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진짜유통연구소 박성의 입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주말내내 가장 논란이 되었던 환경부의 재포장 금지 관련해서 뒷북으로나마 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보는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큰 틀에서 과도한 포장, 불필요한 포장을 막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겠지만, 지침의 실행 과정과 가이드라인에서 드러났던, (현재 기준으로는 시행이 2021년 1월로 연기되었기 때문) 가격 할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정리하려고 합니다.
논란의 시작이 되었던 한국경제 신문 기사에 대해서는 제목 자체에서 부풀리기가 들어간 부분은 있으나, 가짜 뉴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확대 해석을 한 부분이 있지만 왜곡이라고 하기엔 6월 18일 가이드라인상으로 그렇게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침소봉대한 부분은 맞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시행을 2주 앞둔 법령의 가이드라인이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 자체가 이슈라는 점입니다.
빅 이슈의 시작
[단독] ‘묶음할인’ 세계 최초로 금지…라면·맥주값 줄줄이 오를 판
> 자극적인 제목의 끝판왕이지만, 가이드에서 확대 해석가능한 부분입니다.
> 미디어 오늘에서 낸 한국경제 기사의 왜곡 여부 관련 기사입니다.
이게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거냐?
본 재포장 이슈는 작년 1월에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올해 7월 1일부로 시행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고, 여러 기사와 환경부에서 밝히는 것과 같이 10회 이상의 간담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위 법령이 작년 1월 29일에 일부 개정이 되었고, 시행은 올해 7월 1일이었습니다. 전문은 위 제목으로 검색하시면 여러 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때 전문개정된 부분이 11조이고,
11조 중에 중요한 부분이 ‘재포장이 불가피한 경우로서 환경부장관이 고시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한다’입니다. 이때 예시로 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당 이미지와 같이 여러 기사에서 많이 보신 부분일 텐데 ‘묶음 포장, 증정상품 재포장은 안되고, 포장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구매 시 할인을 하는 건 된다’입니다. 이 날 이후로 지속적으로 업계와 협의를 진행하였다고 기사와 환경부 자체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작년 1월에 나온 참고 자료에도 판촉 용 묶음 포장은 재포장에 해당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재포장 금지’이지 ‘할인 금지’는 아닌데 뭐가 문제?
현재, 주말 사이 환경부의 추가 설명 자료 등에 할인 관련 부분이 추가되었으나, 18일 자 기준으로 보면 묶음을 통한 할인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충분히 오해할 만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6월 18일 가이드라인을 보면 1-1에 판촉을 위해 묶어 추가 포장하는 경우 재포장에 해당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3-1에 판촉이 아닐 경우 재포장일 경우에도 예외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1-1과 3-1을 놓고 보면 ‘할인을 위한 묶음 판매는 불가하고, 그냥 묶어서 할인 없이 판매하는 건 가능하다’라고도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여러 기사에 적용된 부분이죠. 그리고 6월 3일 간담회 때 예시로 든 부분에는 선물세트와 기존의 합포장 상품들도 불가 예시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할인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묶음을 통한 할인은 금지한다’ 정도가 그나마 제일 근접한 부분이 되겠습니다. 저 18일 자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여러 기사가 나왔고, 19일과 20일에 환경부에서 해명 자료를 내놓았습니다.
19일에 발표한 해명자료인데, ‘묶음 판매는 가능하지만 묶음 할인 판매는 금지된다’라는 기사 내용에 대해서 ‘가격 할인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끼워팔기 판촉 시 불필요한 포장행위를 규제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해당 부분이 18일에 이야기한 3-1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뒤에 자세히 설명을 드릴 것인데 대부분의 재포장이 판촉을 위해 증정을 넣거나 2+1, 1+1 등 아예 별도 패키지(별도 포장)로 만드는 만큼 그 재포장을 금지하는 것이 할인은 하도록 두지만, 할인을 위한 패키지는 못 만든다. 이렇게 되는 거죠. 가격을 직접 건드리진 않았지만, 가격에 영향을 충분히 미칠 수 있는 부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논란의 핵심, 그래서 왜 난리야? 할인은 되잖아!
해당 이슈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결국 만나는 지점이 어디냐? ‘불필요한 포장을 금지해야 한다’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포장만 금지하는 거다 VS 아니다 할인을 못 하게 막는다’에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할인할 수 있는 방법은 많잖아! 굳이 포장 안 해도 시스템에 입력하면 된다.
