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듀플렉스 시연
기술의 발전과 일자리 상실이라는 두려움
2018년 5월 8일, 구글은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지난 몇 년간 등장한 어떤 기술보다 놀라운 것이었고, 덕분에 청중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서비스의 이름은 ‘듀플렉스(Duplex)’. 구글의 최고경영자인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는 이 자리에서 머신러닝과 음성 챗봇, 그리고 듀플렉스 기술이 결합된 서비스를 시연하며 멀지 않은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인공지능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가 사람 대신 레스토랑에 예약 전화를 걸고, 상대방과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고, 참석자 수를 알리며, 추임새까지 넣으면서 예약 가능한 시간을 조율했지요.
그리고 7월에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Google Cloud Next) 행사에서는 인공지능 콜센터 서비스인 ‘콘택트 센터 AI(Contact Center AI)’를 발표했습니다. 이 솔루션은 간단한 고객의 질문에는 바로 답변하며, 질문 내용이 복잡하거나 사람의 대응이 필요한 경우에는 고객을 담당자에게 연결해줍니다. 구글은 이 솔루션이 빠른 응대와 반복적인 업무 때문에 콜센터 직원들이 지치지 않게끔 도울 수 있으며, 상담원의 일자리를 없애는 위협이 아니라 업무를 지원하는 협업 솔루션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술의 발달은 그 목적과는 무관하게 ‘본래 인간이 하던 일’을 빠르게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기술은 인류 사회의 진화를 이끄는 동시에 노동시장을 재편하고, 그에 따른 일자리 공포를 선사합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학자이자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교수로 《인간은 필요 없다》의 저자인 제리 카플란(Jerry Kaplan)은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현재 인류 직업의 90% 는 로봇이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보았습니다. 그는 근로자들이 이러한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할 것이며, 일자리를 빼앗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노동시장의 불안정과 소득 양극화가 초래될 거라고 강조했지요.
매킨지글로벌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에서도 2017년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자동화(Automation)로 인해 4억 명에서 8억 명에 이르는 근로자들이 실직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 노동력의 15~30%에 해당합니다. 맥킨지&컴퍼니는 46개국, 800개의 직업, 2,000개의 업무를 분석하여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피엔스》의 저자이자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 또한 그의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이러한 변화에 우려를 내비친 바 있습니다. 그는 머지않은 미래에 쓸모없는 계급(Useless Class)이 등장하리라고 전망했습니다. 인공지능 같은 첨단기술이 단순 노동을 대신하고, 적지 않은 일자리가 자동화하며, 수많은 근로자들이 고용시장에서 밀려난다는 것입니다. 그는 ‘엄연히 존재하지만 할 일이 없는’ 이 계급에게 어떤 삶의 의미를 제공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집니다.
이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기술의 발달과 일자리 문제’에 대한 우려와 비관적인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래 노동시장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이라든가 ‘인공지능과 로봇이 밀어낼 직업’ 같은 제목이 산업 보고서의 표지를 뒤덮고,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한 전망이 언론 지면을 잠식합니다. 급격한 기술적・사회적 변화가 인류를 풍요롭게 해 주리라는 장밋빛 전망의 이면에는 이러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에게 ‘일자리의 미래’는 정말 어두움과 좌절로만 점철되어 있을까요?
진부한 역량에 대한 저항과 배움을 향한 갈망
게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는 인공지능의 역사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인물입니다. 이 아제르바이잔 태생의 체스 챔피언이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Deep Blue)’와의 체스 대결에서 참패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그에게 ‘인공지능에게 패배한 최초의 인간’이라는 오명을 안겨주었으며,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야깃거리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2018년, 이 ‘인공지능에 패배한 최초의 인간’이 《월스트리트 저널》에 칼럼 하나를 기고했습니다. 이 글에서 그는 딥블루에 패한 것은 기계가 인간에게 승리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든 인간 창조자의 승리이며, 인간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망원경이 우리의 시야를 확장해주는 것처럼 기계는 인간의 지능을 증폭시킴으로써 통찰력을 더해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관점은 기술을 ‘인간을 대체하는 위협’이 아니라 ‘인간을 돕는 조력자’로 바라보며, 기술의 발달을 통해 인간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역량을 습득하고 일에 필요한 지식을 지속적으로 습득하는 과정, 즉 끊임없는 배움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진부하고 뻔한 역량에는 끊임없이 저항하고, 사회와 조직의 변화를 따라가거나 선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학습해야 합니다.
자동화의 물결이 일자리를 없애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은 2018년에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직장에서 사용하게 될 기계와 알고리즘으로 인해 향후 5년간 1억3,3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태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매킨지글로벌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 역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2030년까지 전 세계에 걸쳐 새로이 탄생할 일자리는 5억5,500만 개에서 8억9,000만 개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보았습니다.
이러한 예측대로라면 기술의 발달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앗아 가는 동시에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직업 전환이 필요한 전 세계 노동자들이 7,500만 명에서 3억7,500만 명 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 세계 노동자의 14%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그리고 이런 직업 전환을 위해서는 기계나 인공지능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스킬과 지식을 배우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코세라(Courcera)・에덱스(Edx)・유다시티(Udacity) 같은 온라인 공개 수업, 즉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나 B2C 성인교육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학습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접근하여 필요한 역량을 습득합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대학에서는 이들보다 빠르게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을 업데이트할 수 없습니다. 배움에 대한 이런 기민함(Agility)은 기술의 발달에 따라 요구하는 역량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노동시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역량을 갈고닦아야 한다는 갈급함이 ‘끊임없이 학습하는 인간’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Reference]
– 김건우,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 《LG경제연구원》, 2018. 5. – 유발 하라리, 《호모데우스》, 김명주 옮김, 김영사, 2017. – 이상준, 《밀레니얼은 어떻게 배우고 일하며 성장하는가》, 다른상상, 2020. – 제리 카플란, 《인간은 필요 없다 : 인공지능 시대의 부와 노동의 미래》, 신동숙 옮김, 한스 미디어, 2016. – “A future that works: Automation, Employment, and Productivity”, McKinsey Global Institute, 2017. – “Job lost, Job gained: Workforce transitions in a time of automation”, McKinsey Global Institute, 2017. – “The Future of Jobs: Employment, Skills and Workforce Strategy for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World Economic Forum, 2016. – Ashoka and McKinsey & Company, “Automation will create more jobs than it cuts. The skill gap is likely to be the real problem,” The skilling challenge, 2018. – Cho, Megan. “Eternally Learning—A New Perspective On The Future of Education and Work”, Medium, 2018. 9. 11. – Kasparov, Garry. “Intelligent Machines Will Teach Us—Not Replace Us”, The Wall Street Journal, 2018. 5. 17. |
이상준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