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오픈서베이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창업자 149명, 스타트업 재직자 250명, 대기업 재직자 500명, 대학생 졸업 예정 및 취준생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9’ 내용을 활용해 작성한 글입니다.
스타트업, ‘주52시간제’ 준비 안 됐다 57.1%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9의 화두는 ‘주52시간 근무제(이하 주52시간제)’입니다. 현재 주52시간제는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는데요. 2020년 1월 1일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 2021년 7월 1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도 주52시간제가 적용됩니다. 근로자 50인 이상 스타트업일 경우, 주52시간제를 준비할 시간이 몇 달이 채 남지 않은 겁니다.
그런데 과반 이상의 스타트업 창업자가 주52시간제 시행에 앞서 아직까지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57.1%). 주52시간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적지 않은 편입니다(33.6%). 이유를 물어보니 “회사/업종별로 상황이 달라 일률적인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스타트업의 자발적 동기부여 문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를 담당한 오픈서베이 김재영 팀장은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조사에 참여했던 스타트업 창업자/근로자의 직장 규모를 살펴보면 대부분 5~50명 정도 규모의 응답자이기 때문에 아직 현실적으로 고민하면서 준비를 하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설문에 참여한 스타트업 재직자 250명을 기준으로 각 스타트업 규모를 살펴보면, 근로자 50명 미만 스타트업에 재직하는 비율이 75.6%에 이릅니다. 이들은 내후년 하반기에나 주52시간제를 적용받게 됩니다. 이에 현시점에 준비 여부에 대해 냉정히 판단하기는 다소 가혹할 수 있습니다.
한편, 스타트업 재직자는 주52시간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상대적으로 적고,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각 15.6%, 46.0%). 아무래도 창업자와 재직자는 회사를 바라보는 입장이 서로 다르다 보니, 주52시간제에 대한 인식에도 온도 차가 좀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들은 토스·배민·쿠팡이 궁금합니다
창업자·스타트업 재직자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 금융 앱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를 꼽습니다(각 19.8%, 11.2%). 나아가 창업자는 일하는 방식을 알고 싶은 스타트업으로도 비바리퍼블리카를 1순위에 꼽았습니다(26.8%). 스타트업 업계에서 토스가 갖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죠.
불과 1년 전만 해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일하는 방식을 알고 싶은 스타트업으로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을 1순위로 꼽는 사람이 가장 많았습니다. 최근 1년 새 적지 않은 인식 변화가 이뤄졌다는 뜻이죠. 물론, 대기업 재직자·취준생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과 일하는 방식을 알고 싶은 스타트업에 우아한형제들을 여전히 1순위로 꼽습니다.
이에 대해 김재영 팀장은 “빠르게 성장하거나 일하는 방식을 배우고 싶다는 스타트업으로 토스와 배민이 많이 언급됩니다.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접근하기 쉬운 서비스라는 점도 긍정적인 인식이 형성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토스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도전’, ’사용자 1,000만 돌파’ 등 뉴스가 활발히 나온 덕도 무시할 수 없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스타트업은 계속 좋아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스타트업 업계에 대한 인식은 계속 좋아지고 있습니다. 먼저, 창업자들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3년 연속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63.9%▶68.0%▶73.4%). 올해보다 내년에 분위기가 더 좋아질 거라는 인식 역시 부정적인 인식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습니다(각 55.7%, 12.8%).
스타트업 재직자의 인식도 꾸준히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먼저, 스타트업 재직자들은 스타트업 생활에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생활에 만족하는 재직자가 그렇지 않은 재직자보다 3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죠(각 54.4%, 14.4%). 이는 2018년보다 5.6% 오른 수치입니다(48.8%▶54.4%).
대학교 졸업 예정자들의 스타트업 취직 의사도 작년보다 10%가량 올랐습니다(23%▶32%). 주로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 빠른 성장으로 인한 성취감 등을 이유로 꼽았는데요. 쿠팡, 토스, 배민 등 특유의 기업 문화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 사례를 통해 긍정적 인식 및 취직 의사가 늘어난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기자간담회 주요 Q&A 내용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발간 기자간담회는 오픈서베이 김재영 팀장뿐만 아니라 성균관대학교 김장현 교수,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최성진 대표, 매쉬업엔젤스의 최윤경 팀장이 함께했습니다. 아래에 리포트에는 실려있지 않은 기자간담회 주요 질의응답을 정리했습니다.
Q. 미국과 비교해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담론이 다양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국내는 스타트업을 다루는 미디어의 전문성이 아직 깊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니 투자 유치·회수 등 표피적인 사안 중심으로 담론이 형성되곤 합니다. 이에 스타트업 업계 관련 담론이 심층적이고 다변화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전문 기자 육성이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많은 사안이 미비한 정부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경험치가 누적됐습니다. 그간 정부는 광대역 인터넷 보급 등 많은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제는 솔루션을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토양을 제공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 성균관대학교 김장현 교수
Q. 주52시간제에 대한 스타트업 창업자와 재직자 간 인식의 온도 차가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초기 스타트업은 흔히 말하는 데스밸리를 통과하는 과정이라 근무 환경이 열악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하죠.
하지만 쾌적한 근무 환경을 위해 데스밸리를 통과하는 단계에 다른 기업과 같은 수준의 근무 환경을 강제하는 것도 능사는 아닙니다. 이 단계 때는 초기 창업자들이 최선의 노력을 보여야만 회사가 성장한다는 걸 잘 알고 있고, 또 열심히 일하길 스스로 바라기도 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누군가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해서 스톡옵션을 받았는데, 기업이 몇 년 후 유니콘 레벨로 성장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럼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는 생각으로 과거 주70시간 이상 일했더라도 근무 환경에 대한 불만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스타트업 생태계를 바라볼 때는 다양한 관점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
Q. 물류 분야 창업은 아직 활발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류는 아무래도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하니까 초기 창업이 쉽지 않다고 여기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인프라 설치 없이도 가능한 사업 모델도 있어서, 그 외 분야에서는 다양한 기회가 여전히 많지 않나 싶습니다. 한 예로 매쉬업엔젤스는 얼마 전 해외 수출입 시 견적 비교를 낮게 해주는 서비스를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한 바 있어요.
더불어 매쉬업엔젤스의 투자는 초기 창업자 중심으로 이뤄져서 다양한 사업 계획서를 수시로 받아보곤 합니다. 그 덕에 스타트업에 대한 하이라이트급 기사가 나오면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에 좋은 스타트업 관련 기사가 많아진다면 관련한 스타트업이 더욱 다양하고 많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매쉬업엔젤스 최윤경 팀장
|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9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9는 이외에도 창업자, 스타트업 재직자, 대기업 재직자, 취업 준비생이 생각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인식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에 더욱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눌러 원문 리포트를 내려받아 보시길 바랍니다.
해당 글은 오픈서베이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