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 ‘소셜 딜레마’리뷰
몇 달 전, 인스타그램의 개인 계정을 지웠다.
원래 나는 SNS를 즐겨했다.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도움이 됐다. 좋아요와 댓글은 서로에게 관심의 표현이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조금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SNS에 비춰진 나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잔상처럼 맺혀있었기 때문이다. ‘관심을 받기 위해 꾸며진 피드 속의 내가 진짜 나인가?’라는 의문이 들자, 결국 계정을 삭제했다.
SNS의 불편한 진실을 고발한 다큐
넷플릭스 다큐 ‘소셜 딜레마’를 보면, 왜 우리는 SNS에 중독되었고 반면에 불편함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 이 다큐는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 IT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로 시작된다. 특히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람은 트리스탄 해리스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양심이라 불리며, 구글에서 3년간 디자인 윤리학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이 다큐를 통해 말한다. ‘당신은 쉽게 설득당하는 존재’라고.
27억 개의 트루먼 쇼
영화 ‘트루먼 쇼’와 SNS를 빗대면 조금 소름이 돋는다. ‘트루먼 쇼’는 한 남자의 삶 자체가 TV쇼였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그의 친구와 아내도 연기자, 심지어 하늘과 바다까지 가짜인 곳에 살고 있던 남자 ‘트루먼’. 그는 왜 30년 동안 진실을 몰랐을까?
“왜 트루먼이 지금까지 그의 세계의 진실을 알아내지 못했나요?”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니까요.”- ‘트루먼 쇼’中
무언가를 검색하고, 그와 연관된 콘텐츠를 보고, 상품 추천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트루먼일 수 있다. 수많은 정보 중에 당신의 관심에 맞는 것들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게 가짜이든 가짜가 아니든지 말이다. 그게 너무 당연하고 편리해 이상함을 인지하지 못한 채 현실이 된다. 빠르게 익숙해지고 중독된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갖고 있는 기업과 데이터를 개인화하는 기술, 그리고 그 기술을 가공하는 누군가에 의해, SNS에 가입된 27억 명의 트루먼이 생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함
주의해보아야 할 것은 ‘당연함’이다. 왜 좋아요를 받고 싶고, 댓글이 많이 달렸으면 좋겠고, 습관처럼 SNS를 켜는 것일까? 이게 왜 당연하게 된 걸까? 트리스탄은 말한다. 그렇게 설계했으니까.
어떤 색깔을, 어떤 기능을 넣을지 등 모든 것은 설계되어있다. 우리의 모든 온라인 활동들을 감시하고, 추정하고, 측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말이다.
“If you’re not paying for the product,then you are the product.”(상품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있다면, 당신이 상품이다.)-‘소셜 딜레마’ 中
왜 이렇게까지 개인화를 하는 것일까? 답은 돈이다. 돈이 되니까.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통해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에 맞는 광고는 돈이 된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 사람들이 정보를 제공하고, 회사는 그 데이터로 개인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여 더 오래 서비스에 체류하게 하고, 광고주는 원하는 타겟이 체류하고 활동한 만큼 돈을 낸다. 즉 정교한 데이터의 가공은 곧 돈이 된다.
경계(境界)의 경계(警戒)
온라인은 경계(境界)가 없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접근 가능하고 제공할 수 있다.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었고 그에 따라 우리는 혜택을 누렸다. 하지만 동전도 양면이 있듯이, 긍정적인 것이 있다면 부정적인 것도 있을 수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SNS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계정을 삭제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온라인 서비스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경계(警戒)심을 갖자는 것이다.
나는 온라인을 통해 화훼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화훼시장의 불편함을 해결하자는 미션을 갖고, 고객이 더 편리하고 좋은 서비스로 발돋움하기 위해 고민한다. 기존에 없었 것이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끊임없이 예측해야 한다. 그렇기에 그 결과물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쪽으로만 편향되어 있진 않았는지, 다른 영향은 없을지, 더 좋은 방법은 어떤 것인지 말이다.
‘소셜 딜레마’를 보며 생각해보자.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은 단순히 돈을 위해서가 아님을, 또 인간을 위한 서비스와 기술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이윤임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