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지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커머스가이 입니다. 유통을 중심으로 물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는 무얼 알아서 이렇게 매주 글을 쓰고 있는 걸까요? 네. 사실 머 그리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아는 내용을 쓰거나 제가 근무해서 아는(고 회사에 한정+조금 더 유사 업체정도) 정도를 쓰지요. 그럼에도 봐주시는 건, 남들 다 아는 얘기라고 안 하는 분들이 더 많기 때문인 이유가 크겠죠. 아이디어는 다들 가지고 있지만 그걸 실제로 하는 사람이 적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저는 머 그 정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도 실제 업무를 하지 않은지가 2년 가까이 되어가는 만큼 요즘 돌아가는 현장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릅니다. 기존의 기억, 프로세스, 내가 했던, 논의했던 일을 기반으로 지금 현장에서 근무하는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여러 경로로 알게 된 내용(사실이 아닌 내용!)을 바탕으로 제 생각을 얹어서 씁니다. 그러다 보니 자주 옆으로 가고 급 마무리되지요.
자 그럼 어디가 현장인가?
그럼 현장에서 멀어져서 글을 쓰고 있는 저. 그럼 현장은 어디인가요? 여러분은 어디가 현장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미생(원작 만화, 그리고 드라마)에서 처음에 현장을 가지고 의견이 다른 두 사람이 나옵니다.
극중에서 한석율(변요한 분)이 현장 중심을 외치면서 말 그대로 생산 현장, 창고 등을 현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거기에 장그래(임시완 분)가 사무실도 현장이다 라고 맞서죠!
현장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현장 (現場) [현ː장] 발음듣기 중요도 별점 1개 다른 뜻(6건)
[명사] 1. 사물이 현재 있는 곳. 2. 일이 생긴 그 자리. 3. 일을 실제 진행하거나 작업하는 그곳.
네 현장은 사무실도 현장, 생산공장이나 물류센터, 매장도 현장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현장이라고 하면 사무실이 아닌 공장과 매장, 물류센터 등을 떠올립니다. 사무실은 현장이라고 하지 않고 보통 본사라고 표현을 하죠.
본사 놈들이 맨날 책상에 앉아 가지고 현장 돌아가는 것도 모르면서…
또 아무 생각없이 매뉴얼 만들어 가지고 점검한다고 난리치는구만!
지가 한번이라도 이거 해봤으면 이게 안된다는 거 알 텐데…
머 이런 드라마 대사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본사 VS 현장 구도를 보자면
현장에서 현장이 아니라고 하는 본사 놈들은 정말 아무 생각이 없어서 그렇게 하냐? 그건 아닙니다. 당연히 지켜야할 법규와 규정이 있고, 회사에서 생각하는 방향이 있으니까 하는 거죠. 다만, 아주 열심히 해도 각 현장(매장, 창고, 공장 등) 마다 상황이 달라서 일괄 적용하기에 어렵다는 부분이 있는 거죠. 예를 들자면 ‘출입 관리를 한 명이 전담해서 운영한다’ 이렇게 되어 있는데 어떤 ‘현장’은 출입문이 2개인 곳이 있을 수 있죠. 그럼 현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운영 지침에 따르자면 한 개 출입문은 폐쇄하고 하나로 출입을 통제해야 하죠. 문이 양쪽에 뻔히 있는데!!! 한쪽문만 써야 하는게 되는 거죠.
가까운 문을 두고 반대쪽 문만 이용해야 하는 상황. 근데 화장실은 가까운 문 쪽에 있어!!! 이이이 이이이 본사놈들 욕을 해야 합니까 그냥 둬야 합니까? 머 그런 거죠.
그럼 본사에서 매뉴얼 만들 때는 아무 생각없이 만드나? 그건 아닙니다. 너무 당연하지만. 소위 말하는 표준 매장(창고, 점포, 공장)을 기준으로 매뉴얼을 만듭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최소 50%에서 70% 이상은 여기에 해당이 되지요. 그걸 기준으로 크기가 벗어나거나(아주 크거나, 아주 작거나) 모양이 너무 다르거나 하다면 예외 규정을 따로 만듭니다. 그렇지만 실제 하나씩 각각의 현장을 방문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 있죠. 기준 인원을 생각해 보면 어떤 곳은 널널하게 어떤 곳은 빡빡해질 수 있습니다.
