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백과사전에 나온대로 표현하자면

‘인간이 가진 지능(학습 능력과 추론, 지각, 자연어의 이해 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실현한 기술’을 의미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컴퓨터 공학과 IT 테크놀로지가 결합해 인간의 지능에 근접할 정도로 이루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머신러닝(기계학습, Machine Learning)과 딥러닝(심층학습, Deep Learning)을 통해 데이터 기반으로 학습 또는 스스로 학습을 하고 되풀이하면서 예측 가능한 현실을 구축하는 등 자신의 (학습) 능력을 꾸준하게 키워나간다. ‘기계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명제 자체는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1968년 작품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1982년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SF 영화만 봐도 과거의 인류가 상상했던 미래가 오늘날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닐까? 알파고가 인공지능의 어떤 기준점이 된다면 인공지능의 기술적 발전은 반환점 없이 계속 직진 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스크립트나 일정한 태그 따위를 넘어 텍스트나 이미지와 같은 데이터를 넣고 필요와 상황에 따라 결과물을 출력하는 인공지능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 포진하고 있고 각자의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 중이다.

토익 강사도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으로 구현되어 실존하고 있고 블루투스 스피커에도 인공지능이 필수인 시대가 되었으며 자동차에서도 인공지능이 운전자의 인포테인먼트 역할을 하고 있다. 더구나 소설을 쓰고 시를 써내려가는 인공지능도 존재한다. 중국에서는 인공지능이 수많은 시를 쓰기도 했고 이를 모아 책(시집)으로 묶어냈다는 언론 보도가 있기도 했다. 이는 무려(?) 3년 전의 일이다.

 

 

 

인공지능 저널리즘이 정통 저널리즘을 대체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의 승부 결과와 상황들을 인공지능이 기사화하기도 했다. 자세히 보면 경기 스코어라던지 유효슈팅, 코너킥, 반칙 상황 등을 다룬 기사다. 잘 생각해보면 각 선수마다 등번호가 있고 경기 시간에 따라 골이 기록되고 반칙이나 하프타임 또는 루즈타임(Injury Time) 등도 확인 가능하니 인공지능에게 매우 먹음직스러운 데이터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실시간으로 경기를 분석하는 데이터 값도 존재하고 있으니 더할 나위가 없다. 다만 헤드라인 자체가 밋밋할 뿐이다. 어차피 팩트만 다루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슨 문제일까? 인공지능이 소설과 같은 창작물을 쓰는 시대에 이미 데이터가 존재하는 스포츠 경기의 기사는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다. 인공지능이 학습만 잘 되어있다면 말이다.

자 그럼 데이터가 존재하는 것은 이뿐일까? 대기를 관측하고 예보하는 기상청의 날씨 정보는 어떨까? 여름에 바짝 다가선 요즘 일교차가 심해지는 편인데 아침 출근 시의 기온과 해가 떨어진 후의 온도 역시 충분한 데이터가 될 수 있다. 바람의 세기나 기온을 나타내는 숫자들, 태풍의 속도나 위치 정보 모두 하나의 기사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증시 역시 마찬가지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널려있는 종목들의 증감폭과 상한가 또는 하한가 모두 숫자로 된 데이터들이 아니던가. 아니나 다를까, 이미 수많은 언론사에서는 증시, 시황 정보를 로봇 기자라는 이름으로 기사를 양산하고 있는 중이다. 말 그대로 ‘로봇 저널리즘’의 실현이다(아래는 로봇기사, 로봇 저널리즘, 인공지능 저널리즘 등으로 표현합니다)

평일 오전 9시가 되면 주식 시장이 열린다. 하루 종일 빨간색과 파란색을 오가는 주식 종목들의 정보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주주들의 관심사다. 주식시장에서 터져 나오는 정보들은 대부분 가치 있는 데이터가 될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프로그램 즉 ‘로봇 기자’를 보유한 언론사라면 유사한 기사들을 쏟아내고 말 것이다. 로봇 저널리즘의 초기에는 매우 신기한 일이었으나 이젠 그 의미마저 퇴색할만큼 많은 양을 양산하고 있는 중이다. 무수히 발행되는 기사는 이제 ‘난립’의 수준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는 이렇게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속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로봇 저널리즘은 레거시 미디어의 올바른 저널리즘 구축을 위한 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위에서 언급한 스포츠 경기나 날씨, 주식 정보 등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기사로 사람(기자)을 대신할 수 있다면 취재 업무라던지 기사 작성 등 기사 제작에 관한 환경들이 바뀌게 될 것이다.

“정통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언론 본연의 자세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최고의 가치이며 존재 이유”

2020년 64회 신문의 날에서 신문협회장이 언급한 코멘트다. 인공지능으로 구현한 로봇 저널리즘이 기존의 정통 저널리즘을 대체할 순 없다. 인공지능이 현장에 투입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인터뷰에 대한 의도나 뉘앙스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겠다. 그러나 취재와 기사 제작에 관한 환경을 바꿀 순 있다. 지금도 그러하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저널리즘으로 인해 달라지는 미디어

저널리즘 자체가 테크놀로지를 만나 지속적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펜(pen)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젠 그 말도 무의미해졌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생겨났고 LTE와 5G 속도를 뿜어내는 네트워크가 생겨나면서 통신이 원활한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기사를 쓸 수 있게 되었다.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바로 속보를 날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던가? 좋게 말하면 인공지능으로 구현된 저널리즘은 뉴스가 만들어지는 그 순간부터 공유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식을 바꿔놓게 될 것이다.

해외 사례만 봐도 인공지능을 도입했거나 데이터를 추출하는 미디어는 차고 넘친다. 일부 사례만 살펴보자.

