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투자자는 의미에 투자하지 않는다
스코어는 11대 0. 지고 있는 가운데 7회 말 공격상황에서 어렵사리 1사 만루의 상황을 만들었다. 지금 타석에 들어서는 것은 바로 당신.
홈런을 노릴 것인가? 아니면 출루를 노릴 것인가?
인생의 멘토이자 사업의 멘토와의 술자리에서 받은 질문이 머리 속을 계속 맴돈다. 사실, 나는 야구 팬은 아니다. 하지만 야덕을 자처하는 나의 멘토는 평소 야구를 모티브 삼아 우리가 하는 일과 사업에 대해 질문을 던지곤 한다. 이미 지고 있는 경기, 7회말이라면 아직 3번의 기회가 더 있으니 뒤집을 수 있을까? 아니면 포기해야 하나? 안정적으로 한 점이라도 득점하기 위해서 희생플라이나 번트를 대야하나? 아니면 닥공이라고 풀스윙을 해야 하나?
임팩트 투자사들은 의미에 투자하지 않는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타석에 들어선 것 자체는 훌륭하고 의미가 있다. 그래서 임팩트 투자사들은 사회문제 해결 등 임팩트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함께 토론하는 것에 관대하다. 어떤 비즈니스라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면, 가치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팩트 투자사들은 의미에 투자하지 않는다. 타석에 들어선 것만으로 변화는 생기지 않는다. 배트를 휘둘러야하고, 점수를 내야 한다. 임팩트 투자자들은 사회변화, 사회문제의 해결을 앞당기고자 투자라는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이다. 의미는 기본이다. 변화가 지향점이다. 임팩트 투자사들의 직업적 소명은 수많은 타자들 사이에서 득점을 할 수 있는 타자들을 찾는 것이다.
임팩트 투자사들은 변화에 투자한다.
실험이나 새로운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말이 아니다. 특급 투수와의 정면 승부를 해야하는 타석에 들어서는 일은 외롭고 두려운 일이다. 그 자체로 의미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의미는 기본이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이다. 의미를 일일이 설득/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해결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이다.
당신은 출루율은 떨어져도 홈런을 치는 타자인가? 아니면 높은 출루율을 자랑하는 타자인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너무 염려하지는 말자. 타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투자자를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비즈니스가 가진 의미를 일일이 설명하거나 설득하려하지 않아도 된다. 유능한 임팩트 투자사라면, 이미 당신의 회사에 대한 기초조사는 마친 상태다. 임팩트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지만,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당신과 팀이 임팩트를 제대로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물론, 이미 몇 차례 타석에 들어서서 보여준 타율이 있다면 이야기는 쉬워진다. 파울도 좋고, 삼진도 좋다. 홈런 타자는 삼진을 쉽게 당하는 법이다. 어차피 당신은 신인이고, 투자자는 당신의 현재보다는 가능성에 관심이 더 크다. 상대가 아무리 특급투수라도 풀스윙을 하며 파울을 계속 만들어나갈 수 있는 콘텍트 능력을 보여주기만 해도 투자사들은 진지한 자세를 보일 거다. 결과적으로 홈런 타자가 되지 못해도, 홈런을 치기위해 시도하다보면 안타도 나오고, 출루율은 높아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제 임팩트 투자자들을 만나러 갈 때, 내가 멘토로부터 받았던 질문을 조금 바꾸어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스코어는 11대 0. 당신의 팀이 지고 있는 가운데 7회 말 공격상황에서 어렵사리 1사 만루의 공격 상황을 만들었다. 지금 당신이 감독이라면 어떤 타자를 낼 것인가? 홈런 타자인가? 아니면 밀어내기로라도 점수를 낼 수 있는 타자인가? 아니면 희생플라이나 번트로 1점이라도 얻을 수 있는 타자인가?
내가 아는 한 임팩트 투자사들은 선수 리스트에서 ‘홈런 타자’를 가장 먼저 눈에 담고 있을 거다. 게임을 뒤집기 위해서는 만루 상황에서의 홈런 한방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임팩트 투자자가 당신에게 기대하는 것은 의외로 명확하다. 홈런. 물론 일반 투자사들도 마찬가지다.
한상엽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