VS
시스템에 입력할 수는 있지만, 즉시 대응이나 증정, 덤 방식으로 하는 경우는 어려워진다.
뭐 이 정도 됩니다.
당연히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이 환경을 생각하는 영역이 결국 할인(즉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는 쪽과, ‘포장과 할인은 무관하다 그냥 포장 없이도 할인 가능하잖아’가 됩니다.
이 부분은 드립으로 생각하며 봐 주십시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보면 돈을 기한 내에 갚을 수 없을 때는 안토니오의 살 중 심장에 가까운 살 1파운드를 제공한다고 계약을 합니다. 그런데 재판관은 계약서에 오로지 ‘살’만 적혀있을 뿐 ‘피’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살은 주되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라고 선언한다. 샤일록은 어떻게 살만 도려내고 피는 빼앗지 않는 게 가능하냐고 황당해하지만 재판관은 “잘해보셔”라는 식으로 대답하고 덧붙여서 “털끝만큼이라도 1파운드에서 차이가 나서는 안 된다”라고 합니다. |
금번 재포장 사례와는 다르지만 멀리 가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Q. 재포장 금지하는 게 왜 할인 금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거냐?
위에 설명드린 것처럼 초기에 나온 가이드에는 할인을 위한 재포장 금지(할인이 아닌 재포장은예외)라고 자료에 쓰여있습니다. 일단 가상의 예시를 들어 보면 매장에서 물건을 팔다가 잘 안 팔립니다. 그래서 3개를 묶어서 2개 가격에 팔고 싶습니다. 그러면 현재 기준으로 재포장을 해야 하지요. 그리고 별도 할인 스티커 등을 부착합니다. 그러면 할인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환경부의 재포장 금지가 시행되면 위와 같은 포장을 통한 할인은 불가능해집니다.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시스템으로 할 수 있지 않느냐? 네 가능합니다. 단, 사전에 그렇게 등록을 해 두어야 합니다. 매장에 갑자기 고객들이 많이 와서 그 고객들에게 빠르게 할인 판매를 통해 물건을 팔고 싶을 때 실시간으로 시스템적으로 등록이 현재로 가능하지 않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동일한 상품을 다수 구매할 때 할인하는 경우도 있지만, 증정/덤 형태로 할인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때 증정이나 덤으로 주는 상품은 그때그때 바뀌는 경우가 많고, 진열 위치도 떨어져 있는 경우가 있어서 한자리에 같이 포장해서 두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런 것도 재포장 금지로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골라 담기, 요구르트 골라 담기, 과자 골라 담기 등은 별도 봉투 없이 여러 개를 들고 가서 계산대에서 찍으면 되겠습니다만, ‘한 봉투에 담을 수 있을 만큼 가져가세요!’와 같은 프로모션은 어렵게 됩니다.
Q. 이미 편의점에서 재포장 없이 시스템으로 할인이나, 1+1, 2+1으로 잘 사고 있는데 그렇게 다들 하면 되는 것 아니냐?
네 전체적으로 보면 본 가이드를 편의점을 모델로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편의점은 묶음 시 진열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딱 하나씩만 들어가게 진열대를 짰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격표에 표시를 하고, 혹시나 소비자가 못 보고 덜 가져오면 금방 가서 가져올 수 있습니다. 마트 기준으로는 편의점 대비 상품 수가 10배 이상이고 공간은 50~100 배 정도 됩니다. 이 부분에서 혼란/불편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환경부에서 추가로 수정한 부분이 ‘처음부터 공장에서 패키지로 나오는 건 되고, 매장에서 묶음은 불가!’ 이렇게 했는데 실제 과다 재고 처분,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증정 혹은 신제품을 유통기한 임박 상품에 묶어 파는 등 현장에서는 재고 처리와 할인을 동시에 했지요.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처리하기 위해서 묶어 팔던 것을 시스템으로 한다면, 고객들은 유통기한 임박 상품이 아닌 최신 제조 상품으로 가져갈 겁니다 아마도. 요런 부분 등이 실제 업계에서는 고민되는 지점일 겁니다. ‘추가로 시스템에 그럼 유통기한도 넣으면 되지!’ 하시겠지만 현재 상품에 적용된 바코드(88코드)는 유통기한 정보가 없습니다. 애초에 시스템에 넣을 수가 없죠. 그리고 초기 가이드에서는 공장에서 만드는 것도 통상 판매하던 게 아니면 안 된다고 했었습니다. 명절세트도 불가였습니다. 또 할인점에서 적용되는 상황을 가정해보면 만약 할인을 고객이 인지하지 못해서 2개 사면 하나 더 주는 상품을 3개가 아니라 2개만 들고 오면, 그걸 가지러 다시 가야 합니다. 어떤 고객은 가겠죠. 누군가는 가지 않을 겁니다. 이런 불편함도 있고, 그때그때 할인 적용 상품을 바꿔가면서 실시간으로 현장 대응하는 부분이 어려워집니다. 현장에 할인 권한을 무한정 줄 수도 없기 때문이죠.
