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어렵지 않아요
지금 이 글을 보는 분은 아마 회사가 이런 상태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 (제품 완성도에 치중하기 위해) 홍보 담당자가 존재하지 않거나, (SNS 채널이 주요 홍보 수단이기 때문에) 홍보 담당자가 없거나, (언론 홍보의 효과를 확신할 수 없어서) 홍보 담당자가 없는 경우, 즉 홍보 담당자가 없는 상황일 거라는 이야기이죠.
앞선 두 가지 경우, 즉 제품 개발에 치중하거나 SNS 홍보에 열중하고 있는 상황은 별개로 생각해야 하겠지만, 언론 홍보의 효과를 확신할 수 없는 경우에 대한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효과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큰 기대는 마세요.
제가 이전에 창업했을 때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해 보죠. 그때 저희 회사는 청소년 및 고시생 대상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운영했습니다. 매일 2000명 이상이 드나드는 블로그와 약 3만 명 규모의 페이스북 페이지 2개를 운영하고 있었고, Daum(지금의 카카오)의 계열사와 협업을 통해 저희 앱이 포함된 안드로이드 전용 런처를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기도 했죠. 각각의 채널별 유입량은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언론 홍보를 통한 효과는 일정한 편이었습니다. 매달 1~2건의 보도자료가 배포되었고(일이 없어도 만들어서 배포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유입량 대비 3% 내외의 유입률을 보여주었죠.
3%라.. 이걸 써, 말어..?
그리 효과가 좋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제가 보도자료 배포를 꾸준히 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언론에 기사가 나갔다는 것만으로도 제품에 대한 대외적인 신뢰도가 올라갔으며,
둘. 치열한 블로그 검색 기준과 달리, 뉴스 탭은 경쟁이 그리 치열하지 않아 원하는 키워드를 선점할 수 있었고,
셋. 기사를 보고 다양한 협업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죠. 더불어 해당 기사를 보고 연락 온 기자분들 덕분에 힘 들이지 않고 2차적인 홍보를 누릴 수도 있었고요.
다시 말해, 초기 단계에서 굳이 꼭 할 필요는 없지만 해서 나쁠 게 없는 일이 바로 보도자료 배포와 언론을 통한 마케팅이었던 겁니다.
그럼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봅시다. 기사 배포를 결정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다음과 같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이게 (기사) 깜이 되나?
이 부분은 국내 언론사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현재 국내 언론사 수는 약 600여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매일 평균 3개의 언론사가 생기고, 또 사라지고 있죠. 문제는 이곳에 근무 중인 모든 기자들이 매일 기사를 생산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겁니다. 기자는 기사가, 언론사는 1명이라도 더 홈페이지에 들어와 광고를 클릭해주길 바라죠. 다시 말해, 뭐든 기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서비스 출시와 업데이트, 회사의 여러 가지 성과, 이벤트 또는 프로모션 진행 소식 등 다양한 주제로 보도자료를 작성해보세요. (심지어 저는 서비스 초기에 셀프 인터뷰도 만들어서 배포했습니다…)
일단 알려보세요. 손해 볼 거 없잖아요?
자,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질문으로 넘어가보죠.
보도자료, 어떻게 쓰지?
저처럼 운 좋게 대학 학보사 생활을 했거나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보도자료 작성에 어려움이 없는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보도자료 작성 초기부터 벽에 부딪힙니다. 뭐라고 써야 할지, 이게 맞는 건지 도대체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죠.
이렇게 쓰라고들 합니다만 이해가 안 되긴 마찬가지이죠.. (영어라 그런가..)
저는 이런 분들께 늘 다음과 같이 조언 드립니다.
고민하지 말고 우선 베껴보세요.
사실 홍보팀도 아직 별도로 운영할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쓸 보도자료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 서비스 나왔어요! : 서비스 출시 or 업데이트 투자도 받았고요 : 투자 유치 행사(이벤트)도 할 계획이에요 : 이벤트 진행, 박람회 참여 등 벌써 어엄~~첨 잘 나갑니다 : 성과지표 공개, 서비스 추천, 관련 인터뷰 등 |
혹시 여기 항목에 벗어나는 일, 있는 분 계신가요?
그리고 세상은 넓고, 서비스는 다양해서 이미 관련된 내용으로 보도자료가 배포된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예를 들어 내가 오토바이크를 쉐어링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생각해보죠. 경쟁이 치열한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서비스를 런칭하기로 했고, 대학과 관광지를 거점으로 운영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는 전국 규모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고요.
혹시 비슷한 서비스가 떠오르시나요? 저라면 ‘쏘카’를 떠올릴 것 같습니다. 자, 검색 시작!
카셰어링 업체 ‘쏘카’는 25일부터 대전 지역에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쏘카는 대전 지역 진출을 통해 전국 12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으며 서울-대전-대구-부산을 잇는 경부선 라인을 완성하면서 전국 사업자로서 위상을 한층 더 강화했다. 대전 지역 서비스는 고객들의 사전 투표 결과를 반영해 충남대, 한국과학기술원, 배재대, 목원대 등 주요 대학과 중앙로역, 둔산동 등 시내거점 및 터미널, 기차역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쏘카는 회원들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거점 지역을 추가해 연내 50곳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관련해서 쏘카는 대전 지역 서비스 론칭을 기념해 다음 달 30일까지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대전 지역 쏘카를 처음 이용하는 회원에게 최대 3시간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모든 차종을 기준 대여요금 대비 최대 70.6% 할인 된 가격(30분 기준 2200~2750원)으로 제공한다. 이 외에도 친구추천 이벤트를 통해 매주 5쌍에게 영화관람권을 증정한다. 이벤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쏘카 공식 블로그(blog.soca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아주경제, <카셰어링 ‘쏘카’ 대전 상륙… 연내 50곳으로 확장 계획>, 2014년 8월 25일자 |
우리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자사의 서비스와 맞게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크 셰어링 업체 ‘붕붕이’는 12일부터 부산 지역에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붕붕이는 부산 지역 진출을 시작으로 전국 7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부산 지역 서비스는 고객들의 사전 투표 결과를 반영해 카이스트 등 주요 대학과 해운대, 광안리 등 관광 명소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붕붕는 회원들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거점 지역을 추가해 연내 100곳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관련해서 붕붕이는 서비스 론칭을 기념해 이번달 31일까지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붕붕이를 처음 이용하는 회원에게 최대 3시간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대여요금 대비 최대 70.6% 할인된 가격(30분 기준 1000~1500원)으로 제공한다. 이 외에도 친구추천 이벤트를 통해 매주 5쌍에게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증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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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보도자료를 써볼 수 있겠다는 생각 들지 않으시나요? 그래도 어렵거나 잘 썼는지 걱정된다면, 다음 세 가지 내용만 기억하고 보도자료를 작성해주세요.
하나. 한 문장에는 한 가지 정보만 전달한다. (A4용지 10포인트 기준 1.5줄을 넘지 않도록!)
둘. 중요한 내용부터 순서대로 문단을 구성한다. (뒤로 갈수록 지면에서 잘릴 확률이 높아져요..!)
셋. 글만 보내는 것보다는 관련 이미지를 함께 첨부하는 것이 좋다.
* 보도자료 배포를 위한 기자리스트는 여러 창업지원 센터 혹은 프로그램을 통해 구하실 수 있으니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
마치며
자, 어떠셨나요? 스타트 업계를 항해하고 있는 많은 분들은 보도자료 작성 외에도 많은 난관에 봉착하고, 또 이를 헤쳐나가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 부족한 글이 그런 모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궁금증 혹은 조언이 필요한 사안에 관한 댓글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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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