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하면서 재미있는 일을 겪고 있습니다. 미팅을 같이 했는데 서로 미팅 후 방향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같은 전제를 가지고 각자 다른 해결 방안을 생각하면서 다른 방향을 이야기하는 것은 건전한 토론입니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전제가 모두 다르다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긴 시간 미팅에서 정말 중요한 포인트를 각자 다르게 집어낸 것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서로 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걸음을 내딛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지면 매우 난감합니다. 미팅을 다시 하면서 시간 낭비를 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죠.
말이 너무 많으면 수습이 잘 안됩니다. 흡사 데이터 마이닝을 하면서 불필요한 데이터를 보정하는데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것처럼 회의에서 많은 발화량은 때로 정리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획자가 하는 주요 역할 중 하나는 ‘정리’하는 것입니다. 회의가 끝나면 몇 가지 이슈로 도식화를 해서 회의 참가자 및 참석하지 못한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정리해서 메일을 발송합니다. 관리에 찌든 회사는 이게 기획자의 역할이라고도 당당히 말합니다. 사실 엄청난 비용을 내부에서 쓰고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죠.
미팅을 모두가 완전하게 이해하는 데 몇 가지 팁들이 있습니다. 혹시 매번 회의 정리를 위한 후속회의를 다시 하고 있다면 아래 제안드리는 내용 중 하나라도 같이 해 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1. Wrap-up
회의를 마치기 전에 회의 내용 중 이슈를 정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과정이 고정적으로 들어가서 회의 어젠다가 원만히 결과로 연결되는 회사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습관이 되지 않으면 계속하기 힘듭니다. 주요 쟁점에 대해 회의를 하다가 중간에 덮어놓거나 미룬 내용을 여기서 다시 나누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게 내버려 두면 회의를 한 의미가 없어집니다. 전체 회의 내용 중 중요한 주제 키워드를 말하고 그게 어떤 방향으로 입장이 정리되고 다음 액션으로 연결되는지 사회를 맡았거나 주최를 한 조직에서 한 번 말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회의 마치고 돌아가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해서 입장 차가 다시 발생하는 것보다 이게 낫죠.
2. 속기록
속기를 하는 인원을 전담으로 두는 회사도 있습니다. 그만큼 디테일은 중요합니다. 어떤 취지에서 나온 이야기인지 뉘앙스를 파악하는 것은 활자로 된 텍스트 자체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려줍니다. 억지로 하는 건지, 알고 하는 건지, 보이기 위해서 하는 건지, 하려고는 하는 건지 전체 맥락을 읽는 것은 사실 내용보다 더 중요하기도 합니다. 조직에서 벌어지는 일은 복잡한 배경이 많기에 이런 과정은 실전에서 중요합니다. 속기는 모든 것을 다 쓸 필요는 없습니다. 한 번 말할 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정도가 들어가 있으면 됩니다. 다만 회의 마치고 난 직후에 속기록을 보내어 후에 다른 이야기가 안 나오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회의 때 순간 말을 더하거나 덜한 것이 있어도 조직과 조직 사이의 미팅이라면 이것 역시 중요한 부분이라 팩트를 정확하게 기술하고 공유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3. 메일 연결하기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잠깐은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확률상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의 머릿속에 생각은 다른 모습으로 자라기도 합니다. 그래서 며칠, 몇 주 지나서 같은 주제로 만나면 서로 원하는 바가 처음과 달리 다양해져 버리는 일이 생깁니다. 물론 일을 발전시키는 방향에서 이런 다양성이 있는 게 아닌 아예 전제 자체가 다른 것을 말합니다. 고객의 핵심 니즈가 무엇인지, 법적인 검토는 무엇을 중요하게 봐야 하는지 등 같은 보트를 탄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이해하면 어려워지는 내용을 말합니다. 그래서 일이 추진될 때 서로 주고받는 메일이나 슬랙 같은 솔루션에 계속 과거 히스토리를 한 번에 이어서 볼 수 있게 코멘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두가 다 이 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관심의 정도도 다르기에 나의 이해도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메일을 보낸다면 과거 주고받은 메일을 전달해서 그 위에 새 메일을 붙여 보내는 것이 가장 깔끔합니다. 모두 같은 데이터를 보면서 이야기하는 게 가장 깔끔하니까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자주 만나서 이 주제를 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에 커피를 같이 하거나 같이 걸으면서 그때 논의했던 주제를 다시 리마인드 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외부 조직과의 미팅은 앞서 말씀드린 팁들이 도움이 조금이나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방법은 왕도가 없습니다. 지금 잘하고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도 같이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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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