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매뉴얼이란?
매뉴얼 만드는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하고 당장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최소 기능 매뉴얼을 말한다.
스타트업에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건 필수다. 스타트업 구성원 개개인은 일당백으로 많은 업무를 처리한다. 그리고 매뉴얼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레버리지(Leverage) 수단이다.
(레버리지에 대해서 뒤에 자세히 설명)
하지만 매뉴얼을 제대로 만드는 건 쉽지 않다. 매뉴얼은 해당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실무자가 만들 수밖에 없는데 실무자는 항상 바쁜 탓이다. 몰아치는 현업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거나, 어쩌면 비효율적인 방식에 익숙해져서 매뉴얼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한다. 혹은 매뉴얼을 ‘거창하고 완벽한 100페이지짜리 교본’처럼 여겨서 엄두도 못 낸다.
그래서 대체로 CEO나 팀장이 실무자에게 업무 매뉴얼을 만들도록 지시한다. 하지만 실무자가 필요에 의해 만들기 시작한 매뉴얼이 아니라면, 겉보기에만 훌륭한 매뉴얼이 만들어지기 일수다. 매뉴얼의 핵심 기능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매뉴얼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뉴얼에는 무엇보다 린(Lean)한 방식이 필요하다.
매뉴얼에 대한 고정관념
많은 사람들이 매뉴얼 만드는 법을 궁금해한다. 매뉴얼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막막해 하고 고민한다. 하지만 매뉴얼을 만드는 첫 번째 단계는 매뉴얼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것이다.
매뉴얼은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매뉴얼의 핵심 기능은 레버리지(Leverage)를 높이는 거다. 레버리지의 사전적 정의는 지렛대의 힘 정도로 풀이할 수 있는데, 지렛대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효과적으로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것처럼 어떤 자원을 활용하여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금융에서는 빚을 내어 많은 돈으로 더 큰 수익을 올리는 걸 레버리지라고 부른다.
즉, 우리는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지 매뉴얼이라는 환상적인 마법서를 만드는 데 집중해선 안 된다. 매뉴얼이 실패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매뉴얼에 대한 환상 때문이다.
실무자가 매뉴얼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
좀 더 현실적으로 매뉴얼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자동화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사람은 비효율에 쉽게 익숙해진다. 이미 비효율적인 방식에 숙달되어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이를 ‘일에 관성이 생긴다’고들 한다. 하던 대로 처리하는 것에 익숙해진 실무자들은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 하거나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2. 근시안적인 관점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데 급급하여 나중의 일을 생각하지 못한다. 똑같은 일을 다음에 또 하게 될 거라는 걸 모른다. 알아도 너무 바빠서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융통성 없이 당장 주어진 일부터 시작한다.
혹은 팀 관점에서 사고하지 못한다. 자기한테 주어진 일을 혼자 처리해내는 것에 몰두한다. 다른 팀 동료가 나와 똑같은 일을 하고 있더라도 협업할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자기 업무, 자기 팀 안에서만 생활한다.
3. 부담스러워한다.
동료에게 협업을 제안/강요하는 걸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제가 그런 걸 해도 되나요?”, “저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괜히 나서는 것 같아서…” 등등의 이유를 대며 피한다. 조직 구조나 문화가 경직되어 있거나 회사 안에 권위적인 관리자가 있을 경우 더더욱 심각하다.
매뉴얼 자체를 거창하게 생각해서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A to Z를 완벽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업무를 효율화’할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매뉴얼 작업’ 자체를 하나의 Project나 Task로 여긴다.
매뉴얼을 만드는 특별한 비법이나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 현업에서 매뉴얼이 만들어지지 않거나 망하는 건 위와 같은 편견들 때문이다. 린 스타트업에서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를 만들 듯이 매뉴얼도 최소한의 핵심 기능만 구현한 베타 버전을 만들어서 빠르게 실무에 적용해야 한다. 가볍게 만들어서 빨리 실무에 적용해보고 개선해나가는 방법이 ‘린 매뉴얼(Lean Manual)’이라 할 수 있겠다.
