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에 작성한 연재 계획서에 따르면, 이번 편은 “성장하기에 적합한 조직은? 대기업 vs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작성해야 했다. 그런데 글을 쓰려고 보니 사실 내가 대기업을 가본 적도 없고, 나의 인식 속에 있는 대기업을 가지고 생각을 정리하는 거라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좀 더 내가 직접 한 경험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 연재 시리즈의 제목인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하기”가 어떤 의미인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스타트업이란?
먼저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부터 살펴보자. 스타트업은 “Start”와 “Up”의 합성어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Start)하고, 성장(Up)을 통해 고객 임팩트와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들어야 한다. 시작은 했지만, 성장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은 사라진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사실 회사라기보다는 성장시키기 위한 임시 조직에 가깝다. 요새는 작은 회사, 이제 만들어진 회사를 “스타트업”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지만 대기업에서도 성장을 위한 임시 조직을 만든다면, 그 조직 만은 스타트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여러 가지 방법론들이 있지만, 에릭 리스의 린스타트업 사이클을 빌려 설명한다.
심플하게 3가지 단계로 보자면, 가설(아이디어)을 구현(Build)하고, 성과를 측정(Measure)하여 학습(Learn)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스타트업 성장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이것이 전부다. 무엇을 더 하거나 빼겠는가?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3단계가 끊임없이 순환되는 사이클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사이클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돌 수 있게 시스템,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스타트업이 성장을 하지 못한다면, 못하는 것에서 이유를 찾아 잘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시도하고 거기서 새로운 임플리케이션을 얻어야 한다. 성장을 만들고 있다면 더 큰 성장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배우고 또 시도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져야 한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도하고, 이를 통해 product-market fit을 찾아 성장하는 것. 이 사이클이 모여 흔히 말하는 J-curve를 그린다. 이것이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방법이다.
개인으로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개개인들이 일하는 환경은 좋지 못하다. 급여도 얼마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부모님에겐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이름 없는 회사에 다니는 불효자가 되기도 하며, 주말도 없이 일을 하기도 한다. 최근엔 초기부터 투자를 유치하여, 어느 정도 재정적인 여유를 가지고 시작하는 스타트업들도 있다. 이 경우는 한결 낫겠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매일 야근을 하며, 부족한 보상 대신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일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가? 사실, 매일 야근을 하며 내가 가진 스톡옵션으로 부자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다. 하루하루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거나 고객이 원하는 것을 더 효율적으로/가치 있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없던 무언가를 만들고,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고, 고객들에게 우리 제품을 잘 알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개인도, 사실은 스타트업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게 아닐까? 스타트업을 한다고 모두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고객에게 가치 있는 무엇을 만드는 것이 꿈은 아니다. 대부분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로 성장에 대한 욕구가 있고, 이를 위해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실 오랫동안 스타트업과 같은 조직에서 견디기 힘들다.
그 이유는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한 사이클을 도는 동안, 개개인들은 고통과 고통의 사이클을 겪어가기 때문이다. 굉장히 심플하게 스타트업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였지만, 사실 순간순간은 엄청난 고통의 연속이다. 이 고통의 시간 속에서 스타트업은 발전하고 개인들을 성장한다. 서비스 개편에 대한 고통스러운 고민의 시간과, 말도 안 되는 일정을 맞추기 위해 지새운 수많은 밤, 조금이라도 고객 언어도 표현하기 위해 신경 쓴 사소한 것들을 통해 개인들은 성장해 나간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성장한다
결국, 스타트업에는 스스로 한계에 도전하고, 실패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람, 즉 스타트업과 같은 사람이 남아 있다. 누군가는 마케팅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누군가는 콘텐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본인의 역할에서 가장 임팩트를 잘 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이러한 개인의 성장은 다시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개인들이 만든 성과는 더욱 스타트업 성장에 더욱 큰 파급력을 미친다. 반대로, 개인이 아직 성과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개인에게 더욱 큰 기회와 성공 경험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런 자극들이 개인에게 성과를 만들고 성장하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생각해보니, 나도 기획 역량을 쌓아가면서 서비스 개편에서 성과를 내기도 하고 중국에서 슬럼프를 겪는 동안 회사가 만든 새로운 기회 속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가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 좀 모자라도 괜찮다. 앞으로 잘 성장해 나갈 거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여태껏 그러했듯, 옆의 동료들과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서비스와 함께 성장해 나갈 거다.
장한솔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