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집 근처에 두 개의 편의점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야근을 하고 퇴근하는 길이다. A편의점은 매대에 삼각 김밥이 한 개 남아 있다. 편의점 B에는 삼각 김밥이 3개 남아 있다. 일반적으로 저녁 11시 이후에는 당일 판매하지 못한 삼각김밥은 반드시 폐기 처리해야 하고 당신은 일정 기간 계속 야근을 하고 있다.
음식을 절약하고 폐기물을 줄이는 관점에서 보면, 정답은 분명히 “A”일 것이다. 그러나 일본 편의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스즈키 토시후미 씨에 대답은 “B”였을 것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언제 가더라도 삼각 김밥을 살 수 있는 편의점 B가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무인 스마트 편의점 “볜리펑(便利蜂)”은 기존 편의점 업계의 상식과는 다른 파괴적인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볜리펑(便利蜂)”은 2017년에 창업하여 현재 중국 전국 20 개 도시에 1,500 점포를 운영하고 있고, 지난 5월에는 베이징 지역의 500개 매장에서 흑자를 달성했다. 경쟁이 치열한 편의점 업계에서 흑자를 내기까지는 7년 이상이 걸린다고 하는데 “볜리펑(便利蜂)”의 흑자 전환 속도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들은 어떤 전략으로 단기간에 점포를 확대하고 수익을 낼 수 있었을까?
그 대답은 역시 “디지털”속에 숨겨져 있다.
중국 편의점 업계는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사업은 그 어느 것보다 험난
아시아에서 편의점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일정 부분 검증되었다. 일본에서는 2,200명 기준 1개 매장, 대만은 2,000~2,400 기준 1개 매장, 한국은 1,500명 기준 1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경우, 인구 2,200만 명 기준, 편의점은 오직 700개가 있다. 대만의 경우, 인구 2,400만 명에1만 매장 이상의 편의점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양국의 소비 수준을 고려해 볼 때, 중국 편의점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중국 전체 편의점 수는 약 10만 개이며, 한국은 2만 개, 일본은 6만 개 정도이다.
하지만, 편의점 사업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매장당 매출과 이익률이 상당히 낮다. 중국 베이징 로손 매장의 일일 매출은 1만 2000 위안 (약 18만 원) 전후이며, 세븐 일레븐은 2만 위안 (약 30만 원) 전후이다.
일일 매출은 크게 변동은 없지만, 임대료와 인건비 등의 비용은 해마다 상승하는 구조이다.
중국 편의점 사업을 위해서는 세 가지를 극복해야 한다. 중국 특성상 표준화가 쉽지 않아 단기간에 매장을 확대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관리 비용이 증가된다. 또한, 지역성이 강해서 성공사례를 타 지역에 적용하기 어렵고 각 매장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볜리펑(便利蜂)”은 이러한 문제를 디지털 알고리즘을 통해 극복하고 이러한 전략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해결 방법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데이터 알고리즘 기반의 매장 운영
“볜리펑(便利蜂)”은 편의점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에 의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점포를 운영한다. 매장당 판매 상품은 약 2,500 종류에 달하며, 매주 평균 150개의 상품을 교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터 중심의 소비자 요구를 바탕으로 각 매장에 맞는 제품을 시뮬레이션하고, 구매부터 판매까지 일련의 과정을 기계가 대신하는 것이다. 인간의 주관적 판단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낮추자는 것이다.
“볜리펑(便利蜂)”은 데이터 알고리즘을 증명하기 위해 테스트를 했다. 먼저 경험이 풍부한 세븐일레븐 출신 점장 10명을 선발하여, 그들의 직감과 경험을 통해 제품 SKU를 10% 줄이도록 했다. 그 결과 판매량이 5% 감소했다. 반대로 데이터 알고리즘을 사용한 솔루션은 판매랑 감소가 불과 0.7%에 그쳤다.
매장관리와 주문을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데이터와 정보를 흡수하고 포괄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별 소비 특성, 날씨, 온도 및 기타 지표 등의 참고 데이터 소스는 매우 광범위해지고 다양하다.
아울러, 매장관리와 주문은 관리자의 능력뿐만 아니라, 책임감과도 관련이 있다. 편의점 관리는 매우 복잡하지만, 사소한 작업이 많은 만큼,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감”뿐만 아니라, 성실감과 책임감도 중요하다.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은 단순 경험은 점장의 취향이나 개인 판단으로 흘러갈 수 있고, 이를 감독하고 감시할 방법은 없다. 무책임한 성과가 될 수 있다.
현지화에 충실한 전략
편의점에서 가장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은 중식 메뉴이다. 예를 들어, 일본 세븐일레븐에서는 중식 메뉴가 전체 매출의 50%이며, 여기에 우유 등 당일 배송 상품까지 포함할 경우, 60% 수준에 이른다.
