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순간 닥쳐오는 문과적인 질문들

 

데이터와 관련된 일을 하다 보면은, 명확한 답이 있는 질문과 질문 자체를 질문해야 하는, 혹은 질문을 찾아 나아가야 하는 질문들에 맞닥뜨리게 된다. 더 나은 데이터 분석을 위해서 어떤 인프라 구조를 만들지는 찾아 나아갈 수 있다. 회사의 예산과 구조, 그리고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쌓아 나아갈지 정의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객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같은 질문을 맞닥뜨릴 때 기존의 수학 공식과 컴퓨터 공학적 지식이 전혀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객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라는 질문 자체에 이미 수많은 질문들이 숨어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우리 회사는 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하고 있고 무엇을 제공 하기를 바라는가? 우리의 고객은 누구일까? 우리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깊은 동기는 무엇일까? 같은 질문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은 그 질문을 사고하는 사람이 사람에 대해서, 회사에 대해서, 그리고 사회에 대해서 얼마나 다양하고 깊이 생각해 보았는지에 따라 답이 다르게 나온다. 즉, 가능한 답 자체가 무한하다 보니까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힌트조차 없다면 아무런 가치없는 답을 내게 되어 있다.  

나도 처음에는 위와 같은 답이 없는, 어떻게 보면 사람 자체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는 질문들을 받았을 때 (물론 이런 질문을 던져준 사람은 별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너무나도 막막한 나머지 수학적으로 답을 구해보고자 노력했다. 비지도 학습을 통해, 즉 수학 공식을 통해 고객들을 나누어 보기도 하고 하면서 마음 한켠에 무언가 굉장히 찜찜한 감정이 드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질문의 답을 찾는데 나에게 있는 도구들이 너무 없었고 또 어떤 도구들을 취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무지했다.

 

 

세상을 바로보는 다양한 시각들, 그리고 전공

 

세상을 해석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과 틀이 존재한다.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수학 등의 다양한 학문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각각의 학문은 우리가 우리 주변의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도구들을 제공한다. 문제는 도구가 주어졌을 때 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심리학을 배웠다고 세상의 모든 인간적 깨달음을 얻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도구는 도구일 뿐, 우리는 그것들을 사용하여 우리 주변의 현상들을 이리저리 해석해보고 풀어 가면서 연습을 할 때 비로소 우리는 다양한 도구들을 활용해 다양하게 세상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데이터 분석에도 통용이 되는데, 통계를 배우는 것운 그냥 지식을 아는 것이고, 그것을 활용하여 비즈니스적 문제를 어떻게 풀지 고민하고 시도할 때 비로소 데이터를 분석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돌아와서, 맨 처음으로 돌아와서 “고객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머신러닝으로 얼렁뚱땅 해결하고 나서 몇 달 후에 다시 돌이켜 보았다. 그 사이에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The art of loving”,  “의미의 지도”, “융 자서전”  같은 약간 철학적인 혹은 인문학적인 책들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 책들에서 이 질문에 대해서 어떻게 답을 찾아가면 될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는 결국 사람을 이해 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만큼, 정확히는 이해하고 느낀 만큼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알 수 있다. 나는 위의 책들을 읽으면서 내가 “사람”이라는 것에 너무나도 무관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사랑하기 원하고, 삶의 의미를 찾기 원하고,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들은 우리 사회의 물리적 그리고 비 물리적 지형에 따라 변형되어 표출이 된다. 무언가를 느끼고 싶기 위해 구매를 하고, 우리가 누구인지 정의하기 위해 구매를 하고, 또 우리의 주변을 위해 구매를 한다. 그리고 회사는 그 구매의 수단이자 제공자의 입장에 서 있다.  

그 당시의 회사는, 그리고 나는 지금 당장 회사의 서비스에 어떤 기능을 추가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보는 고객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것을 원하는지 우리만의 철학적인 생각(정확히는 기준)을 만들고, 그 철학을 기준으로 다양한 것을 테스트해보면서 이 철학에 오류가 있는지를 확인해 나아가야 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우리 회사가 고객과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쌓아 나아가야 했다. 그러한 것들이 부족했기에 우리 회사는, 그리고 나는 방향 없이 무언가를 시도하고 계속 실패하며 안갯속에 휩싸인 느낌을 받을 수 밖이 없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크기만큼 세상을 이해 할 수 있다

 

따라서 위의  “고객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나는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 자체에 대해서 먼저 조사를 시작 해야 했다. 그리고 이 질문을 한 사람 그리고 그 질문을 받은 내가 이 회사와 고객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아야 했다.

물론 실제로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러한 어떻게 보면 쓸모없어 보이는 철학적인 생각에 시간을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실질적인 성과가 당장 나타나는 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는 쉽지만, 그 서비스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어떤 책에서 나온 구절이 떠오른다.

 

솔루션이 아니라 질문과 사랑에 빠져라

 

 

여름비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