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개미 운동에 참여한 주린이로서, 주식투자를 하는 데 있어 나의 원칙은 크게 다음과 같다.
- 가치주 보다는 성장주를 산다.
- 성장주 중에서는 주도주를 산다.
- 주도주 중에서는 대형주를 산다.
- 어떤 종목이건 -8% 손실 찍으면 무조건 손절한다.
- 어떤 종목이건 30% 이상 수익이 나면 무조건 익절한다.
뭐 대충 이런 원칙을 가지고 주린이 투자 생활을 하고 있다. 아무리 취미처럼 주식투자를 한다고 하지만, 모름지기 주식이란 다른 말로 번역하면 ‘리스크’… 뭔가 꺼림직하다. 그렇지만, 시중 금리가 이렇게 낮은데, 현금을 예금으로 들고 있는 건 똥을 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에 혹하여… 동학 개미 운동에 동참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시중 금리보다는 좀 더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진행형이라서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은 위에 적은 주린이 원칙을 가지고 종목들을 찾고 발을 담그는데 한창 재미를 느끼고 있다.
물론 그렇게 찾아낸 종목들 중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종목에 발을 담글지 결정하는 건 꽤 어려운 일 같다. 특히 얼마 전부터 가장 고민이 되는 게 바로 ‘네이버를 살 것인가, 카카오를 살 것인가’의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위에 적은 원칙에 해당하는 종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의심할 바 없이 ‘가치주 보다는 성장주’에 가깝고, ‘성장주 중에서도 언택트로 대표되는 주도주’, 그리고 주도주 중에서도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에 랭크된 대형주들이다.
그럼, 둘 다 사면 되지 않느냐고? 물론 그러면 된다. 하지만, 나는 둘 중에 하나만 보유종목에 가지고 있다.(네이버일까요?ㅎ 카카오일까요?ㅎ) 자꾸만 둘을 비교하게 된다. 더구나, 둘 다 주가가 너무나 가파르게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아직 더 올라갈 자리가 한참 남아 있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그렇게 둘을 서로 비교하면서 해본 생각들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 네이버와 카카오, 언택트는 같지만 뿌리가 다르다.
네이버와 다음이라면 뿌리가 같겠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다. 같은 언택트로 분류되지만, 알다시피 뿌리가 다르다. 하나는 포털이 뿌리고, 다른 하나는 메신저가 뿌리다. 둘의 차이는 큰 것 같다. 둘 다 현재 사업 상황이 워낙 좋아서 가려져 있지만, 네이버는 포털로서의 정체성 때문에, 카카오는 메신저로서의 정체성 때문에 사업의 확장 전략에서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네이버는 엄연히 포털이다. 메신저가 아니다. 네이버앱을 카카오앱처럼 접근하지는 않는다. 보통 뉴스보다는 카톡을 먼저 확인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 싶다. 굳이 오게 만들지 않아도 반드시 와야 하는 게 메신저라면, 오도록 만들어야 오는 게 포털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메신저를 뿌리로 하는 카카오의 사업 확장성이 좀 더 용이한 측면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물론, 메신저 역시 단점이 있다. 바로 휘발성. 메신저는 기본적으로 휘발성이 강하다. 메시지를 뉴스 기사처럼 오래 정독하지는 않는다. 확인하고 답장 보내고 닫는 게 메시지다. 메신저가 가진 이런 휘발성의 장벽을 넘어서는 게 카카오가 이제까지 펼쳐 온 사업전략의 키가 아닐까 싶다. 사실 지금 글을 작성하고 있는 브런치도 그런 메신저의 휘발성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나온 서비스가 아닐까 싶긴 하다.
반대로, 네이버의 경우는 포털로서의 한계, 그러니까 꼭 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구조로 사업전략을 펼쳐왔다. 외부의 정보를 인링크 형태로 제공하는 데 있어서, 네이버는 어떤 사업자보다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 왔다. 네이버뉴스, 부동산, 증권만 봐도 네이버가 그 부분을 얼마나 잘 최적화하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이렇게 국내에서 메신저를 놓친 네이버가 메신저 경쟁을 포기하고 포털로서의 확장과 최적화를 전략으로 가져가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뭔가 다른 양상의 서비스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 다름은 뿌리가 다름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뿌리를 가진 종목을 선택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뭐 그건 나도 모르겠다. 현재로선, 둘 다 좋은 뿌리로 보이고, 외형과 실적 모두 엄청나게 잘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결론은 돈 만 있다면, 둘 다 사는 것도 괜찮다… 정도로 정리하면 될 것 같다.