일본 편의점에서 중식 메뉴는 주로 도시락, 삼각김밥, 빵 등의 관리 수준이 높은 신선 제품이며, 일본 소비자의 기대 수준도 높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가격과 맛이다. 편의점 중식 메뉴는 일반 레스토랑이나 음식점에 비해 50% 가까이 저렴하고 당일 배송 상품도 신선하고 맛도 좋기로 유명하다.
반면, 중국은 일본과는 많이 다르다. 가격 면에서는 소규모 레스토랑에서 판매되는 음식이 편의점 도시락보다 저렴하고 음식의 종류도 훨씬 풍부하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점은 중국 사람들은 따뜻한 음식을 즐겨 먹는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에서 인기 있는 도시락이나, 삼각 김밥 등 차가운 음식은 중국에서는 인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볜리펑(便利蜂)”는 창업 초기부터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따뜻한 도시락을 판매 해왔다. 도시락은 대부분 직장인 점심 식사 용도로, 저렴한 가격에 위생적이다. 2018년 이후부터는 이러한 중국 특화된 도시락이 “볜리펑 (便利蜂)”의 간판 상품이 되어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중식 메뉴와 반찬도 데이터 알고리즘 기반으로 결정하고 있으며, 이는 모두 소비자의 구매 데이터에 따라 각 매장마다 판매 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각 지역의 취향에 따라 상품 차별화도 가능하다.
직영 매장과 프렌차이즈
“볜리펑(便利蜂)”이 3년 안에 1,500개의 매장을 열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직영매장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일반적이다. 편의점 사업은 지역사회와 깊숙이 연결되어야 한다. 현지화 없이는 성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프렌차이즈 오너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그들의 의지를 자극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준비 없는 사업 전개는 식품 위생과 브랜드를 파괴할 수 있고, 이런 관점에서 중국 가맹점은 품질 측면에서 아직까지 일본과 수준차가 있으며, 프렌차이즈 오너들이 학력도 높지 않고, 편의점 사업을 체계적으로 운영해본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이러한 현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디지털화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전국에 퍼져있는 각 매장을 상향 평준화하는 것이 현실적이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역할은?
“볜리펑(便利蜂)” 편의점의 또 하나의 특징은 무인점포 기반의 자동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고객과의 불필요한 연결이 전체 효율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볜리펑(便利蜂)” 관계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볜리펑(便利蜂)”은 완전 무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단순한 노동과 주문과 계산과 같은 활동은 기계 (시스템)에 맡겨두고, 매장 스태프는 고객 접대 등 서비스 활동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볜리펑(便利蜂)” 매장 스태프는 보통 1~2 명에 불과하다. 매장 인원은 일반 편의점보다 2~3 명 적다. 하지만 데이터 알고리즘 기반으로 충분히 운영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볜리펑(便利蜂)” 관계자는 또 이렇게 말한다.
“직원은 제품을 모르더라도 일할 수 있습니다. 직원이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슈퍼마켓이든 편의점이든, 일반적으로 매장 스태프의 업무 중 하나는 고객을 관찰하고, 제품 지식을 공부하는 것이다. 실무내용을 모르거나, 경험이 없으면 편의점의 특성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볜리펑(便利蜂)”에서는 실무자들이 업무를 익히는 방법도 다르다.
매장 스태프는 제품을 공부하는 것보다는 서비스에 중점을 둔다. 제품에 대한 공부나 지식은 기계에게 일임하고, 매장 스태프들은 서비스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기계가 하기 어려운 감성적인 업무에 집중하자는 취지이다.
갑자기 매장에서 쓰러진 고객 케어해서 병원으로 데리고 간다거나 코로나 기간 동안 지역에서 봉사하는 사회 복지사들이 점심 식사를 미리 챙겨두는 등 인간 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볜리펑(便利蜂)”의 디지털 전략을 무엇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일본의 편의점이나 기존 중국 편의점도 동일하게 모두 데이터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IT 시스템은 존재했으나, 각 모듈별로 구성된 솔루션이다. 계산 POS 모듈, 주문/발주 모듈 등 상호 간의 직접적인 연결은 없었다.
“볜리펑(便利蜂)”은 이를 통합한 시스템 즉 “데이터 중심 편의점 운영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고하고 의사 결정한다. 이러한 데이터 중심의 알고리즘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편의점 위치, 디자인 및 장식, 매장 관리자 교육, 제품 선택, 주문, 가격, 직원 일정 및 상품 생산, 물류, 판매와 같은 여러 모듈이 모두 연결된다.
몇 가지 추가 질문을 해볼 수 있다.
- “볜리펑(便利蜂)”과 같은 회사가 미래에 전체 산업의 게임 규칙을 바꾸고 다른 산업으로 이끌 것인가?
- 해당 분야에 수십 년간 경력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와 데이터 중심 알고리즘은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 것일까?
- 기업의 최상의 의사결정 구도에 있는 임원의 선발 기준은 지금 이대로로 문제가 없는 것일까?
YM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