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서베이는 본 자료를 위해 오픈서베이 패널 중 20~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국가 및 가정 경제에 대한 인식과 소비행태의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자료 요약본은 아래 버튼을 눌러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경기 침체 때마다 소비행태는 변했습니다
2019년은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높았습니다. 한국은행이 전망하는 경제성장률은 2018년 1월 이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으며, 지난 19년 10월 국내외 여러 기관이 추정한 평균치는 2%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 심리지수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966년 1월부터 기록된 물가 상승률 역시 19년 9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찍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소비행태 변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어떻게 소비가 변화하는지를 관찰하면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에 통계청이 집계하는 ‘가계 최종 소비 지출’이 2분기 연속으로 감소한 시기를 꼽은 뒤, 경기 침체기에는 어떤 항목에서 지출이 늘거나 줄었는지 살펴봤습니다. 참고로 대한민국 역사상 2분기 연속으로 가계 최종 소비 지출이 감소한 시기는 딱 3번뿐인데, 바로 IMF, 신용카드 대란, 글로벌 금융위기입니다.
먼저 소비를 줄이는 항목을 살펴보면 해외여행, 교통, 의류 및 신발, 오락문화 등 쓰지 않아도 딱히 생활에 지장이 없는 재량재 위주입니다. 반면, 소비를 줄이지 않거나 오히려 늘려온 항목은 교육, 식료품, 통신, 임료 및 수도광열 등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재들입니다. 경기 침체 마다 재량재 소비는 줄이고 필수재 소비는 늘리는 패턴이 유사하게 관찰된 겁니다.
그렇다고 모든 패턴이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만은 아닙니다. 2002년 신용카드 대란 때는 해외여행에서의 소비인 ‘거주자 국외 소비지출’은 오히려 증가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오락 문화 소비가 증가했습니다. 이렇듯 각 시기마다 조금씩 다른 소비행태가 발견됩니다. 그렇다면 2019년에 찾아온 경기 침체에는 또 어떻게 다른 소비행태가 관찰될지 궁금해집니다.
소비자에게 경기 침체에 대해 물었습니다
먼저 소비자에게 경기 침체 위기감이 소비행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물었습니다. 20~50대 남녀 1,000명에게 소비 지출과 관련한 몇 개의 질문을 던지고 동의하는 정도를 알아본 건데요. 조사 결과, 2019년의 소비자들은 전반적으로 집에서, 즐겁게, 나를 위해, 그리고 합리적으로 소비하고 싶어 합니다.
특히, 여행·영화·외식 등 특별한 경험과 관련된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이 많은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20대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모든 항목에서 20대가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동의도를 보이거든요. 20대가 변화하는 지금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구매 채널 기준으로도 소비 증감을 살펴보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작년보다 지출이 늘어난 채널과 줄어든 채널을 물어봐서 아래 표에 정리해봤습니다. 살펴보면 소비가 늘어난 채널은 온·모바일 쇼핑몰, 동네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정도입니다. 다른 채널은 모두 소비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통계청의 소매 판매액 데이터는 소비자의 인식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줍니다. 슈퍼마켓과 대형마트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편의점의 성장세도 꺾이고 있죠. 반면, 백화점은 계속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왜 백화점에 대한 두 데이터에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는 아래 파트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소득별·직업별로 느끼는 위기감이 다릅니다
2019년의 경기 침체 위기감은 소득별·직업별로 온도 차가 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백화점 상품군별 매출 증가율에 따르면 2019년 2분기 백화점 매출 성장은 명품이 이끌었습니다(18.5%). 이는 2008년 4분기 국제금융위기로 경기가 침체 됐을 때와 비슷한 양상입니다. 당시에도 백화점은 명품 카테고리에서 매우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죠(26.9%).
이러한 백화점 명품 매출을 견인하는 소비자는 상위 1~20%에 해당하는 VIP 고객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백화점 매출 중 상위 1% VIP 고객의 구매액이 백화점 전체 매출의 25%를, 상위 20% VIP의 구매액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기사 링크). 즉, 명품 소비는 백화점의 상위 VIP 고객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오픈서베이 패널의 응답과 실제 매출 데이터 간 차이는 여기서 발생한 겁니다.
이런 온도 차는 오픈서베이 패널 대상 조사에서도 가구 소득에 따라 살펴보면 더욱 확연히 나타납니다. 월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는 작년보다 쇼핑, 모임, 동호회 활동 등 집밖에서 시간을 더 보내기도 하고, 가전·명품 등 고가 제품 소비를 딱히 줄이지도 않았습니다(각 39.3%, 31.7%). 앞서 경기가 어려울 때 재택형 소비가 늘고 재량재 소비가 줄어든다고 했는데, 이와는 정반대의 소비행태를 보이는 셈이죠. 소득에 따른 양극화가 관찰되는 겁니다.
소비자들은 1년간 어떤 소비를 줄이거나 늘렸을까
이번에는 지난 1년간 소비자들이 어떤 항목에서 소비를 줄이거나 늘렸는지 전반적인 조사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오픈서베이 패널을 대상으로 명품 구입, 배달음식 이용, 생활용품 구매, 식료품 구매 등 세분화된 지출 항목에 대해서 지난 1년간 소비가 줄거나 늘었는지 물었습니다.