2. 그래도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를 비교해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한 종목을 골라야 한다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Pay’ 서비스를 비교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현시점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주력으로 격돌하고 있는 서비스가 바로 ‘Pay’서비스로 보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뿌리가 다른 만큼 포털과 메신저로 격돌하기는 어려워도, 결국 ‘Pay’에서는 격돌할 수밖에 없다. ‘Pay’를 쥐는 게 결국 앞으로의 성장을 쥐는 것이자, 대한민국 전체의 소비와 라이프스타일 데이터를 거머쥐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묘하게 갈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둘의 뿌리가 서로 다른 것처럼, ‘Pay’ 서비스에서도 네이버는 ‘네이버쇼핑’을 중심으로 전략을 짜는 데 반해서, 카카오는 ‘카카오뱅크’를 중심축으로 가져가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페이의 메인 UI가 충전과, 쇼핑멤버십을 중심으로 가져가고, 이에 반해 카카오가 송금을 중심으로 가져가는 걸 보면 그런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재밌는 점은, 쇼핑을 축으로 하는 네이버페이가 미래에셋과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뱅크를 축으로 하는 카카오에 앤트파이낸셜(알리페이)이 붙었다는 점이다. 전략상에서는 네이버페이가 오히려 알리페이와 가깝지 않을까 했는데, 실제 알리페이(앤트파이낸셜)은 카카오페이의 지분을 가져갔다.
표를 보면, 네이버페이 지분 30프로를 미래에셋대우가, 카카오페이 지분의 약 40프로를 앤트파이낸셜이 가지고 있다. 해당 리포트에서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의 평가가치를 엇비슷하게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서 조금 의아한 점이 있다. 20E 추정 기준으로 네이버페이가 거래액 23.2조 원, 카카오페이가 61.2조원이다. 그런데 멀티플을 네이버페이에 2배 이상 주고 있다. 물론 카카오페이의 61.2조 원의 50% 이상이 송금 거래임을 감안해도, 네이버페이에 꽤 높은 멀티플을 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래도 네이버페이가 중심축으로 삼는 네이버쇼핑이 향후 쇼피파이처럼 자리매김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또 딜레마가 생긴다. 쇼핑의 네이버페이냐, 뱅크의 카카오페이냐… 아쉽지만, 이 질문의 답도 쉽진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뭐, 그래 돈만 있다면 둘 다 사는 것도 괜찮다… 정도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3. 네이버와 카카오, 과연 언택트가 맞는 걸까?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쉬지 않고 달리는 동안,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는 아마 ‘언택트’일 것 같다. ‘코로나19 수혜로 인한 언택트 대표 주식 네이버와 카카오’… 이런 정의가 일반적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정의를 접할 때마다 과연 네이버와 카카오를 ‘언택트’로 분류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코로나19 전에도 사람들은 네이버에서 검색을 했고, 카카오톡을 했다. 나날이 번창하는 네이버예약이나 카카오택시 같은 서비스는 사실, 언택트가 아니라 결국 콘택트를 위한 서비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언택트 관련 종목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의 생활과 소비 데이터를 선점하는 ‘데이터’관련 종목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벤트 이후에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당분간 더 달려갈 수 있지 않을까? ‘데이터’라는 AI의 핵심 재료와 실적이라는 두 가지 모멘텀… 비전과 이익을 둘 다 잡았다면, 그렇다면 결국, 그래 돈만 있다면 둘 다 사는 것도 괜찮다… 정도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제 3의 선택지를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그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둘 다 안사면 손해 볼 일은 없어, 잘 생각해봐!”
뭐, 그거야 네이버와 카카오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주식이 그럴 것이다. 과연 나는 주린이로서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진다. 또 네이버와 카카오는 앞으로 어떤 밸류로 평가받을 지 몹시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Min님의 브런치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