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기획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기획자는 와이어 프레임을 그리고 스펙을 챙긴다’, ‘PM은 사업까지 고민해야 한다’…

 

 

 

PM과 기획자의 역할 차이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PM은 간단하다. 의 목표 도달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실행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PM은 팀의 상위자가 아니기 때문에, 누구보다 함께 일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어야 한다.

피터 센게의 ‘학습하는 조직’은 팀이 함께 일하고 성장하는 방식에 대한 좋은 관점을 준다.

 

 

지배적 관리 시스템을 벗어나야한다

 

피터 센게는 MIT에서 조직론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석학이며, 마이클 포터에 비견된다. 그는 ‘지배적 관리 시스템’에 반항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힌다.

데밍은 말년에 만들어낸 품질관리 이론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관리자가 심히 적은 이유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일터에서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는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와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교사가 정답을 가지고 있고, 학생은 그 정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직장에 다니는 내내 상사는 기쁘게 하지만, 시스템을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개선하는 것에는 실패하는 생활을 한다.

 

그는 지배적 관리 시스템 8가지 부정 요소를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 단기적이고 측정에만 가치를 부여하는 평가 방식
  • 상사에 대한 순종 강조 문화
  • 경영진이 주도하는 성과 관리
  • 의견에 대한 ‘정답’ 과 ‘오답’의 이분법적 구분
  • 갈등을 누르고 표면적 합의만 우선하는 획일성
  • ‘관리=통제’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
  • 과도한 직원간 경쟁 유도
  • 혁신의 확산이 이루어지지 않는 조직 구조

 

그리고 이런 요소를 답습하지 않고, 모든 구성원의 학습 능력과 헌신을 이끌어내는 조직들이 점점 더 경쟁 우위를 가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1990년 ‘제 5경영’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간되었다. 2020년 지금,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의 일하는 방식을 볼 때 (물론 이것만이 성공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의 예측은 어느 정도 맞았다고 생각된다.

 

 

학습 조직이 되기 위한 방법

 

피터 센게는 책에서 아래 학습 조직이 갖춰야 할 5가지 핵심 요소를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 시스템 사고 : 특정 사건을 서로 상호작용하는 시스템 내에서 판단하는 것
  • 개인적 숙련 : 개인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 멘탈 모델 : 특정 대상에 가지는 공통된 가정, 심상
  • 공유 비전 :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와 원칙, 공유하는 방식
  • 팀 학습 : 집단 지성을 통해 조직의 실력을 구축하는 것

 

합쳐보면 “공유된 비전을 따라 멘탈 모델들이 구축되고, 조직원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때 리더는 시스템 사고를 통해 조직원의 상호작용을 돕고, 팀 학습으로 개인 노력의 합을 넘어서는 조직 성장이 이루어지도록 해야한다.” 라고 쓸 수 있다.

다만, 책을 보면 개인적 숙련, 멘탈 모델, 공유 비전은 (감히) 당연한 내용 위주의 서술이라고 생각된다. 중요하게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시스템 사고와  학습에 대한 부분이다.

 

 

단발성 사건을 넘어 이상을 보아야한다

 


시스템 사고는 위에서 말했듯, 사건을 단편적으로 보지 않고 시스템 내의 상호작용을 관찰하는 것이다. 미국과 테러리스트 집단의 서로에 대한 경계를 예로 들어보자.

 

미국 : “날이 갈수록 테러 위협이 심해지는군.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을 더욱 증강시켜야겠어”
테러리스트 : “미국은 날이 갈수록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군. 미국에 경고를 주기 위해 더 많은 테러를 감행할 필요가 있겠어”

 

각자 최선의 선택을 하는 듯 보이지만, 양쪽의 결정은 점점 더 서로의 행동을 강화하고 (군사력 증강 -> 긴장 -> 테러 증가 -> 위협 -> 군사력 증강 …) 상황을 악화시킨다. 평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전략가라면, 양쪽의 결정의 상호작용을 한 판에 놓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예시를 들어보자. 학습 조직을 읽지 않은 사람도 SCM(공급망관리)에 관심이 있다면, 아래 ‘맥주게임’의 사례는 들어보았을 수 있다.

 

  • 게임의 플레이어는 4명이다 : 공장, 물류센터, 도매상, 소매상
  • 각자의 주문은 2주가 소요되어 전달이 되고, 맥주 생산도 마찬가지로 2주가 걸린다.
  • 재고를 보유하게 될 때마다 1 포인트씩 비용이 발생하고, 주문이 들어왔으나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도 1 포인트 차감이 된다.
  • 각 플레이어는 전체 주문 상황을 알지 못하며, 바로 앞 단계의 수요로 수량을 결정하게 된다.

 

게임은 보통 이런 스토리로 전개된다.

 

  • 소비자 수요가 증가하면, 소매상은 주문량을 늘린다.
  • 도매상 역시 주문량을 늘리고, 공장도 주문을 받아 생산량을 늘린다.
  • 주문과 생산에는 시간이 걸리고, 급격히 늘어난 물류량에 배달은 지연된다.
  • 소비자 수요는 해결되지 않으니 초조한 소매상은 주문량을 더 크게 예측하고, 주문량을 더 늘린다.
  • 맥주의 수요는 철이 지나 감소하는데 주문/생산에는 시간차가 있으니, 결국 모든 사슬의 업체들은 재고 처리에 시달린다.

