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새로운 기획안을 세워야 하는 일은 잦습니다. 하지만 잘 된 기획안을 마주하기는 드뭅니다. 기획이란 게 정답이 없는 성격의 일이기에 누구나 말할 수 있고 누구나 아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회의실에 우르르 들어가서 발화량이 많은 사람의 이야기 중심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거나 부족한 시간에 리서치 몇 개를 토대로 사업 방향을 결정해서는 좋은 기획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예전 모델을 가져와서 몇 개만 튜닝하고 해치우기에는 실제적인 변화가 없습니다.
회의실에서 잠깐 흐름을 놓치면 산으로 가기 쉬운 좋은 기획안, 좋은 전략을 짜기 위한 몇 가지 질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누군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기획안이나 내가 세우고 있는 기획안을 아래 질문을 속으로 하면서 좋은 전략인지 살펴봅시다. 제가 회의실에서 쥐고 있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1. 우리 강점에 기반하고 있는가
장래희망 만들기가 아니다
기회에서 사업의 모델을 정립하는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왜 우리가 해야 하고, 왜 나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리 하멜(Gary Hamel) 등 경영 학자를 중심으로 주류의 경영 전략 중 하나는 역량 기반의 전략을 도출하는 것입니다. 평소 관심이 있어서 잘 아는 분야였는지, 할 만한 기술 등 자원이 더 있는지 실제 시장에 출시해서 거센 경쟁을 마주하기 전 벌어질 일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상의 나래로 누구나 뭐든 그릴 수 있지만 왜 그게 우리의 것인지는 사업화를 넘어가는 중요한 질문입니다. 우리의 지향점은 무엇입니까.
2. 분산된 공급자-소비자 모델을 만족시키는가
플랫폼 전략의 주도자인가
누가 잘하고 있으면 그것을 토대로 사업의 기회를 잡을 수는 있습니다. 거대 플랫폼이 유입시키는 고객은 사업을 시작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어느 날 과금 체계나 광고 방식 등 정책을 바꾸면 너무나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내 서비스나 상품을 사 줄 사람도 누군가로 정해져 있다면 원가 경쟁에 휘말릴 것입니다. 고전인 ‘5-forces Model’을 생각해보면 분산된 환경 속에 나를 놓고 나의 협상력을 높여나가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상은 플랫폼 경쟁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내가 플랫폼이 직접 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수한 공급자를 lock-in 시킬 실체는 무엇입니까. 유사한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그 실체는 결국 우리 강점에서 출발할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3. 기존에 단계를 만드는 것에 불과한 것인가
고유한 가치 생성
많은 초창기 사업가들이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하나를 더 붙여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고유한 가치를 주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결제의 편리, 배송의 속도, 큐레이팅의 일관성, 탁월한 인프라 활용 등 기존 모델의 튜닝이 얼마나 고객 가치가 있는지 냉정하게 진단합니다. 단순히 접근이 쉬운 브로커 사업을 하게 된다면 가격의 변화나 유사 모델 등장으로 금방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정말 고객이 새롭게 가져갈 수 있고 느끼는 경험은 무엇인가를 생각합니다. 비즈니스 모델 그리기 대회가 아니라 잘 팔기 대회이기에 사는 사람 이장에서 서비스를 간결하게 말할 수 없다면 유의미하지 않습니다. 더 나은 고객 가치의 실체가 무엇입니까.
4. 지속적으로 데이터가 쌓이는 구조인가
트래픽, 신규 회원의 순환 고리
기업의 자산이라고 말할 만한 것 중 가장 희소하고 가치 있는 무형의 자산은 데이터입니다. 플랫폼 기업들은 지배적인 서비스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데이터 수집을 누가 더 많이 하느냐의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한 곳에서 하는 활동을 축적해서 광고나 추천 등에 활용합니다. 서비스가 시작되고 고객이 몰리고 증가하는 트래픽이 담기고 유사한 신규 고객이 유입되면서 점점 쌓이는 데이터가 유사한 서비스와 차이를 만들어 내는 구조가 설계되어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이슈 될 상품을 팔고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것은 몇 년 전의 사업 모델이었습니다.
5. 유사 모델이 없거나 있어도 존재감 없는가
더 알아봐야 한다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다면 더 알아봐야 합니다. 적어도 구글링으로 어지간해서 안 나온다면 그때는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산업 도메인의 비전문가들은 이론을 토대로 이미 있는 모델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아니면 단순히 누군가가 했다는 것으로 그게 트렌드 한 사업이라고 말하죠. 하지만 단순히 해 본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모델 중 나스닥(Nasdaq) 등에 상장된 기업은 주가 흐름만 조회해 봐도 모델의 존재감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시장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지 모델에서 찾아야 하지 단순히 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연역적 사고의 결과입니다. 니치(niche)한 시장에서 존재감 있는 경쟁자가 없다면 최초로 각인될 포지션을 공략해야 할 때입니다.
많이 알고 있을 내용이지만 질문 몇 가지로 이론들을 정리해서 갖고 있는 것은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진척해야 하는 현장에서는 유용합니다. 뭔가를 부정적으로 마음먹으려면 얼마든지 좋은 아이디어도 사장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기준이 있다면 아이디어를 선별하는 기준으로 개인감정이나 정치적 관계와 관계없이 좋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아이디어나 내 아이디어에서 질문의 몇 가지가 결여되었다면 그것만 어떻게 할 것인지 보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업은 실행과 피드백이 절대적이지만 실행하기 전에 가늠할 수 있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근사한 가치입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