참고로 낱개 할인과 묶음은 좀 다릅니다. 시간 있으시면 아래 링크글도 함께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마트 행사, “50%할인 vs 1+1 증정” 뭐가 다르지?
Q. 근데 완전 재포장만 안되고, 띠지나 고리를 통한 할인은 된다는데 사실 왜곡 아닌가요?
이 부분은 환경부에서 해명자료를 내면서 추가된 부분입니다. 기존부터 공장에서 묶어서 나오던 통상 제품을 제외한 현장에서 묶는 것은 다 재포장에 해당된다가 최초 가이드였고, 이후에 완전 재포장(6면을 완전히 감싼 것)이 아닌 과자 여러 봉지를 묶는 띠지, 만두 1+1을 묶어놓은 띠지는 가능하다고 내용을 추가한 부분이니 처음 이의를 제기했던 기사 시점에는 왜곡이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환경부의 추가 자료를 살펴보면,
결론. 현재 기준으로 환경부에서 이야기하는 재포장 금지 지침은!
할인과는 무관하다. 여러 개 살 때 할인하는 건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관여할 영역도 아니고 관여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불필요한 포장을 야기하는 묶어서 파는 행위 자체는 금지한다 |
입니다.
그냥 보면 당연히 할인, 가격과는 무관한 영역으로 보이지만 현재 진행되는 오프라인의 대다수 행사들이 별도 패키지, 특가 패키지, 여름 한정 비빔면 추가 증정 등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영향을 미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말씀드리지만 할인 혜택이 사라진다는 아니고,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사전 준비가 필요하고! 판매 현장에서 즉각적인 할인을 통한 매출 부스팅은 어려워 진다. 그리고 할인을 직관적(묶음)이 아니라 안내문(할인 안내)을 통해 고지해야 한다’ 정도가 포인트라고 봅니다.
다들 이미 인지하시고 있는 내용들을 뒷북으로 한번 더 다루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15시 기준으로 시행은 내년(2021년) 1월로 연기되었고, 추가로 의견 수렴을 진행한다고 하니 관련 사항이 있으면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1+1 재포장 금지’ 세부지침 보완한다…내년 1월 시행
환경부 6월 22일 보완 지침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PS.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재포장 자체를 엄격히 금지하는데 집중했다면 멀티팩 자체도 접근했어야 하고, 보다 다양한 현장을 따져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할인점에 박스 포장을 없앤 것도 테이프 부분이었는데 제주도에서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하니 전체 적용을 했고, 금번 재포장 없이 할인을 적용하면 된다 부분도 편의점에서 그렇게 잘 하고 있으니 무리 없겠다 정도로 생각했을 수 있는데. 편의점은 공간 자체의 특성이 있고, 편의점 행사는 가격표를 보시면 알겠지만 대부분이 매월 1일에서 말일까지 즉 월 1회만 바뀝니다. 그때그때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나 할인점에는 현장에 수많은 판촉사원이 있고 그분들이 쥐고 있는 시식 상품과 증정 가능 상품이 있습니다. 그걸 활용해서 시식도 팍팍하고 증정도 두 개 세 개 주고 합니다. 이때 묶어서 주지 않으면 계산대에서 확인이 안됩니다. 처음에는 이 부분이 불가였다가 이후에 띠지는 괜찮다고 했는데 이건 박스 테이프 금지와 배치되는 면도 있습니다. 디테일하고 과감하고 해석의 여지가 없는 가이드가 앞으로 6개월 동안 잘 준비되었으면 합니다.
진짜유통연구소 박성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