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책의 원제는 The right it이고, 한국 제목은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으로 번역되었다. 맙소사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이라니… 제목만 봐서는 흔하디흔한 마케팅 책 같다. 하지만 실제 책을 들여다보면 PM이 꼭 알아야 할 가설 수립, 그리고 프로토타입을 통한 검증에 관한 내용이다.
인스파이어드에도 ‘제품 발견’ 파트에 프로토타이핑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지만, 실무에 적용할만한 상세한 방법론은 없었다. (인스파이어드 제품 발견에 대해) 이 책 The right it에서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기에, PM이라면 꼭 일독을 권한다.
‘될 놈’이 아니라면 아예 시작하지 말아야한다.
책을 쓰는 일은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다. 긴 시간을 투자해서 책을 써도 출판사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어렵게 출간한 책이 고객에게 외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자는 책을 쓰는 과정에서도 정말 ‘될 놈’인지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한다.
먼저, 5일을 투자해서 짧은 소책자를 쓰고 ‘프리토타이핑하라 : 제대로 만들기 전에 될 놈을 만드는 법’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왜 프로토타이핑이 아니라 프리토타이핑인지는 이후에 언급하겠다) 몇 가지 기법 정도가 수록된 짧은 소책자를 만든 후 수십 부 정도만 인쇄해 친구와 동료들에게 나눠줬다. 아참, 저자는 구글의 엔지니어링 디렉터다.
이후 동료들에게 소책자를 더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덧 요청은 수작업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인쇄소에 대량 주문을 넣게 되자, 저자는 PDF를 온라인에 올리고 공짜로 프린트하도록 했다. 이에 킨들 버전의 전자책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아마존에 99센트에 내놨다.
그 후 기업과 대학에서 이 내용에 대한 강연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자원하여 번역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모든 게 마케팅 없이 입소문으로만 이루어진 일이었고, 이 내용을 적용해 성공했다는 사례도 들려오자 저자는 비로소 책을 출판하기로 결심한다. 언행일치를 하는 사람이다.
프로토타입과 프리토타입의 차이
위에서 잠깐 나왔지만, 저자는 ‘프리토타입’을 통해 될 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프리토타입? 우리는 프로토타입이라는 말은 들어왔지만, 프리토타입이란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프리토타입은 pretend(~척 하다) + prototype의 합성어이다. 우리는 프로토타입이 실제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가볍게 가설을 테스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 자체에 기간과 비용이 꽤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노력도 하지 말고 ‘실제 이런 제품이 있는 척’하는 프리토타입을 사용하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무인 세탁소에 빨래를 접어주는 기계를 놓으면 대박 나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고 하자. 대량 생산해서 무인 세탁소를 대상으로 계약하기 전에, 시제품 한 개만 제작해서 고객이 정말 사용하는지를 검증해본다면 이것은 ‘프로토타입’을 이용한 테스트다. 하지만 저자는 시제품을 제작하는 대신, 무인 세탁소에 자동으로 빨래를 접어주는 기계’처럼’보이는 박스를 설치하고 친구 두 명을 들어가게 한다. 그리고 호기심에 고객이 빨래를 넣으면 녹음된 기계 소리를 틀고 사람이 열심히 빨래를 개어서 꺼내준다. 이렇게 시제품을 제작하는 시간과 비용까지 절약하며 과감하게 ‘있는 척’ 테스트하는 방법이 프리토타이핑이다.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3가지 원칙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을까? 책에서는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아래의 개념을 제시한다.
- XYZ 가설 세우기
- 프리토타입 만들기
- 나만의 데이터 확보하기
(1) XYZ 가설 세우기
위 무인 세탁소 아이디어를 사업화한다고 가정하자. 시작하기 전, 아래와 같은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인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찾아서, 건조해서, 개는 과정을 싫어한다. 우리가 이 과정을 대체해 준다면 성공하지 않을까?
이를 XYZ 가설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 적어도 무인 세탁소 이용 고객 중 10%는, 세탁물을 건조해서 24시간 내에 배달해 주는 서비스에, 5달러를 지불할 것이다.
XYZ 가설은 이처럼 애매한 기대를 “X라는 대상에 Y를 제공하면 Z를 지불할 것이다”라는 측정 가능한 가설로 바꾸는 과정이다. 우리는 이게 ‘될 놈’인가 판단하는 작은 테스트를 할 것이기 때문에 XYZ는 너무 광범위하지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X : ‘전 세계의 10%’라면, x : ‘강북구의 10%’로 X -> x를 좁혀주는 게 좋다.
(2) 프리토타입 만들기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시제품을 제작하는 시간조차도 아끼자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면, 나무토막을 그럴듯하게 잘라내서 들고 다니며 그 제품을 사용할 것 같은 일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일주일간 관찰해볼 수도 있다. 새로운 커머스 사이트를 만든다면 재빨리 웹페이지만 만들어서 사진만 업로드해두고 주문 결제, 배송 인프라는 붙이지 않은 채 (보통 뒷단이 어렵다), 고객에게 들어온 주문을 직접 배송해볼 수도 있다. 실제 서비스를 런칭하기 전 배너를 만들어 놓고 들어온 고객에게 ‘Coming Soon’ 혹은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페이크 테스트는 이미 흔한 일이다. 단, 이 모든 과정에서 고객에게는 충분히 양해를 구하고 보상을 해주어야한다.
(3) 나만의 데이터 확보하기
가설도 세우고 프리토타입도 만들었다면 이용해서 빠른 테스트로 데이터를 확보한다. 위에서 스마트폰을 대체할 나무토막을 만들었다면, 일주일간 들고 다니며 쓰는 척을 하고 아래와 같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 일주일의 95% 시간은 이 기기를 주머니에 넣고 있다
- 하루에 12번 정도 주머니에 꺼내 사용한다
- 일정 약속을 잡는데 55%, 메모를 하는데 15%, 전화를 하는데 20%, 주소를 확인하는데 10%를 사용하게 된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구매’를 발생시켜 보는 것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예시 중에는, 월마트 직원 옷을 구해서 입고 출시하고자 하는 신상품을 월마트 해당 코너에 전시해놓은 뒤, 고객이 무엇을 확인하는지, 구매하러 들고 가는지를 보는 방법도 있었다. 계산대에서 바코드가 찍히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고객에게 양해만 구한다면 고객은 공짜 상품을 얻을 수 있고 우리는 반응을 확인하고 실제 고객의 구매로 얻어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1), (2), (3)을 모두 적용해서 저자가 실제로 테스트해본 ‘출근 버스 안에서 이루어지는 실무 강의’ 사업 아이디어가 책에 나오니 한 번 참고해 볼 만하다.
될 놈을 검증한 뒤 마지막으로 해야할 것
이제 내가 생각하던 아이디어가 될 놈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치자. 바로 시작하면 되는 것일까? 책에서는 마지막으로 이것이 ‘나를 위한’ 될 놈인지 확인해보라고 한다.
성공할 아이디어도 아직은 아이디어일 뿐이다. 실제로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몇 년간 끈기를 가지고 실행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것은 될 놈인지가 아니라, ‘나를 위한’ 될 놈인지다. 내가 이 사업 분야에 잘 맞고, 이 시장에 몇 년간 있어도 후회가 없을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세상에 가치를 줄 수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세상에 가치를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정말 어려울 때조차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도니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