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이미지가 좋았습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장점이라고 하고 워라밸과 복리후생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곳과 비교하지 않고 지원하였고 합격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 제가 알고 들었던 그 회사가 맞나 싶습니다. 회사의 체계가 없으니 수평적인 것인데 문제는 의사결정이 효율적으로 되지 않아 너무 답답하다는 것이고, 워라밸은 누가 거짓말을 한 것 같고, 복리후생은 낮은 급여에 대한 보상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회사가 약속한 것은 아니었는데.. 누굴 탓할 수 있겠습니까. 저의 경솔함이 문제. 구직하실 때 절대 넘겨짚고 기대하지 마시길. 이제 이직이 목표입니다.”
‘심리적 계약’ 들어보셨나요?
심리적 계약이란 고용에 있어 암묵적인 의무와 기대가 반영된 상호 관계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근로관계에 있어 기대, 믿음, 의무 등 개인이 인식하는 것에 기반하여 명문화되는 근로계약과 별도로 심리적인 구속을 받게되는 것입니다. 이 개념은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관계를 단순히 계약관계로 보지 않고, 심리적인 상호작용이 개입된다고 바라보면서, 보다 ‘사람’ 중심의 고용관계를 강조합니다. 맞습니다. 현실에서의 근로계약은 근로조건이 확정되는 합리적이고 공식적인 절차만이 아닙니다. 근로자 개인도 회사도 서로를 자신의 입장에서 내가 상대방에 대해 어떤 의무를 지고, 또한 상대방에게 어떤 기대를 갖게 되는지 인식하고 판단하는 대단히 심리적인 과정입니다.
심리적 계약은 직원 개인의 입장에서도 회사 입장에서도 모두 이뤄지지만, 보통 직원의 시각에서 많이 논의됩니다. 그 이유는, 심리적 계약에 더 크게 구속되는 것이 직원이기도 하고, 회사의 의무는 일부분만이 공식적인 영역에서 다뤄지며, 조직 관리 차원에서도 개인의 심리적 계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심리적 계약은 주로 보상의 공정성과 수용성, 직무와 커리어에 대한 전망, 직업 안정성, 교육 기회, 회사의 이미지와 사회적 영향력 등에서 이슈가 됩니다.
심리적 계약은 왜 중요한가요?
명시되지 않은 이 계약은 사람들의 일상 업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들은 개인이 조직에 공헌하는 만큼 보상이 이루어지거나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는 인식이 있을 때, 긍정적으로 행동하기 마련입니다. 심리적 계약이 긍정적으로 형성되면 조직의 구성원은 주어진 자신의 역할보다 더 노력을 기울이거나 조직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하는 등의 행동을 합니다. 직원의 이러한 행동의 기반이 되는 심리적 계약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회사에 대한 공정성과 회사가 직원들에 대해 진지하고 존중하려 한다는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즉, 회사가 심리적 계약을 존중하고 노력한다는 인식과 믿음이 직원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공헌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죠.
하지만, 심리적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당연히 지켜야할 것을 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판단하는 ‘계약 위반’입니다. 심리적 계약의 위반은 구성원과 조직에게 돌발적이고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리적 계약의 특성상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더욱 빠르게 충동적으로 나타나며, 조직 전체에 확산되어 나쁜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구성원의 직무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누구도 헌신하려 하지 않는 조직이 되며, 개인과 조직의 성과가 저하되고, 인재가 회사를 떠나고 회사의 이미지가 훼손됩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부정적인 조직 문화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회사는 근로계약 상의 근로조건만이 의무라고 생각하고 직원의 기대나 인식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직원은 회사에 대한 아무런 기대와 관심도 없이 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일하다가 조직을 떠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는 그런 문화. 그런 슬프고 안타까운 모습이 가장 우려되는 결과입니다.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심리적 계약
한편, 회사에 의한 심리적 계약 위반이 일어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심리적 거래가 일어나고 지속되는 동안 회사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변수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아무리 노력해도 경제 위기나 사업 환경의 변화로 인한 부정적 효과는 생길 수 있고, 회사가 진정으로 직원을 생각해도 이기적이거나 상식을 넘는 거래를 원하는 직원의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조직이 갖는 특성, 즉 기준과 규율, 절차와 제도가 운영되는 곳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원하는 것을 다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누구는 이득을 볼 수 있고, 다른 누구는 조금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심리적 계약 위반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심리적 계약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바라는 것이 물론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구성원들이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고, 만약 위반이 생기더라도 그로 인한 부정적 결과가 조직에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겠죠. 직원들의 모든 기대와 인식에 항상 부합한다고 약속할 수는 없겠지만, 심리적 계약을 회사가 위반했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고, 그러한 직원이 있더라도 구조적이거나 집단적인 문제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고, 어쩔 수 없이 위반이 있더라도 신뢰를 바탕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심리적 계약,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요?
HR에는 어렵고 힘들지만, 그래도 중요하고, 그래서 포기할 수 없고 꼭 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심리적 계약도 그렇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심리적 계약 또는 심리적 계약 위반을 관리하는 접근 방법을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심리적 계약이 긍정적으로 발휘되거나 위반으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최소화 하기 위해 조직 차원에서 시도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들이 있고, 발생한 위반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거나 회복시키기 위해 개인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방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회사의 제도나 정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조건에 관한 것은 물론이고 직원의 보상과 직장 생활에서 경험하는 것과 맞닿아 있는 것에 대해, 그것들이 직원들에게 명확하게 인식되고 있는지,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어떤 복리후생이나 제도가 입사 시에 설명되거나 근로계약서에는 담기지 않았는데 챙기는 사람만 혜택을 누리고 있다면, 그것을 나중에 알게 되어 보상받을 기회를 놓친 직원은 심리적 계약 위반이라고 느낍니다. 또한, 제도 상으로는 분명히 A라고 정해져 있는데, 실제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그와 다르게 회사 맘대로 하고 있다면, 그것은 위반입니다. 따라서, 직원들이 회사와의 거래라고 느낄 수 있는 것들, 회사가 어떻게 해주기를 구체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을 우선 살펴보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회사의 제도나 절차를 아무리 잘 관리하고 운영해도 심리적 계약 위반은 개인 차원에서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개인에게 맞춘 대응도 중요합니다. 즉, 거래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느끼는 직원에게 생기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어떻게 회복시키느냐의 문제입니다. 우선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누가 어떤 위반을 느끼는지 알 수 없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알아야 관리도 가능한 것이죠. 따라서, 직원들의 불편한 생각과 소리가 표출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심리적 계약 위반은 관리자에게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복에 있어서도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모든 사람에 대한 모든 과정을 HR이 담당하는 것이 어렵고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리적 계약은 개인의 인식, 기대, 의무감, 비교, 신뢰 등이 작용하는 ‘심리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심리적 계약의 관점에서 우선적으로 회사가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조직과 개인, 개인(관리자 등)과 개인의 커뮤니케이션을 새롭게 접근해 보는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흐름만 원활하게 만든다면 절반 이상은 이미 성공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 생소하지만 중요한 ‘심리적 계약’.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조직 운영과 경쟁력의 단서가 될 수도 있습니다.
IMHR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