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커머스가이입니다.
4개월 만에 글을 다시 쓰게 됐는데, 한때 겉멋? 이 들어서 무슨 영향력이나 있는 듯 어떤 아이템을 써볼까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한번 글을 멈추고 나니 다시 쓰기도 힘들었구요. 이참에 정신줄 부여잡고 다시 달려봅니다.
코리아 그랜드마 박막례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나. 북 치고 장구 치고 니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까지 와서 춤추는 거여.”
네. 그냥 저는 아는 범위 내에서 제 생각과 하고 싶은 말을 하겠습니다. 단, 언제든지 잘못된 점(수치 등)이 있다면 지적해주시고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댓글과 메시지, 메일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튼 잡썰은 이 정도로 하고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와이즈앱 자료 기준으로 쿠팡은 올해 상반기에 거래액 7.8조를 찍었습니다. 이베이코리아는 8.8조(지마켓 단독 아닙니다. 옥션도 포함된 금액인데. 당연히 G9도 들어갔겠죠?) 11번가는 5.2조, 위메프 3.2조, 티몬 2.2조… 이렇게 보면 뭐 엔드게임 제목이 낚시 아니냐? 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낚시 맞습니다. 일단 낚아야 글을 보는 거고 또, 봐야 피드백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래도 신장률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쿠팡 거래액이 전년대비 64% 성장했습니다. 이게 무슨 6-7년 전 초기 소셜커머스 때도 아니고 기업 가치만 4.8조 하는 회사가 단 일 년 만에 64% 성장이라니… 그럼 이커머스 시장 전체가 어마 무시하게 커버린거 아닌가? 싶겠지만.
같은 기간 이베이코리아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고 11번가(-9%), 위메프(18%), 티몬(12%) 다 큰 차이가 없는데. 쿠팡만 진짜 하드캐리, 독주 체제로 가고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쿠팡이 성장할 줄은 알고 있었지만, 덩치가 커진 후에도 이렇게 달릴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당연히 주머니 사정이라는 게 있어서 소비 자체가 크게 늘 수 없다는 걸 감안한다면? 다들 죽겠다 죽겠다 하는 상황인데 쿠팡은 어디서 자금이 샘솟는 건가? 신기하죠? 네. 신기합니다.
고로 다시 말하면 어딘가에 쓸 돈을 덜 썼다… 이게 맞는 거겠죠? 국민 소득도 팍팍 늘어나는 상황도 아니니까요. 네이버는 광고와 콘텐츠 구매 금액 포함 지난해 상반기(7조 7600억원) 대비 26% 증가한 9조 790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올해 초에 발행한 이커머스 시장 왕좌를 노리는 탑티어들이 선방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저 혼자만 원픽으로 꼽았던 롯데는 무얼 하고 있는 걸까요. (참고: 커머스 플레이어 대격돌 “내가 누군지 알아?”)
제가 가끔 강의도 하는데(자주 하고 싶네요. 일단 연락 주세요.) 오신 분들에게 꼭 물어보는 몇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Q1. 주로 쇼핑을 어디서 하세요?
Q2. 거기서 사는 비중이 어느 정도 돼요?
Q3. 왜 거기서 사나요?
먼저 Q1 질문을 던지니 오프라인을 이야기하는 분이 100명 중에 10%가 채 안 됐습니다. 다들 온라인에서 쇼핑을 한다는 반응이었는데요. 자주 사용하는 구매 플랫폼이 2-3개 정도 라는 답변이 50%, 하나만 이용한다는 답이 50% 정도로 갈렸습니다. 물론 상품마다 각각 다른 쇼핑몰을 이용한다는 분들도 있었구요.
결정적으로 하나만 이용한다고 답한 분들 중에는 80% 이상이 쿠팡을 꼽았습니다. 즉 100명중에 40명 정도는 쿠팡을 선호하는 셈이죠. 나머지 20%은 네이버, 11번가, G마켓이 거론됐습니다. 주로 쿠팡을 쓰는 이유는 내일까지 확실하게 배송 되고, 익숙함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주의 : 아주 작은 모수로 그냥 질문에 손들고 추가 질문하는 수준에서 나온 결과임을 참고해주세요.
Q2는 평소 자주 이용하는 곳에서 80% 이상을 구매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재밌는 점은 온리 네이버에서만 구매하는 분들은 월평균 구매 횟수가 다른 이들과 비교해 매우 낮은 편이었습니다. 한 달에 보통 1-2회만 사시더라구요. 평균 월에 10회 이상을 구매하고 쿠팡을 이용하는 분들은 15회 이상 구매하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Q3. 그렇다면 해당 쇼핑몰을 자주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쿠팡은 배송도 빠르고 편하고, 무료배송(로켓배송 한정)을 꼽았고, 네이버는 가격비교가 가능하고, 11번가는 SKT 할인이 되고 가격이 싸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TMI : 택배사별 익일 배송률(출처는 묻지 않기로 해요.) 우체국 99%, 한진 98.5-99%, CJ대한통운 97-99%, 롯데 98% 이상
위의 내용을 요약한다면 쿠팡을 선호하는 사람이 압도적이었고, 아니면 네이버 가격 비교와 한 개 쇼핑몰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뭔가 필요하거나 사야 될 때에는 더 이상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 그중에서도 빠르고 익숙한 곳을 찾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네요.