매뉴얼의 기능
매뉴얼의 효용은 세 가지가 있다.
▶ 자동화 : 비효율적인 단순 업무 등을 자동화한다.
Ex. 이메일 쓰는 데 30분씩 걸린다 (→ 글양식), PPT 도형 만드느라 시간을 다 써버린다. (→ PPT Full-deck)
▶ 가이드 :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원을 늘려서 과업이 효율적으로 분산되게 만든다.
*회사에서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는 건 개인에게나 조직에게나 손해다. 모든 업무가 그 사람에게 몰려 다른 성장 기회를 놓치게 되며, 업무가 몰리니 과부하가 생겨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이 생긴다.
▶ QC관리 : 여러 사람의 업무 품질을 동일한 수준으로 통일시키고 향상시킨다.
*QC(Quality Control) : 업무 결과물의 품질
린 매뉴얼의 종류
1. 대시보드 (Dashboard)
– 요약 : 최신 요약 문서/파일
– 의미 : 자동차 운전석에서 주행 속도나 남은 연료 현황 등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계기판이 대시보드다. 이처럼 산발적으로 퍼져 있는 데이터를 한 곳에 보기 좋게 모아놓고 최종 버전으로 업데이트하여 관리하는 것이 대시보드 매뉴얼이다. 노션(Notion)이나 구글 시트처럼 공동으로 작업이 가능하면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툴을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혹은 여러 버전 중 최종 버전의 파일을 모아놓는 폴더 형태로 운영하기도 한다.
※ 모두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해서 정보가 잘 유통되는 건 아니다. 정보를 쉽게 찾고, 이해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것이 레버리지를 높이는 방법이다.
▶ 예시 1) 용어집
외부 마케팅/브랜딩 차원에서 전사 모든 부서가 동일한 워딩(wording)/표현을 사용하기 위해서 용어집을 만든다. 특히 시장 반응에 따라 제품/서비스의 소구점이 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용어집을 최신화하여 누가 언제 보더라도 일관된 용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제안서, SNS광고, 회사 홈페이지 등 각 영역에서 이 대시보드를 기준으로 작업한다.
▶ 예시 2) 프로젝트 관리 시트
팀원 개개인에 대한 업무 보고만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모든 팀원이 프로젝트 업무 현황을 볼 수 있도록 하나의 구글 시트로 관리한다. 프로젝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과업을 적고, 각각의 담당자와 납기, 진행 현황(완료 여부)을 표기한다. 각 과업의 담당자는 자신의 과업 진행 상황을 업데이트한다. 이를 통해 PM(Project Manager)은 프로젝트 진행 현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지연되는 업무를 촉진시키거나 업무가 과중한 인원의 업무를 덜어주는 등의 Management를 수행할 수 있다.
▶ 예시 3) OKR 대시보드
OKR(Objective & Key Results)은 기업의 성과 목표를 촉진시키는 경영 기법 중 하나다. 기업은 OKR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에 맞게 회사의 자원을 관리해야 한다. 회사 전체의 OKR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 부서/팀의 OKR 목표를 정하기 때문에 전체 OKR 현황을 대시보드로 관리하는 게 좋다. 특히 OKR의 핵심은 목표를 끊임없이 상기시켜서 구성원들이 항상 도전적으로 일하도록 촉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최신화된 OKR 대시보드를 만들고, 회사 전체의 OKR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정리해놓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자기 팀과 개인의 업무가 어떻게 목표에 기여하는지 이해하고 스스로 동기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풀덱 (Full-deck)
– 요약 : A부터 Z까지의 여러 정보를 한 군데서 보기 쉽게 모아놓는 것
– 의미 : 카드 덱을 만들어서 상황에 맞게 필요한 카드를 꺼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처럼, 활용 가능한 자원을 모아 하나의 덱으로 만드는 걸 말한다. 매번 정보/자료를 찾기 위해 구글 드라이브를 헤매거나 동료에게 요청하는 게 아니라 풀덱(Full-deck) 파일/폴더 하나만 있으면 원하는 정보를 단번에 찾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
▶ 예시 1) PPT 재료 풀덱
PPT를 만들 때마다 시간을 잡아먹는 반복 업무가 있다. 정해진 PPT 레이아웃(Layout) 형태를 맞춘다든지 CI(Corporate Identity)에 맞는 색상을 사용한다든지 도형/도식을 그리는 업무들이다. 이를 효율화하기 위해 완성된 레이아웃 형태와 색상, 다양한 도형/도식을 하나의 PPT 파일 안에 모두 넣어둔다. 작업자는 이 하나의 풀덱 안에서 필요한 도형을 그대로 ‘복사-붙여넣기’ 하여 사용한다.