기성복을 살 때 내 몸은 그렇지 않지만 사이즈는 딱 95 100 105 110 이죠. 누군가는 96 누군가는 98 또 다른 누군가는 102 사이즈가 딱 맞겠지만 그 각각의 사이즈를 따로 만들진 않습니다. 대량생산을 통해서 비용절감을 해야죠. 진짜 몸에 꼭 맞는 옷을 원하면 맞춤을 하면 됩니다. 그럼 가격이 훌쩍 뜁니다. 회사 운영도 마찬가지죠. 100가지 사례를 다 따로 할 수 없으니 기준을 잡고 예외 조항을 만들고 그리고도 맞지 않는 부분은 현장의 판단에 맡기게 됩니다. 현장 책임자(담당자가) 잘 운영하면 괜찮고, 진짜 현장에 맞지도 않는 매뉴얼 대로만 할라고 하면 본사놈들 욕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위에 예로 든 출입구 2개 담당자 1명의 경우도 현장에서 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죠. 각 출입구로 얼마나 많이 다니는지, 어디가 더 많이 다니는지, 출퇴근 동선과 업무 시간내에 동선을 따져서 실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퇴근할 때는 A 출입구 쓰고, 업무시간에는 B 출입구 쓰고 등등, 아니면 2개를 꼭 운영해야 한다면 본사에 요청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2명으로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빡빡하게 운영하는 곳에서 일하는 누군가는 “화장실도 못 가게 통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근거는 확실하죠. 화장실로 가는 문을 잠그고 반대쪽 문을 통해 나가서 한참을 가야 하니까요. 쉬는 시간 10분이면 화장실 가는 데만 5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럼 당연히 “빡’치는 게 인지상정. 제가 한번씩 이용하는 사무 공간에는 정수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컵은 없어요. 화장실은 있지만 비누와 휴지가 없는 곳도 있죠. 분명히 정수기가 있고, 화장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용하기는 어렵죠. 내가 컵을 챙기고 휴지와 비누를 챙기면 됩니다. 항상 근무한다면. 그렇지만 나는 한번씩 이용하는 사람이니까 불편하죠. 에어컨은 있지만, 전기료를 평가 기준에 넣어 놓는다면 그 에어컨은 잘 돌아갈까요? 홍보팀에서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정수기도 따로따로 다 있고, 화장실도 깨끗하게 관리한다 게다가 어디에도 없는 에어컨까지 구비했다고.
현장 중심을 외치지만…
모두가 현장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현장은 대부분 생산공정, 물류공간 등을 말하죠. 본사를 이야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가면 현장=공장/센터/대리점/매장 인 경우가 더 많죠. 거기에 모두가 현장이 중요하고 현장을 중심으로 매뉴얼을 짜라고 하고 현장 경험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모든 현장을 다 이해하고 맞추기는 어렵습니다.
현실을 고려하는 쪽으로 한없이 가면 내부 규정이나 매뉴얼 자체가 부정당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일부 맞지 않는 곳이 있어도 매뉴얼을 강조하고 그에 따라 평가하고 운영하는 것이 전체 효율에는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만 현장 상황을 잘 파악해서 조율할 담당자는 그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그저 매뉴얼이 그러니까 나는 그대로 따를 뿐. 그 또한 실제 생산 공정이나 물류 프로세스에 들어가지는 않고 그저 관리자 역할이기에 한 발 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매뉴얼과 현장이 다른 경우 그에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현장 책임자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연히 그에 따른 책임은 연결되는 거죠.
현장을 강조하면서도 매뉴얼에 대한 책임만 지우고, 권한을 주지 않으면 그저 이론상, 책상에서만 잘 돌아가는 현장이 되어버립니다. 근무자들은 불만, 관리자는 기준대로 되어 있다고 이야기할 뿐이죠.
할인점 매장의 예를 들자면! 어떤 기업은 행사 제품을 매장 오픈시에 다 진열하는 것이 지침이었습니다. 그래서 매장 오픈 시점에 제대로 진열되어 있는지 점검하는 프로세스가 있었죠. 그 지침을 어기면 당연히 벌점, 평가에 직결됩니다. 무조건 10시에는 다 진열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매장오픈은 10시, 출근 시간은 9시. 매장에 새로운 행사 상품을 다 진열하는 데는 최소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럼 현장 근무자들은 어떻게 아침 10시까지 상품을 다 진열할까요?
