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디 ‘크라우드펀딩’ 사례 분석 리포트
“크라우드펀딩을 하면 뭐가 좋은지 모르겠어요”
내가 크라우드펀딩 회사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공통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있다.
1. 일반인 소액주주가 많아서 좋은 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2. 제도권이기 때문에, 투자 한도나 전매 제한이 있다.
3.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했다가 실패하면 공개적으로 창피하다.
솔직히 맞다. 위 3가지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의 단점이다. 이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답변은 ‘좋은 제품/서비스가 런칭할 수 있도록, 공감하는 대중들로부터의 투자유치’일 것이다. 분명 소셜적인 의미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업의 가치에 공감해 투자받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지만, 내가 크라우드펀딩계에 있는 이유는 ‘고객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생각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얘기하는지, 크라우디(CROWDY) 사례를 통해 시리즈 글을 작성하려고 한다. ‘크라우드펀딩에 이런 관점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봐주시길 부탁드린다.
첫 번째 시리즈, ‘제주맥주 대란’이 일어난 이유
크라우디의 대표적인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뭐니 뭐니 해도 제주맥주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는 단 11시간 만에 7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것이 더 의미있는 이유는 펀딩에 참여한 인원이다. 481명의 투자자가 참여하면서, 총 419명의 일반 주주 모집을 완료했다. (안타깝게도 62명의 투자자는 모집금액 초과로 선착순 배정 원칙에 따라 주주가 되지 못했다.)
재미있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는 선주문 후 생산된 제품을 받는 리워드형 펀딩이 아니었다. 또한 상황 기한이 정해져있는 기한부 증권인 채권을 발행한 것도 아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제주맥주라는 기업의 주주를 공모하는 주식형(증권형)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주식형 크라우드펀딩은 반드시 증권계좌가 있어야 하고, 엑싯(exit)의 관점에서는 중장기 투자로 분류된다. 그래서 다른 펀딩 프로젝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 진입장벽을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제주맥주 프로젝트는 하루 만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도대체 ‘제주맥주 대란’의 이유는 무엇일까?
‘팬(fan)-소액주주’, 새로운 팬덤 마케팅을 제시하다.
제주맥주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는 ‘팬덤(fandom)’과 맞물려있다. 수제 맥주는 그 특성상 팬층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팬들이 제주맥주와 미식문화에 대한 공감대만으로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 기업의 소액주주로 참여하면서, 재무적인 이해관계자가 되었다. 즉, 제주맥주가 잘 될수록, 소액주주가 된 팬들도 이익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단순 팬덤 마케팅과는 차이가 있다. 기업과 이익을 공유하기 때문에 훨씬 더 강력하고 장기적인 팬덤을 유지할 수 있다. 사실 해외에는 이미 제주맥주와 같은 사례가 있다. 바로 유럽 판매 1위 수제 맥주 브랜드 ‘브루독(BrewDog)‘이다. 이 기업은 9만 명의 소액주주가 있으며, 기업가치는 무려 15억 파운드(한화 약 2조 2천 억 원)이다.
브루독은 영국 식음료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브랜드로 꼽힌다. 그 배경에는 5번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은 9만 명의 소액주주가 있다. 브루독은 그들이 운영하는 술집 평생 할인권, 한정판 맥주 선 구매권 등 다양한 주주 멤버십 혜택을 주었다. 당연히 주주들은 강력한 브루독의 홍보대사이자 소비자가 되었다. 생각해보자. 만약 당신이 브루독의 주주라면, 술집에서 어떤 맥주를 마시겠는가?
*브루독 크라우드펀딩 투자자의 엑싯(exit), 초기투자금의 2800% 수익
(관련 내용 : 괴짜 맥주 ‘브루독’ 초기 투자자 7년만에 2800%의 수익)
*브루독은 현재 웹사이트를 통해 1년에 1번 바이어와 셀러를 연결하여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비상장 마켓) 또한 2020년을 목표로 IPO(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 : BrewDog says flotation plans on track despite IPO jitters)
제주맥주는 브루독처럼 모회사의 보통주를 발행했다. 회사 성장에 대한 이익공유에 제한을 두는 특수 목적 법인이나 자회사에 대한 투자 형태가 아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기업과 주주가 함께 성장하고,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실제 제주맥주는 크라우디에서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이후, 서울지역의 편의점부터 소매점까지 판매가 확대되었다. 앞으로 브루독처럼 탄탄한 수제맥주 브랜드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물론 419명의 소액주주들과 함께 말이다.
제품을 구매하면 구매할수록,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기업은 돈을 번다. 기업이 돈을 벌면, 더 큰돈을 벌기 위해서 투자를 받는다. 그래서 기업의 가치는 점점 올라가고, 주주는 더 많은 돈을 번다. 그런데 제품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 여기에서 고객들은 불만이 생기기 시작한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고객은 바보가 아니다. 적합한 보상을 받지 못하면 이탈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고객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재무적 이해관계로 합치된다면, 강력한 팬덤을 중심으로 기업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고, 언젠가 이익을 함께 나눌 ‘팬-소액주주’을 만드는데, 크라우드펀딩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제 2의 브루독, 제주맥주가 궁금하다면?
크라우디(이윤임 매니저)와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