▶ 예시 2) 제안서 풀덱
수없이 많은 제안서를 작성하지만 제안서에 들어가는 항목은 대개 비슷하다. 이러한 각 항목 별로 들어갈 재료를 하나의 파일/폴더에 모아둔다. 제안서를 새로 작성할 때에는 사업 내용에 맞게 풀덱에서 필요한 재료를 뽑아서 쓴다. 제안서를 새로 만들거나 내용이 바뀔 때마다 풀덱을 함께 업데이트해준다.
▶ 예시 3) 콘텐츠 Backbone
뼈대가 되는 파일 하나를 만든다. 교육 회사로서 교육할 콘텐츠의 내용, 템플릿, 소요 시간, 준비물, 투입 인력 등 모든 항목을 하나의 Backbone 파일로 만든다. 이 Backbone을 바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안서를 만들고 R&D한다.
3. 가이드 (Guide)
– 요약 : 업무 지침
– 의미 : 다른 사람이 매뉴얼만 보고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 지침을 정리하는 것이다. 업무 병목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사람이 업무를 쉽게 나누어 가질 수 있게 만들고, 새로운 인원이 들어왔을 때 인수인계 시간을 줄여준다.
▶ 예시 1) 전화 응대 가이드
제품/서비스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사람만 고객 전화에 응대할 수 있을 경우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해당 담당자의 업무는 마비될 것이다. 전화 응대 매뉴얼을 만들어서 다른 동료가 전화를 받더라도 해당 제품/서비스에 대한 문의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만든다.
▶ 예시 2) 운영 매뉴얼
각종 업무에 대한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서 여러 사람의 업무 퀄리티를 상승시킨다. 제각각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고, 더 나은 업무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이를 하나로 모아 가이드를 만든다. 여러 실무자의 업무 방식을 녹이기 위해서는 일대일 면담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얘기한 매뉴얼 예시들을 보면 거창하고 대단한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매뉴얼은 모든 걸 한 번에 정리하려고 하면 실패하는 것이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수준을 만들어서 업데이트하며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매뉴얼 운영 노하우
▶ 처음 하는 일이라면 매뉴얼을 만들면서 일한다.
매뉴얼의 시작은 자기만의 업무 방법론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한다. 과업을 수행하기 전에 노트북에서 손을 떼고 머리로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방법론을 정리한 다음 일을 시작하는 게 좋다. 매뉴얼은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서 업무 방법론을 만드는 작업이다.
이미 비효율에 익숙해진 뒤에는 업무 방법론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어떠한 일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업무 방법론을 만들어 나가야 성공한다. 초심자만이 캐치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다.
▶ 매뉴얼을 위한 매뉴얼이 되지 않도록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든다.
핵심 기능만 구현하여 실전에 바로 사용하고, 업데이트/개선하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매뉴얼은 단순히 업무의 A to Z를 정리하기 위해 만드는 게 아니다. 매뉴얼의 완성도를 높일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실전에 활용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게 낫다. 일례로 매뉴얼 만드는 데에만 3개월을 쏟은 팀원이 있었다. 과장 보태여 100페이지 분량의 매뉴얼을 만들었으나 그 누구도 매뉴얼을 읽어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린 매뉴얼은 제작하는 과정에서 항상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실제로 매뉴얼을 쓰게 될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해야 실용적인 매뉴얼이 나온다.
