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 사람은 말을 저렇게 할까?
정말 기분 나쁘다.
주니어끼리 근황 토크를 즐기다 보면 꼭 ‘상사의 피드백‘이 화두로 나온다. 또라이 같은 상사 때문에 퇴사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고, 실제로 한 사람도 있다. 피드백이라는 게 그냥 말 몇 마디인데 천 냥 빚을 만드는지, 생각보다 참 중요한 행위인 것 같다.
다양한 주니어들과 얘기하다 보니 ‘받고 싶은 피드백‘이 비슷하다. 3가지 정도로 정리해봤다.
1. 잘한 점도 얘기해주세요.
무작정 지적만 수백 개씩 늘어놓지 말고 좋은 말도 해달라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패트릭 렌시오니는 다른 사람과 협업을 잘하는 사람의 조건으로 ‘영리함’을 꼽았는데, 상대방이 기분 나쁠지 안 나쁠지를 영리하게 파악할 수 있냐는 것이다. 피드백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말을 해도 어떻게 하냐에 따라 전혀 다르다. 울면서 퇴사하게 만들고 싶으면 지적질만 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팀원으로 키울 거면 피드백을 하자.
회의 방법론에서는 ‘Yes and’, ‘Yes but’ 화법도 자주 쓴다.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나의 생각을 말하기 전에 일단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고 존중해 주라는 뜻이다. ‘이러이러한 점은 좋은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도로 써볼 수 있겠다. 주니어에게 피드백 줄 때에도 적용해볼 수 있겠다.
사실 잘한 점을 얘기해 주는 건 단순히 듣는 사람 기분 좋으라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사회 초년생의 특성상 주니어들은 무엇이 잘한 것이고, 뭐가 못한 것인지 판단할 수가 없다. 자기도 기준을 모르기 때문에, 자기 딴에는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작업한 결과물이 엉망진창이라는 걸 전혀 모를 수도 있다. 그 기준을 바로잡아주고 업무 퀄리티를 맞추려면 ‘잘한 점’까지 얘기해 줘야만 한다.
2. 성장에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해주세요.
인신공격이 별 게 아니다. 사람의 성향, 성격, 의도에 대해 피드백하는 게 인신공격이다.
‘네가 꼼꼼하게 봤어야지, 귀찮아서 대충 본 거 아니야? 생각을 더 했어야지’와 같은 피드백들은 사람 자체를 칠칠맞고 열심히 하지도 않는 생각 없는 사람으로 만든다.
‘나름 열심히 했는데… 나라는 사람은 이것밖에 안 되는 건가? 내가 너무 멍청한 건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반면 성장에 도움이 되는 피드백은 현상이나 행위에 대한 피드백이다.
‘체크리스트가 MECE하지 못하니까 누락된 부분이 발생했네요’, ‘이런 거 챙길 때는 팀원이랑 더블 체크해야 해요’와 같은 피드백들은 내가 앞으로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내가 멍청하고 모자란 사람이라는 자기 파괴적인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고, 안전하게 개선 사항으로 나아갈 수 있다.
3. 책임을 명확히 해주세요.
나의 공로를 남에게 뺏기고, 내 잘못이 아닌데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가장 스트레스를 준다. 예를 들면 길을 걷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내 옆에 떨어진 쓰레기를 보면서 ‘여기 쓰레기가 있지 않냐’라며 나한테 따지는 격이다. 내가 버린 것도 아닌데, 그는 나보고 ‘그래도 봤으면 치워야지’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어처구니가 없지 않은가?
실무자의 책임감을 따지기 전에, 책임을 애초에 똑바로 나눠주는 게 먼저다. 중간관리자는 R&R(Roles&Responsibilty)을 명확하게 분배해야 한다. 누가 어떤 역할과 책임을 맡았는지 명확히 정하고, 그렇게 정했으면 거기에 맞게 대우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R&R을 대충 흐지부지 정해놓고 “네가 알아서 했어야지”라고 했다가 “그걸 왜 네 마음대로 해”라고 했다가 제 맘대로다. 책임 소재를 피드백하기 전에 자기가 R&R을 명확히 정했는지부터 점검해보는 게 좋겠다.
그런데 참고로 주니어들의 막무가내식 ‘그건 내 책임 아닌데요’도 분명 문제가 있다. 담당자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기본적인 책임의식도 없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건 또 다른 얘기니까 이 글에선 적지 않겠다.
내 주변에 주니어가 많아서, 자주 듣는 얘기들을 정리해봤다. 사실 팀장도 팀장이 처음인 경우가 많으니 주니어도 팀장도 서로 성장 과정을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유디V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