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꼰대보다 무섭다는 ‘젊꼰’
나는 꼰대는 아닌데~
상사를 꼰대라 부르며 절대 꼰대는 되지 않을 거라 다짐하는 나.
하지만 나도 누군가에게는 소위 말하는 ‘꼰대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회사의 실무를 담당하는 2~30대 밀레니얼 세대들, 하지만 이들 역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후배들 사이에선 꼰대가 될 수 있죠.
후배들에게 ‘나 신입 때는~’ 혹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식의 말을 자주 하신다면,
나도 혹시 꼰대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그냥 꼰대보다 무섭다는 ‘젊은 꼰대’를 말이죠.
* 젊은 꼰대? 상사를 꼰대라며 비난하면서도 정작 자신도 후배에게 비슷하게 행동하는 20~30대
우리 회사에 젊은 꼰대가 있다.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75.4%는 ‘우리 회사에 젊은 꼰대가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주변에 젊은 꼰대가 있다고 답한 것이죠. 반면 ‘본인 스스로 꼰대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한 사람은 10명 중 2명꼴이었죠. 스스로가 꼰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젊은 꼰대들이 많다는 증거입니다. ‘나 때는 말이야~ ‘와 같은 꼰대의 정석(?)과 같은 말은 아니어도, ‘쟤는 왜 인사를 먼저 안 하지?’, ‘내가 선배인데 매일 먼저 퇴근하네…’ 등의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면?
여러분도 젊은 꼰대의 길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젊은 꼰대가 된 이유
N포 세대도 어느새 옛말이 되었습니다.
취업, 연애, 결혼 등… 청년 세대에게 주어진 이 과제들은 이제 당연히 이뤄야 하는 것이 아닌, 포기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들이 되었으니까요. 최악의 실업난을 뚫고 입사에 성공한 청년들은 회사에 살아남기 위한 노오력이 필요했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을 위안 삼아 높은 업무 강도와 ‘진짜’ 꼰대들의 극악무도한 꼰대 짓을 견뎌내며 회사에 살아남았죠.
높은 실업률과 정신없이 바빴던 신입 시절을 지난 20~30대 직장인들의 기억 속엔 치열하게 살았던 그 시기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힘들었던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의 후배들은 너무 편하게 일하는 것 같기도 하죠.
본인의 과거와 후배의 현재를 비교하는 순간, 우리는 젊은 꼰대가 됩니다.
이 후배들에겐 기성세대로 분류되는 나이 지긋한 진짜 꼰대보다 젊은 꼰대들의 꼰대 짓이 더 두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그냥 꼰대보다 젊은 꼰대가 더 무서운 이유
20~30대의 젊은 꼰대의 가장 큰 특징은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사람인에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직장인들의 48.6%는 ‘자신은 4050 꼰대와 다르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습니다.
일부 4050 꼰대들은 이제 본인이 꼰대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밀레니얼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 꼰대들은 자신이 4050 꼰대와는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인의 행동을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하죠. 내 조언은 결코 잔소리가 아니며, 실무의 경험이 더 풍부한 내가 후배보다 당연히 뛰어나다고 믿는 것처럼요. 이제 막 입사를 한 신입사원들에겐 조언인 듯 조언 아닌 말들로 은근한 꼰대 짓을 하는 젊은 꼰대들이 더 무서울 수밖에 없죠.
젊은 꼰대가 된 나, 괜찮을까?
본인은 꼰대라고 인정하지 않지만, 후배에게 은근히 엄격한 업무 방식을 강요하던 A 대리는 어느 순간부터 후배들과 멀어졌음을 느꼈습니다. 후배들이 본인에게 더 이상 가벼운 농담이나, 친근한 미소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이에 충격을 받은 A 대리는 자신을 돌아보며 후배들과 멀어진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친근한 말들로 사무실 분위기부터 밝게 만들고, 후배들과 이따금 티타임을 제안하는 등의 노력을 말이죠. 일하는 환경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젊은 후배들과 A 대리와의 거리는 그렇게 좁혀졌습니다.
후배들로부터 젊꼰이라 불리던 A 대리는 스스로 꼰대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는 작은 노력부터 시작해 멀어진 후배들과의 사이를 점점 좁혀 나갔죠.
만약 여러분 스스로 본인이 꼰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면, 혹은 나의 행동이 혹여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면,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젊은 꼰대라는 판단이 내려졌다면 작은 노력을 해보는 거죠. 나보다 나이가 어린 그 누군가 혹은 후배에게 충고나 강요가 아닌, 친근한 미소로 대해 보는 등의 노력을요.
그래, 나 젊꼰 맞아.
누구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긴 어렵습니다.
나도 모르게 했던 행동과 말들로 젊은 꼰대라는 이름표가 붙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꼰대 짓이 꼭 나쁘다고 할 순 없습니다. 강요와 간섭으로 치부되는 이 꼰대 짓은, 어쩌면 후배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비롯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강요와 간섭이 아닌 애정과 진심이 담긴 조언을 건네는 선배.
젊은 꼰대라도 믿고 따르고 싶어 질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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