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계약은 고용관계에 있어 심리적인 상호작용에 의한 개인과 조직의 영향을 다루는 영역이고, 일과 커리어 및 회사에 대한 인식과 가치가 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HR은 심리적 계약의 변화와 역동에 대해 파악하고 인사와 조직 운영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재들이 갖는 기대
심리적 계약을 접근하는 가장 효율적인 출발점은 직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심리적 계약의 위반은 직원 개인이 갖는 기대감이 충족되지 못할 때 많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근로조건들은 드러나기 때문에 다루기 쉽지만, 정작 인재를 놓치는 원인은 보다 깊은 내심의 기대감에 접근하지 못해서입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회사가 바라는 인재들이 갖는 내심의 기대를 이해해야 합니다.
- 조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
- 주요 의사결정의 이유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
- 본인의 아이디어가 조직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 조직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참여하고 싶다.
- 조직에서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조직의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
심리적 계약을 위한 HR의 역할
열린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안정적인 직장, 성과에 따른 보상, 좋은 복리후생 제도 등으로는 변화하는 심리적 계약의 관점에서 인재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부족합니다. 인재들은 조직에서 보다 가치있는 사람으로서 의미 있는 경험을 하기를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정보의 공유입니다. 우선 조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들에 대해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은 직원이 요구했을 때가 아니라 회사가 먼저 시작해야 하고, 설명에 있어 회사의 다른 의도가 개입되지 않고 솔직해야 하며, 부정적인 사실도 공유해야 합니다. 나쁜 소식을 솔직히 공유하는 것은 두렵기도 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직원이 회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쌍방향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설명과 정보 공유라고 하더라도 일방적 통보의 형식이라면 공감하기 어렵죠. 인재들의 심리적 기대감의 중심에는 ‘참여 욕구’가 있습니다. 다행히 요즘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 툴은 쌍방향으로 설계되어 방법적인 어려움은 없습니다. 문제는 소통하는 문화입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은 채팅 방만 만들어 놓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구성원들의 어떤 생각과 의견도 중요하게 여기는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필요합니다. 커뮤니케이션, HR에 있어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과제입니다.
직무 자율성
직무에 대한 재량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조건일 것입니다. 이 문제에 있어 회사의 입장에서 고려되는 것은, 개인의 자율성이 조직의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일 것입니다. 보통 자율성의 기반이 갖추어지지 못한 조직에서 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재량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생산성의 저하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시도 자체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변화에 따른 단기적인 부작용을 최소화하더라도 직무 자율성은 조직 경쟁력을 위해, 심리적 계약의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따라서, 직무의 역할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성과 중심으로의 업무 흐름과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직무 자율성을 높이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도전적인 업무 경험
자신의 경력과 미래의 기회가 될 만한 경험은 회사에 공헌하고 싶은 마음을 생기게 합니다. 특히, 안정적인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선택하지 않고,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선택한 인재들은 회사의 성장에 따른 기회와 다양하고 도전적인 경험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입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제한적이고 반복되는 일만 주어진다면, 그것은 바로 심리적 계약의 불일치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무언가 자신의 능력을 표현할 수 있게, 작더라도 자주 성취와 인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이들의 도전과 성장은 곧 조직의 성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필요한 기대 없애기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기대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기대하지 않도록 하는 것, 이것은 심리적 계약을 대하는 HR의 가장 현실적이고 기본적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회사에 대해 불필요한 기대를 가장 많이 갖게되는 시기는 채용 단계입니다. 회사에 대해 관심이 많고 입사 의지가 강할수록 회사나 자신이 맡게 될 직무 또는 회사 분위기 등에 대해 과장된 기대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HR의 입장에서는 입사하는 직원들에게 어떻게 회사가 소개되는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기는 새로 입사하는 직원의 불필요한 기대감을 조정하여 심리적 계약 위반의 소지를 줄이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Realistic Job Preview(RJP)’라는 개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RJP는 채용 과정에서 회사의 좋은 점만을 강조하려는 방식에서 벗어나 회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지원자 또는 신규 입사자와 같이 아직 회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어떤 기대감을 형성하는 시기에 회사의 정확한 모습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 회사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없애고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는 것은 입사 후에 생길 수 있는 심리적 계약의 위반과 조기 이직률을 낮추는데 기여합니다.
현실을 직시한 인재들이 채용 과정에서 이탈하지는 않을까요? 물론 이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탈은 시기의 문제일 수도 있고, 회사의 현실을 알고 이탈하는 인재들은 우리 회사에 맞는 인재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 회사의 맞는 인재라면, 회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현실 속에서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어떻게 발휘하고 어떤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 보다 구체적인 기대감을 형성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회사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겠죠. 그래서 RJP는 심리적 계약의 관점에서, 채용 전략이나 초기 사회화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방법입니다.
심리적 계약은 회사와 직원과의 관계에서 늘 새롭게 변화합니다. HR은 사람들의 변화하는 기대감과 인식을 파악하고 조직과의 관계에서 조정하고 맞추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직원 경험 기반의 HR이 강조되는 요즘, 심리적 계약은 보다 나은 HR을 위한 접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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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nane, N., & Dundon, T. (2006). The psychological contract: A critical review. International Journal of Management Reviews, 8(2), 11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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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ltrop, J. M. (1995). The changing psychological contract: The human resource challenge of the 1990s. European management journal, 13(3), 286-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