BBC 뉴스 랩(BBC News lab)은 ‘Juicer’라는 툴로 2012년부터 뉴스, 영상, 인터넷에 존재하는 데이터 등 방대한 양의 DB를 수집하고 추출한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Reuters)은 시맨틱 기술회사인 그래픽(Graphiq)과 파트너십을 맺고 뉴스,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데이터를 시각화해 서비스한다. 워싱턴 포스트(WP)와 야후 스포츠(Yahoo! Sports), AP 통신 모두 인공지능을 통한 기사 자동화 즉 본 글에서 언급한 인공지능 저널리즘을 실현하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라는 테크놀로지로 구축한 저널리즘의 형태는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리스크(Risk)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한데 저널리즘의 형태와 환경을 바꾸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기본적으로 해외에서는 인공지능 자체가 사람이 하는 업무의 일부를 대신하게 되면서 시간도 돈도 절약할 뿐 아니라 현장에서 취재를 한 내용을 신속하고 올바르게 제공할 수 있다는 ‘효율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재 시점의 인공지능 저널리즘은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정말 사람이 쓰는 것처럼 국민의 알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주고 있는 것일까? 포털에서는 현재의 인공지능 저널리즘은 (아직까지) 사람을 대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질도 떨어져 (오히려) 어뷰징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말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검색’ 기능이 존재하는데 인공지능 저널리즘이 검색 품질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고 덧붙였다.  

 

 

 

포털의 규제 vs 인공지능 저널리즘의 가치, 어느 쪽이신가요?

주식 정보는 물론이고 인공지능이 발행하는 콘텐츠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올바른 미디어 환경을 오히려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5월 6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4세 경영 포기’와 ‘무노조 경영 종식 선언’을 언급했다. (어쩌면) 삼성전자 주가에 변화가 있을만한 코멘트일 수도 있다. 주식 시장의 데이터를 수집해 기사를 제작하는 인공지능이라면 다음 날 삼성그룹 주식의 변동 상황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의 선언 다음 날인 7일 삼성 그룹주들이 바닥을 치거나 크게 상승하진 않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나 호텔신라 등 삼성그룹의 주요 기업들을 검색하면 그 결과 값에 무조건 2개 이상의 주식 관련 기사들이 포함된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주식 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업들의 이야기를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해 송고하게 되는 경우 사람이 쓰는 기사가 인공지능에 가려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인공지능이 발행하는 기사량이 사람이 쓰는 기사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억측에 가까운 예측을 해본다면 과연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저널리즘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까?

사실 네이버와 카카오(Daum) 등 포털 사이트를 통한 뉴스 소비는 여전하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기존의 포털 서비스를 떠나 SNS를 포함한 다른 플랫폼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사례가 급증하기도 했지만 네이버의 뉴스 소비는 하루 1억 뷰를 충분히 넘긴다. 한 달로 따지면 30억 뷰 이상이다. 그런데 열심히 발로 뛰어 취재한 기사가 인공지능에 의해 묻힌다면 어떨까? 더구나 인공지능을 도입하지 않은 일부 미디어들 진정한 취재 노력은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주식시장에서 발생되는 데이터로 로봇 저널리즘이 시작되었다면 지금은 날씨나 스포츠 경기로 경계가 허물어졌고 데이터가 존재하는 정치권의 선거라던지 사건, 사고에 해당하는 스트레이트성 기사 작성도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가정하면 점차 그 수위를 넘게 될 수도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학계나 언론계, 이용자 단체, 전문가 등 외부 위원을 선정해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는 심사 및 제재 기구를 2015년부터 운영 중에 있다. 언론사의 로봇 저널리즘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과 함께 언론사가 쏟아내는 이른바 ‘자동생성 기사(AI 기사)’를 따로 분류하겠다고 했다. 검색 품질 저하라는 이유로 로봇이 만들어낸 기사는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로봇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있는 언론사들은 반발한다. 로봇이 쓴 기사라 하더라도 사람이 한 차례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른 바 ‘데스킹’이라고 해서 오타는 없는지 표현은 맞는지 읽어보고 수정하는 작업을 거쳐 송고하게 된다. 과거에 비하면 인공지능 저널리즘은 분명히 진화하고 있다. 사람이 썼는지 로봇이 썼는지 알 수 없을 정도가 되었으니까. 어쨌든 인공지능 저널리즘은 분명 글로벌한 트렌드이기도 하고 미디어에 융합되어야 할 테크놀로지다.  

인공지능 저널리즘이 글로벌 트렌드이긴 하지만 국내 환경 특히 포털에서는 ‘어뷰징’에 가깝다고 말하는 포털, 인간과 협업하며 인공지능 저널리즘의 가치와 정통 저널리즘의 실현을 이야기 하는 언론사.

여러분들은 어느 쪽이신가요?

 


 

※ 팩트를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포털과 언론사 사이에서 최대한 중립적으로 쓰고자 했으며 사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위 내용은 아래 링크를 일부 참고했습니다.

– <Artificial Intelligence> : britannica.com/technology/artificial-intelligence

– <First AI-authored collection of poems published in China>(2017.5.31>, en.people.cn/

– <Artificial intelligence won’t kill journalism or save it, but the sooner newsrooms buy in, the better>(2019.11.18), niemanlab.org

– <이재용 삼성 ‘4세 경영’ 포기…82년 ‘무노조 경영’ 종식 선언도>(2020.5.6), khan.co.kr

– <Automated Journalism – AI Applications at New York Times, Reuters, and Other Media Giants>(2019.11.17), emerj.com

– <뉴스제휴평가위원회>, terms.naver.com(네이버 시사상식사전)

 

 


 

 

해당 콘텐츠는 Pen잡은 루이스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