행사 상품 교체하는 날 8시에 출근하는 A 매장이 있습니다. 10시까지 진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죠. 또 다른 매장 B에서는 전날 밤에 교체를 합니다. 밤 늦은 시간에 고객이 별로 없으니까 그때 퇴근전에 진열을 하고 퇴근합니다. A 매장 직원들은 매번 일찍 출근하니까 힘듭니다. B 매장 고객들은 밤에 쇼핑하는데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행사날 행사 제품이 없으면 안되니까.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요?
사실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현장에서도 그저 알아서 할 뿐이고, 본사에서도 지침대로 어쨌든 따라오니까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거죠. 그런데 특정 제품군에서는 초과 근무나, 고객 불편과 별개로 상품 선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오전 10시에 진열하기 위해서 열심히 작업해 둔 선어, 생선 제품이 오후 시간이 되면 맛이 가는 거죠. 고객들이 주로 쇼핑하는 저녁시간이 되면 이미 작업한지가 10시간 가까이 지나서 선도가 좋지 않아 집니다. 그래도 규정상 10시에 전체를 진열해야 하니 생선이 안 좋다 라는 말을 들어도 그냥 할 수밖에 없었죠.
그럼 그냥 뒀냐? 매출 DATA를 뜯어보니… 고객 방문 시간과 상품 진열 시점의 차이가 명확하고 오전에 구매하는 상품은 딱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운영 지침을 바꿨죠. 오픈 진열할 상품 품목을 축소 지정하고, 고객 피크 타임에 맞춰서 생산 일정표를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일찍 출근할 필요도 없어지고, 생선 선도도 좋아지고!!! 할인 판매도 줄어들게 되었죠. 그런데 그럼 이걸 현장 직원들은 모르고 있었나? 아닙니다. 알고 있었죠. 그렇지만 진열매뉴얼이 있으니 그 매뉴얼을 바꾼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겁니다. 물론 이의 제기를 했지만 본사에서 받아주지 않는 것도 있었죠(고객이 왔을 때 당연히 다 있어야 지!!! 의 논리는 생각 보다 강합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수치로 보여줘야 합니다. 또 다른 현장인 본사에서는 당연히 이의제기에 따른 현황 파악을 해줘야 합니다. 한번 만들면 영원히 이어지는 매뉴얼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상황 변화에 따라서 트렌드 변화에 맞춰서.
그래서 어쩌라고?
현장. 그리고 매뉴얼, 그리고 다른 조직들. 각각 이해가 다릅니다. 이해도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같은 회사지만 다르죠. 그래도 같은 회사 구성원입니다. 간혹 나만 생각하는 자도 있지만 대부분 공동체 의식이 있습니다. 그저 지하나 편할라고 이의 제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실제 현장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죠. 그리고 현장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 가이드 + 현장 판단이 적절합니다. 현장에서 이상하게 하면 어쩌나요? 그건 책임질 수 있는 자를 책임자로 보내야 하는 부분입니다. 처음부터 관리가 불가능 한 사람은 현장책임자로 지정한 것 자체가 문제지 운영 방식의 문제는 아닙니다.
매뉴얼은 중요합니다. 당연히. 그렇지만 한번 만들고 그냥 두면 썩습니다. 매뉴얼 때문에 사람이 썩어요. 생각이 썩어 버립니다. 그렇다고 전체 매뉴얼을 매번 바꾸기도 힘들죠. 현장 사례를 추가해서 판단 기준을 넣어주는 형태. 그리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해줄 누군가. 그리고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보다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좋은 생각 있으세요 라는 자세! 그 과정에서 물론 내가 있던 곳에서는 내가 하던 방식은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것도 서로 열린 자세로. 그저 좋은 이야기 대잔치 같지만!!!
다만, 경계해야 할 것 하나. 매뉴얼이니까 절대적으로 따라야 해. 내가 현장에서 일해봐서 잘 아는데 매뉴얼 무시해. 이것만 아니면 됩니다.
기억하세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매뉴얼은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언제나 같은 내용도 사람마다 다르게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다.
오늘도 현장에서 멀어진 후 현장 얘기하는 글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진짜유통연구소 박성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