이제 주목해야 할 것은 락인! 쿠팡만 단독 이용하는 소비자가 점차 늘고 있고, 올해 하반기에는 무조건 10조 이상을 넘기고 상반기까지 붙이면 15조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1등 기업이라도 줄곧 점유율을 10%를 넘긴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쿠팡이 처음으로 점유율 10%(전체 시장을 130조로 가정한다면)를 넘긴다면 현재 버티는 수준인 G마켓과 11번가를 따돌리고 독주하는 체제로 바뀔 수도 있겠지요. 위메프와 티몬은 2개를 합쳐도 쿠팡 거래액에 못 미치는 상황이구요.
뿐만 아니라 쿠팡의 실제 배송량!!! 발표 자료 기준으로 쿠팡은 CJ대한통운 다음으로 배송을 많이 하는 상황입니다. 물류 쪽으로 확장하고 나면 FBA처럼 직매입 상품이 아닌 오픈마켓 상품도 같은 창고에 넣어서! 합포장 발송도 가능해지겠죠? 미국 온라인 판매자들이 아마존 창고를 이용하는 이유는 아마존에서만 팔아도 충분한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이죠.(공식적으로 아마존 외 플랫폼 배송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그에 반해 국내는? 특정 플랫폼 창고에 물건을 넣어 두면 재고로 묶이는 상황이 됩니다. 어느 곳도 점유율 10%가 안되는 상황인데 굳이 넣어 둘 필요가 없겠죠? 그런데 쿠팡이 15%, 20%로 성장한다면 쿠팡 창고에 넣는 게 오히려 3PL 비용이 더 적게 드는 상황이 됩니다. 쿠팡은 자사 로켓배송 상품을 보낼 때 같이 보내면 되고, 직매입 상품이 아니라도 플필먼트 센터로 모아 마진을 더 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쿠팡 독주를 막을만한 곳이 거래액 기준으로 2곳 정도 있었는데요. 상반기 실적이 떨어지면서 격차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유통 공룡들이 아무리 자금 형편이 좋다 한들 이 적자 파티에 뛰어드는 건 메리트가 없고, 이커머스 판이 커질수록 쿠팡만 유리해지는 상황!
TMI : 유통 공룡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딱 어울릴 줄이야… 예전엔 포악한 느낌의 육식 공룡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이빨이 좀 빠지고 덩치는 커져서 움직임이 느려진 공룡 느낌입니다.
결론은 이베이, 11번가를 비롯해 롯데, 신세계 그리고 숨어있는 현대까지 올해가 끝나기 전에 무리를 해서라도 뭔가 뵤여주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내년에 공식적인 숫자로 쿠팡이 이커머스 1위 타이틀을 차지하면 소셜로 한발 늦게 시작한 신생 플랫폼이 기존 기업을 다 꺾고 왕좌에 앉는 서사까지 그릴 수 있게 돼죠. 아직 쿠팡의 계획은 알 수 없지만 현재는 경쟁사만 죽어나는 상황이죠.
이 조사에 나오는 상위 업체들 중에는 털고 나가고 싶은 곳도 있을 테고, 누군가와 후딱 손잡고 싶은 상황도 올 수 있습니다. 하반기 남은 시간은 쿠팡이 첫 번째 단계를 완성하는 시간 VS 나머지 업체는 1위를 선점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드 타임이 바로 지금이 아닐까 합니다.
소비자는 당장 쿠팡이 1위를 하고 20조까지 매출액이 증가한다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몇 번의 변화를 거치겠죠. 거대 경쟁보다는 소소한 경쟁으로 갈수도 있고, 쿠팡을 작게 해체하는 스타트업이 나올 수도 있겠구요. 다만 직접 경쟁사들은 좀 더 암울한 상황을 가정하고 과감한 형태로 투자를 해야 할 때 입니다. 아니면 아예 11번가처럼 수익 모드로 발 빠르게 바꾸는 것도 방법이겠죠? 아무리 거래액이 커져도 이익이 안 나면 아프건 맞으니까요.
간만에 이전 느낌으로 긴 글을 써본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몇 개 떡밥을 던지기도 했는데 어떤 분은 좀 더 살펴보기도 할테고, 누군가는 중간까지만 읽는 분들도 계시겠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커머스가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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