▶ 초반 시행에는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에는 관성이 있다. 사람들은 기존에 일하던 방식으로 일하는 걸 선호한다. 새로운 업무 규칙이나 매뉴얼을 만들어서 제안하더라도 호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뉴얼이 실제로 업무 효율을 높여준다는 효용을 체감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서 약간의 강제성을 부여하는 게 필요한데 관리자가 아닌 실무자 입장에서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럴 땐 경영진/팀장을 설득하여 지원을 받거나 해당 과업에 관련된 킹핀(King-pin)을 설득하는 게 좋다. 킹핀이란 볼링핀 중에서 가장 앞의 1번 핀 뒤에 숨은 5번 핀을 의미한다. 5번 핀을 제대로 맞춰야 모든 핀이 쓰러지는 스트라이크가 나온다. 매뉴얼도 마찬가지로 팀장을 설득하기보단 해당 과업의 핵심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매뉴얼을 발의하는 게 아니라 킹핀의 입을 빌려 매뉴얼을 제안하는 게 효과적이다.
린 매뉴얼의 핵심
린 매뉴얼은 개념과 철학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레버리지(Leverage)라는 거대한 프레임 안에서 사고해야 한다. 평범한 사람은 월급을 조금씩 모아 수십 년이 걸려 집을 사지만, 영민한 사람은 빚을 내어 집을 산 뒤 집값이 올랐을 때 팔아 더 많은 이윤을 남긴다. 다른 자원, 다른 사람의 노동력, 역량을 활용하여 나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건 레버리지(Leverage)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했을 때 가능하다.
매뉴얼의 핵심 기능은 레버리지다. 어떤 방식이 되었든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내면 된다. 매뉴얼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요? 양식은 어떻게 만드는 게 좋은가요? 이런 지엽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건 ‘매뉴얼을 위한 매뉴얼’, ‘정리를 위한 정리’를 부추길 뿐이다. 매뉴얼이라는 이름과 수단에 집착하지 말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낫다.
그래서 린(Lean) 매뉴얼이다. 사업가가 1년 동안 열심히 만든 제품/서비스가 왜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가? 시장 반응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로 자기 머릿속에서만 완벽한 제품/서비스를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이나 양식 따위에 집착하고 핵심 기능을 검증하지 않기 때문에 PMF(Product-Market Fit)이 맞지 않는 제품이 나온다. A에서 B까지 빠르게 이동하는 핵심 기능을 구현하는 건 수억 원짜리 자동차가 아니라 30만 원짜리 전동 킥보드로도 가능한 일이다. 실제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검증하지도 않고서 처음부터 완벽한 자동차를 만들려는 식이니까, 100페이지짜리 쓸모없는 매뉴얼이 나온다.
경영자가 할 일은 경영이다. 실무자가 직접 업무 규칙을 만들고 매뉴얼을 만드는 건 어렵고 부담되는 일이다. 조직의 레버리지는 경영자가 지원/관리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경영자야말로 체제의 수호자이자 조직 문화의 독재자라면 어떤 실무자도 레버리지를 만들어내지 않을 것이다. 조직에서 가장 오래 생활한 CEO야말로 비효율적인 기존 체제에 가장 잘 적응한 보수주의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CEO는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회사의 조직 문화는 곧 CEO의 행동 양식처럼 대해진다. 인사 담당자는 CEO의 확성기 마냥 CEO의 방식을 전파하고 퍼트리는 역할을 맡곤 한다. 하지만 업무 방법론이나 매뉴얼은 누가 만들 수 있는가? 해당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실무자만이 만들 수 있다. 독재자 밑에서 자발적인 혁신은 없다.
물론 실무에 치이면 당사자는 자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CEO든 실무자든 똑같다. 이는 실리콘 밸리의 유니콘 기업에서도 대한민국의 5~10명 규모의 스타트업에서도 똑같이 반복되는 문제다. 그러니까 지나치게 심각히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다. 모든 과정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린하게 매뉴얼을 만들고 레버리지를 높여보면 어떨까.
유디V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