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12월, 서울에 낯선 건물이 들어섰다. 정식 명칭은 YTN서울타워, 우리가 흔히 남산타워 혹은 서울타워라고 부르는 건물이었다. 높이는 236.7m로 유명한 타워인 에펠탑(324m)이나 도쿄타워(333m)에는 못 미치지만 그 부족을 지형으로 극복했다. 남산 정상에 건물을 지어 해발고도만큼은 무려 479.7m에 이른 것이다.
지금에야 그와 비슷한 높이의 건물이 서울에 즐비하지만 1970년대만 하더라도 남산타워의 존재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1962년에 건립된 한국 최초의 아파트(마포 아파트)는 기술력의 한계로 당초 목표였던 10층을 채우지 못한 채 6층 건물이 되었으며, 31층 110m 높이의 삼일빌딩도 1970년이 되어서야 들어설 수 있었으니 말이다. 더불어 롯데타워가 세워지기 전까지 ‘높은 건물’의 대명사였던 63빌딩이 지어진 것도 1985년의 일이니, 당시 사람들 입장에선 남산 꼭대기에 세워진 이 기괴한 모양의 건물이 놀라울 수밖에 없었을 게다. 심지어 건설 당시 사람들 사이에선 남산터널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배출하기 위해 굴뚝을 짓는다는 소문까지 돌았을 정도.
수도권 지상파 방송의 전파 송출을 위한 종합송신소 역할을 위해 지어진 이 건물은 이후 박물관과 공개홀, 기념품점 등이 들어서며 명실상부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2012년에 진행된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남산타워를 서울의 대표 관광명소 중 하나로 선정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타워의 모양을 본뜬 열쇠고리를 사고, 루프 테라스로 가 연인과의 약속을 적은 사랑의 자물쇠를 매단다. N서울타워는 이제 서울의 상징이기도 하다.
건물이 도시의 상징이 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파리를 말하면 ‘에펠탑’을 떠올리며, 뉴욕을 생각하며 ‘자유의 여신상’을 그린다. 에펠탑 없는 파리, 빅벤 없는 런던, 자유의 여신상 없는 뉴욕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그런 곳을 생각하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지 싶다.
기획 또한 앱에 하나의 랜드마크를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람들이 앱을 ‘왜 쓰는지’ 이유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배달 정보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채 다짜고짜 광고만 덕지덕지 붙어 있는 배달앱, 송금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금융앱을 쓰고 싶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테니 말이다.
우선 덜어내야 할 것은 욕심이다. 외주사의 입장에서 기획 업무를 맡다보면 처음과는 달리 요구사항이나 아이디어가 한도 끝도 없이 늘어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생각해 보니까 이런 아이디어도 괜찮겠더라고요”, “수익화를 위해선 이것도 빠지면 안 될 것 같아서 말인데요”, “비슷한 앱을 보다 보니까 좋은 기능이 있어서요.” ‘기능’이 아닌, 욕심을 채운 서비스는 서울 한복판에 에펠탑을, 중국 시골 마을에 스핑크스를 세우는 것과 매한가지이다.
이 기능이 우리 서비스의 핵심 기능으로 작동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우리 서비스가 지향하는 방향과 기능이 잘 부합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아무런 고민이나 계획 없이 ‘좋아보여서’, ‘남들이 다 하길래’ 만드는 기능은 곧 사장되게 마련이다.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유의 여신상이 북경 혹은 상트페테르부르크 한복판에 있다고 상상해보라. 그건 결코 잘 된 건축, 제대로 짜여진 기획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서비스 기획은 남산 꼭대기에 전망대를 세우는 일, 파리 한복판에 에펠탑을 세우는 일과 같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어떤 기획을 하고 있는가?
이준형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