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는 두 가지 업무를 반복하게 된다
첫 번째는 0에서 1을 만드는 일, 즉 고객에게 거듭 물어보며 Product Market fit을 찾는 과정이다. 두 번째는 1에서 100을 만들기 위해 fit이 형성된 상품 위에 여러 가지 실험을 반복하는 일이다.
요새는 전자에 해당하는 일을 하는데, 아직 1이 안 되어서 그런지 ‘이게 맞나?’ 불안 불안 생각만 많다. 그러다 문득, 심플을 생각한다라는 책이 떠올랐다.
이 책을 쓴 모리카와 아키라는 아주 기괴한 사람이다. 잘나가던 니혼 텔레비전을 그만두고 연봉을 절반으로 깎으면서 소니로 이직을 한다. 소니에서 사내 벤처를 수백억 매출의 부서로 성장시킨 뒤, 다시 NHN 재팬으로 연봉을 절반으로 깎으며 그것도 평사원으로 이직한다.
나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느낄 때에는 돈이나 명예도 버리고 이직했다. 0에서 결과를 내야 하는 상황으로 나 자신을 내몰았을 때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그것을 뛰어넘었을 때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리고 메신저 ‘LINE’이 만들어질 때는 NHN 재팬의 사장이 되어 회사를 이끌었다.
내 이상은 심플하다. 현장은 오직 고객들을 위해서 온 힘을 다한다. 경영진은 현장이 업무에 철저하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지킨다. 그 이상적인 상태에서 라인이 탄생했다.
고객과 성장. 본질에만 집중하는 이상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실무진 중 안티도 종종 있는 것 같다)
복잡한 생각이 들 때, 본질로 돌아가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그럴 때 되새겨 볼 만한 몇 가지 내용을 거의 원문 그대로 적어보았다.
눈치를 보지 않는다
‘굉장한 사람들’ 중에는 대기업에 잘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확신이 들 때까지 생각하고, 결론을 내리면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물론 작업 과정 중에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상품 이미지를 다듬어 발전시킨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회사 분위기에 자신의 생각을 맞추는 모호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회사 상사나 동료들에게 비판받는 것보다는 고객들의 니즈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두렵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프로페셔널이고, 이런 사람이 특출한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람은 생각한다
‘예산이 적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 이런 변명을 하는 사람 중에 일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비즈니스를 하는 데 사람, 물자, 돈 등의 자원은 빼놓을 수 없다. 경영자는 현장에 필요한 자원을 준비해줄 책임이 있다. 하지만 자원은 항상 부족하고, 그것이 바로 비즈니스의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한정된 자원 안에서 어떻게 지식을 짜내 결과를 내는지다. 그 시행착오 과정을 겪으면서 진정한 업무 능력이 단련된다. 오히려 자원이 풍족한 환경보다 ‘아무것도 없다’고 할 정도의 환경이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다.
철저하게 생각한 끝에 한 실패가 성공의 원천이 된다
‘실패해도 되니까 도전하라’. 하지만 한 편으로 고객은 귀중한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럼에도 ‘실패해도 된다’는 것은 실례가 아닐까?
물론 이 세상에 약속된 성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속으로는 불안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꼼꼼하게 따진다. 모든 각도에서 철저히 파고든다. 설명이 흔들리면 기획을 반려하고, 어떤 니즈를 만족시키는지를 다시 명확하게 한다. 모든 사항을 생각하고 따진다.
이렇게 해서 ‘반경 90도 내에 물고기 떼가 있지 않을까’라는 가설을 세우는 것이다. 어떠한 반응이 나타나면 45도로 더 좁혀서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가설의 정밀도다. 확신이 들 때까지 끝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클을 빨리 회전시킨다.
성공은 버린다
사람은 일단 행복해지면 그 이상을 추구하지 않는다. 자신의 뼈를 깎아서까지 고객들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사람은 없다. 물론 경쟁 없는 사회라면 그 또한 나쁘지 않지만, 인터넷 업계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경쟁도 치열하다. ‘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고객에게 버림을 받는다.
고객들이 기뻐한 결과로 회사가 윤택해지고 사원들도 풍족해지는 순환이 가장 중요하다. 회사를 ‘동물원’으로 만들면 안 된다. 동물원에 안주해서 생태계에 어울리지 않게 되었을 때 행복은 어이없게 사라진다.
높은 사람은 필요 없다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리더란 ‘꿈’을 말하는 사람이다. “고객들은 이런 걸 원하고 있다. 그래서 이걸 실현시키자. 이런 가치를 제공하자”라고 말한다.
문제는 그 말에 주변 사람들이 공감할 정도의 설득력과 열정이 있는지에 대한 유무다. 팀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꿈’에 공감하는 것이다. 이 들은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려고 한다.
권한을 등에 업고 사람을 움직인다면 리더의 본질이 아니라는 의미다.
호의에 기대는 구조를 만들지 않는다
‘정’이 문제다. 프로젝트의 중지나 리더의 강등은 잔인한 짓이라서, 바꿔야 할 것을 바꾸지 못하고 상황을 질질 끌며 악화시킨다. 이 것이 진정한 자상함일까?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리더는 강등해서 재기를 기약하게끔 해야 한다. 분함을 계기로 노력하면 반드시 실력이 생긴다. 그때 다시 기용하면 된다. 어중간하게 입장을 지켜주면 오히려 노력할 수 있는 계기를 빼앗게 되고, 성과 없는 프로젝트를 방치함으로 회사도 손해를 입는다. 그 것은 결코 자상함이 아니다.
경영은 얼마나 알기 쉬운지가 중요하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다’는 전략이 아니다. 이런 메시지를 발신하면 현장은 혼란에 빠진다.
솔직히 경영자로서는 매출뿐 아니라 이익도 원한다. 하지만 ‘매출도 원하고, 고객도 늘리고 싶다’는 이율배반의 메시지를 전하면 현장은 혼란에 빠질 뿐이다. 그보다 ‘고객의 확대’에 전력투구하는 편이 좋다. 그래서 ‘매출은 상관없다’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발신했다. 그 결과 사원들은 압도적인 속도로 무료전화, 스티커, 게임, 공식 계정 등을 잇따라 개발했고, 라인을 전 세계에서 최고의 성장 속도를 자랑하는 서비스 중 하나로 만들 수 있었다.
차별화하지 않는다
차별화를 생각할 때, 우리는 무엇을 볼까? 타깃으로 하는 상품과 경쟁기업이다. 거기에 고객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즉, 차별화를 추구할수록 고객들은 원하는 것에서 멀어질 우려가 있다. 고객들은 ‘차이’가 아니라 ‘가치’를 원한다. 자신에게 가치가 없으면 아무리 차이가 눈에 띄어도 돌아봐주지 않는다.
세상에 라인과 유사한 서비스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것들을 모두 조사했지만 차별화는 노리지 않았다. 그저 ‘스마트폰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유저들이 원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를 철저하게 생각했고, 그 결과 문자 메시지 기능만 심플하게 갈고닦아 개발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들인데, 바쁘게만 일하다보면 다 잊는다. 그럴 때마다 본질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는게 참 중요한 것 같다.
도니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