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지출을 가장 많이 줄인 항목은 의류·신발, 명품, 가전제품 등 구매하지 않아도 생활에 별 지장이 없는 재량재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소비가 늘어난 항목은 식료품, 교육비, 병원 및 건강 유지비, 공과금, 통신비 등 필수재입니다. 이는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과거의 경제 위기와 비슷한 양상입니다.
그런데 연령대로 뜯어보면 20대에서 독특한 면모가 발견됩니다. 문화, 배달음식, 외식 소비가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이는 전 연령대로 보면 소비가 소폭 증가하거나 오히려 떨어진 카테고리거든요. 반면, 20대에서 활발하게 소비할 것 같은 미용·화장품, 전자제품은 오히려 소비가 가장 줄었습니다(각 -10%, -8.2%). 20대를 중심으로 소비 트렌드가 ‘구매와 소유’에서 ‘경험과 가치’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년간은 어떻게 변화할까
위와 같은 방법으로 앞으로 1년간은 어떤 소비를 줄이거나 늘릴지 물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지난 1년간 소비를 줄이거나 늘려온 항목과 비슷합니다. 의류·신발·액세사리, 명품, 가구 및 실내장식품, 가전제품 등 재량재 소비를 줄이고, 병원 및 건강 유지비, 식료품, 공과금, 교육비 등 필수재 소비는 늘리겠다고 한 거죠.
다만, 앞으로는 지난 1년간보다 좀 더 위축된 소비행태가 예상됩니다. 예전에 쓰던 것보다 앞으로 더욱 소비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지난 1년간 그래프보다 항목별로 마이너스 수치가 좀 더 높은 편이죠. 그만큼 소비자들은 경기 침체가 빨리 회복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눈치입니다.
한편, 20대를 중심으로 인상적인 조사 결과가 눈에 띕니다. 한창 새롭게 뷰티 소비를 늘려야 할 20대에서 미용·화장품 항목의 소비가 줄어들 것 같다고 응답한 겁니다(-7.8%). 이러한 20대는 오락문화와 해외여행 등에 대한 소비는 오히려 늘리겠다고 했습니다(각 9.1%, 4.6%).
20대 전반에서 구매와 소유보다 가치와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 트렌드와 특히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탈코현상’ 등 가치관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경기 침체가 이어지더라도 넷플릭스·유튜브 등 집 안에서 즐기는 재택형 오락문화에 대한 소비는 줄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0대에게 콘텐츠는 또 다른 의미의 필수재가 되고 있는 거죠.
또한, 20대의 배달음식 소비를 줄이겠다는 응답도 흥미롭습니다. 배달음식은 지난 1년간 특히 20대를 중심으로 소비가 증가한 항목이거든요. 이에 응답자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다른 항목들보다 쉽게 줄일 수 있는 비용이라서’라고 답했습니다.
물론, 이외에 각 배달 앱의 할인 마케팅 경쟁이 끝난 뒤 정상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소비 심리가 잠시 위축된 점, 배달음식이 편리하고 맛도 좋지만 건강한 식습관이라는 인식은 아직 잡혀있지 않다 보니 의식적으로 소비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실제 배달음식 소비가 줄어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시점에 정확히 예측하기 힘듭니다. 배달음식 시장은 곧 연 20조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이 실제 소비행태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비자들이 배달음식에 대해 위와 같은 심리적 저항이 있다는 점은 참고해두면 좋겠습니다.
경기 침체 위기감, 이것만은 꼭 기억합시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살펴본 내용을 핵심 키워드 5가지를 꼽아봤습니다.
양극화: 직장인과 자영업자, 가구 소득 차이에 따른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오프라인 유통 채널 양극단에 있는 백화점과 편의점이 모두 매출 성장을 하는 모습이 발견됩니다.
재택형 소비: 의류 및 신발, 교통비가 줄어들며 식료품과 통신비가 증가하는 재택형 소비행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특히 20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새로운 필수재: 문화생활, 외식, 배달음식 등은 과거에는 생활하는데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는 새로운 필수재로서 경기 침체 마다 꾸준히 소비가 증가하는 카테고리입니다.
20대의 반란: 20대가 미용·화장품에 대한 소비를 줄이고 문화생활에 투자를 하는 모습은 구입과 소유에서 가치와 경험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해외여행도 처음에는 쇼핑하러 갔다가 나중에는 액티비티와 현지 음식 먹으러 가듯, 20대를 중심으로 가치와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행태가 보입니다.
합리적 소비 노력: 경기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노력합니다. 핫딜과 프로모션, 가성비 좋은 PB 제품이나 저가 브랜드에 대한 소비는 줄이지 않거나 오히려 늘리는 현상이 앞으로도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픈서베이 하반기 세미나: EAT BUY PLAY 2019
경기가 어렵다고 해서 무조건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지출을 줄이는 항목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항목도 있죠. 경기가 어렵고 트렌드가 급변하는 시기일수록 촘촘하게 소비자 데이터를 살펴보며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세미나는 오픈서베이가 지난 1년간 축적한 소비자 데이터와 추가 조사 내용을 기반으로 이러한 시기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정리하는 자리입니다.
본 글은 이번 세미나 발표 내용을 정리한 아티클입니다. 추후 EAT, BUY, PLAY에 이르는 3가지 영역에 대한 소비행태의 변화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아티클을 순차적으로 발행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발표 내용에 대해 살펴보고 싶으시다면 아래의 버튼을 눌러 세미나 발표 요약 자료를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은 오픈서베이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