게 편 가르기에 집중하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커머스 시장 내 옥석 가르기가 시작되어 쭉정이들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에서는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가 공고해지고 있고요. 오프라인에서는 코로나 쇼크로 촉발된 시장 재편이 진행 중입니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덩치를 불리는 수밖에 없고요. 덩치를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손을 잡아 공동전선을 펼치거나 아예 합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통합 혹은 제휴 작업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매장 입지로 인해서 상위 업체 쏠림 현상이 덜한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은 트래픽 집중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외형 규모에 더욱 집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모인다고 살아날까?
지난 9일 이렇게 변화한 경쟁 구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 하나가 일어났습니다. 이마트의 PB 화장품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한 것입니다. 이마트는 가장 거대한 오프라인 유통 업체로 갑 중 갑의 위치에 있던 곳인데요. 온라인 중심의 거센 변화의 물결 속에서 네이버 입점이라는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네이버가 지난 9월에 만든 장보기 서비스에는 무려 홈플러스와 GS프레시, 하나로마트가 참여했습니다. 막강한 바잉파워를 자랑하던 대형 플랫폼들이 일개 입점 업체로 전락한 순간이었습니다. 누구보다 플랫폼의 파워를 아는 이들 업체는 이러한 몰락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롯데온의 실적을 보면 합병과 통합, 제휴를 한다 하더라도 위기 탈출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롯데는 대놓고 쿠팡을 저격하며 롯데온을 출범시켰지만, 여전히 성과는 부진하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몸집을 불리는 것과 경쟁력 상승은 정비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년부터 유의미한 성장을 이뤄낸 곳은 마켓컬리, 오늘의집, 당근마켓, 에이블리, 무신사 등과 같은 전문몰들인데요. 덩치 키우기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조금 더 차별화할 수 있는 뾰족한 강점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김요한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