 

그리고 이에 대해 세 가지 부류의 행동이 나타난다.

 

  • 사건 중심 사고 : “고객 수요가 많아졌으니 그에 따라 주문량을 늘릴 수 밖에 없지”
  • 행동 중심 사고 : “소매업자에서 멀어질수록 제한된 정보로 불안정한 판단을 하게 되는군”
  • 시스템 중심 사고 : “각 사슬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할까?”

 

이 중 시스템 중심 사고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그림과 같이 시스템 내에서는 모두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영향 요소는 강화균형 그리고 지연으로 구성된다. 보통 사슬의 주체들은 자신이 느끼는 수요에 맞추어 ‘강화’ 행동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만약 소매업자가 본인의 주문량공장 재고와 주문 잔고배달 지연 상황을 인지하고 주문량을 조절했다면 게임의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와 관련해 회사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사례 중 하나는 채용 문제다. 당장, 그리고 소집단의 필요만 고려한 채용과 배치는, 소매상의 수요만 고려하고 맥주의 주문량을 늘리는 것과 동일하다. 급한 불은 껐는데 순탄하게 전체 사업의 확장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 과도한 채용과 배치로 인해 회사와 개인 모두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학습 조직의 리더는 ‘설계자교사봉사자’다

 

전쟁과 바둑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복기 과정이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복기(회고, 피드백)는 팀학습의 기초가 된다. 책에서도 팀 학습의 성공적인 모델로 미 육군의 사례를 제시하는데, 육군에서는 아래와 같은 프로세스로 조직 학습을 이뤄낸다.

 

  • 훈련과 공식 교육
  • 실습 및 사후검토
  • 사례 분석, 연구
  • 지휘 통솔에 대한 독트린 반영
  • 육군훈련센터(CALL)를 통한 전군 확산

 

회사에서의 팀 학습도 다르지 않다. 다만 피터센게는 팀 학습에 적합한 리더는, 상명하복의 카리스마형이 아닌 설계자교사봉사자형의 리더라고 한다. 아래는 팀 학습에 어울리는 리더에 대해 그의 말을 인용하였다. (개인적으로 ‘함포고복’이라는 요순시대의 고사를 참 좋아하는데 위 노자의 예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2500여 년 전에 중국의 사상가 노자는 “더없이 훌륭한 설계에서는 지도자와 그가 지닌 리더십이 거의 보이지 않을 수 있다”라는 점을 유창한 웅변조로 지적한 바 있다. 위대한 지도자란 사람들이 “우리 스스로 해냈어!”라고 말하며,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다.

물론 이러한 유형의 리더십에도 당연히 보상이 따른다. 이것을 실천하는 리더는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는 결과를 만들어낼 능력을 갖춘 조직의 일원이 되는 데서 깊은 만족감을 느낀다. 그들은 전통적인 리더에게 주어지는 권력과 칭송보다 이러한 보상이 훨씬 오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좋은 교사는 신중히 계산해서 극히 일부에만 개입한다. 학생 스스로 깨닫게 해야 진정한 학습이 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스스로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팀원들은 더욱 전문가에만 의존하고 문제는 해결되어도 조직의 역량은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

피터 센게는 팀 학습의 수단으로 ‘다이얼로그’를 강조하기도 한다. 다이얼로그는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관철시키는 토론과 달리 팀 수준의 의사결정이 내려지도록 돕는다.

 

  • 모든 논의의 참가자는 자신의 가정을 ‘보류’해야 한다
  • 모든 참가자가 서로를 ‘동료’로 생각해야 한다
  • 모든 대화의 문맥을 파악하고 있는 ‘퍼실리테이터’가 있어야 한다

 

팀원들, 특히 엔지니어들과 함께하는 논의를 떠올려보면 이 부분이 많이 공감된다. 대부분의 PM은 타 직군에 비해 말을 많이 하고 ‘번지르르하게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팀에 진정 도움 되는 것은 ‘듣기 좋은 말로 의견을 관철시키는 능력’이 아니라 ‘현안에 대한 깊은 고민’이다. 그리고 이런 깊은 고민은 제품을 직접 만들지만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엔지니어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

PM의 역할은 이런 팀원들이 안심하고 조직에서 자신의 발언을   있게 하는 것이지 본인이 떠드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 사고와 팀 학습에 중점을 두고 썼는데, 학습하는 조직은 꼼꼼히 읽어보면 더 얻을게 많다. 이상적인 부분도 분명 있기에, 이 책에 대한 비판 논문도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혼자 끙끙 앓는 유일한 전략가가 되기 싫다면, 조직 구성원 전체의 학습과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아 그리고 피터 센게는 이런 방식을 위에서 도입해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있는 자리에서 시작하라고 한다. 그냥 책을 읽고 내일부터 내가 속한 조직에서 시작해보면 된다.

 

 

도니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