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살아 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사회/인구 구조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시작이라고 과거에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같은 콘텐츠를 고집하지 않기 위해서죠. 브랜딩을 지키기 위해 진부한 콘텐츠의 반복이 되지 않도록 외부의 변화를 바라보는 것은 현대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도 말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확산 반복을 멈추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저는 트렌드 예측 펀드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측할 수 있는 것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것
먼저 우리가 하나 합의하고 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지만 상당수는 예측하기 더 어렵다는 것이죠. 예측을 하고 싶은 것과 실제 예측할 수 있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많은 예측 모델이 적용되었던 주식 시장도 철학에 의한 대응 전략이 검증된 방법이었으며 일정한 확률로써 기술적 분석이 활용될 뿐입니다. 정말 모든 것을 맞출 수 있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만 알다시피 주가에는 영향을 주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이것을 모두 알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빅 쇼트’로 유명한 중요 위기 상황도 사실 작은 지표들을 남보다 먼저 아는 것으로 특정 상황에 베팅을 하는 것입니다. 완벽한 예측은 없으며 단지 더 높은 확률을 추종하는 것이죠.
트렌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학에서 인구 구조를 많이 말하는 이유는 비교적 예측이 용이하고 장기간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패턴과 이에 따른 결과도 사례가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다음 달의 트렌드는 알기 어렵습니다. 영향을 많이 미치는 매체에서 누군가가 파격을 보여주거나 코로나와 같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사람들의 삶을 전혀 알 수 없었던 방향으로 바꾸게 됩니다. 결국 예측보다는 빠르게 대응하는 게 더 높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응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대응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뒷받침이 필수입니다. 사람으로는 대응의 속도와 폭에 한계가 있습니다. 모든 변화를 다 추적할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스템을 통해 일단 대응이 이뤄지면 남보다 빠르게 가치를 만들기 위해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게 상품을 소싱하는 것일 수도 있고 주식을 매매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트렌드를 모니터링하는 데 있죠.
호주의 제과 업체는 트위터에 사람들이 새로운 맛이라고 즐기는 단어를 분석합니다. 시장 지배적인 이커머스 업체는 경쟁사의 상품 정보를 수집합니다. ZARA는 런웨이와 서계 주요 거리에서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것을 봅니다. 컨설팅 업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람들이 올리는 글까지 분석합니다. 대응을 빠르게 하기 위해 저마다 트렌드라고 믿는 것을 봅니다. 무엇을 보고 있는 시스템이 있느냐는 것은 많은 차이를 만듭니다.
트렌드 예측의 펀드
예측의 원리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머신러닝으로 하는 확률 예측은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변수들의 가중치를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Y = aX + bX’ + cX” +… 의 식으로 이뤄진 간단한 예측 주제에서 우리가 알고자 하는 Y는 여러 X, X’, X” 등으로 설명됩니다. 보통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이 가설을 통해 설명을 잘할 수 있는 변수들을 모아보고 그중에서 옥석을 가르는 것이죠. 이 과정을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도와줍니다. 쉽게 말해서 하나의 변수로는 Y를 높은 확률로 설명하기 어렵기에 몇 개의 변수들을 모아 각각 가중치를 두고 설명하는 것이죠. 딥러닝에서도 블랙박스 속에 있는 가중치가 이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측이 일상화된 곳은 어떨까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펀드는 일종의 트렌드 예측 모델입니다. 어떤 금융 상품으로 펀드를 만드느냐가 결국 Y 값인 이익을 설명하는 독립 변수들을 모아 둔 것이죠. 보다 더 중요하다고, 이익을 많이 낼 것이라고 판단하는 펀드 내 금융 상품일수록 더 많은 가중치를 부여받습니다. 머신러닝의 예측과 큰 관점에서는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n 잡러도 그렇죠. 언제 어디서 터질 줄 모르는 여러 가지 변수들을 만들어 놓고 무언가가 터지길 기대하는 것이죠. 하지만 한 두 개 중요한 일이 전체 이익을 대변한다는 점에서도 예측의 원리와 n 잡러의 상황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트렌드 예측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브랜드는 어느 채널을 봐야 하는가를 굳이 한 곳에 정해두지 않는 것부터 출발합니다. 물론 서핑 브랜드가 농구를 보라는 말은 아닙니다. 서핑과 관련된 여러 채널, 그리고 거기서부터 잉크처럼 퍼져나가는 다른 현상들은 무엇이 있는지 보는 것이죠. 마치 연관 검색어나 연관된 SNS 아티클을 보는 것처럼 말이죠.
내가 맞지 않다는 인정
트렌드 예측을 여러 채널을 두고 거기서 일정한 가중치를 조정해 가면서 반영하는 것은 몇 개 채널만 볼 수 있는 사람의 직관을 부정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관련된 콘텐츠로 내용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의 계정만 모아봐도 사람이 하루에 다 쫒아갈 수 없을 정도입니다. 사람의 역할을 채널에서 나오는 결과를 해석해서 비즈니스에 반영하는 것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맞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실험을 통한 가중치 수정에서도 나타납니다. 가중치를 준다는 것은 실행을 통해 정말 맞는 것이 무엇인지 그때 그때 결과를 보았고 결과를 통해 식을 다시 바로잡는 데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맞출 수 있는 만능 키는 없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그때 잘 맞추는 것이 한 번 있을 뿐이죠. 마치 펀드의 구성 상품을 조정하는 것처럼 몇 개 안 되는 채널을 종합해서 시도해 보고 고객의 변화를 맞추지 못했다고 했을 때 다른 채널을 넣고 비중을 조정하는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이것은 기존에 누구는 어느 채널만 보고, 누구는 어디가 맞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접근입니다.
새로운 상품, 빅쇼트의 시그널
새로운 상품을 찾는다는 것은 마치 빅쇼트의 미세한 시그널을 혼자 발굴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있는 것을 변형해서 그저 그런 상품을 내놓고 반복과 진부화로 몇 년을 버티다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대부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브랜드를 시대에 맞추어 다시 리바운딩시키는 일은 빅쇼트를 잡는 것과 같이 어려운 일입니다. 사회와 고객의 변화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서 트렌드 채널을 마치 각각의 금융 상품처럼 보고 펀드를 구성하듯 접근해 보는 것을 제안드립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