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네이밍의 삼위일체 

 

이번 회에서는 네이밍에 대한 3가지 기본 요소들과 개발 프로세스 그리고 전략적인 접근법에 대해 살펴보려고 했는데 내용이 방대해져서 나눠 게재하고자 한다.

지난 회 ‘두 유 노 브랜드 네이밍?’의 내용이 너무 길다는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 (글은 읽는 사람이 갑이기 때문에 합리적 갑질은 다 수용해 드린다.)

 

                                                 
평화로운 갑을관계
 
 

브랜드 네이밍을 해보라고 하면 아마 열에 아홉은 브랜드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제품의 특성이나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 더 나아가면 우리의 철학까지 네임을 보고 어떤 브랜드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브랜드 네임의 역할 중 하나가 인식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하지만 단지 의미만으로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자 한다.

 

 브랜드 네이밍 삼위일체란?

 

브랜드 네임은 3가지 요소로 나눠져 있다. ‘의미’ 외에 ‘발음’과 ‘외형’이 있다. 이는 상표의 기준과도 동일하다. 다만, 법적인 용어라 조금 다르게 ‘관념, 칭호, 외관’이라고 표기한다.

추후 상표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저 3가지 중 하나라도 동일/유사성이 발견되면 상표 등록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상표 등록이 필수인 브랜드 네임도 3가지를 모두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글 제목이 ‘삼위일체(Trinity)’이다. 3가지 중 하나가 더 강조될 수 있겠지만 단 하나라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법적인 문제와 별개로 브랜드 네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각 요소별로 자세히 들여다보자.

 

의미, 발음, 외형

 

 

의미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요즘은 직관적인 네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직관은 판단이나 추리를 하지 않고 바로 이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직관적이라는 말 자체가 굉장히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예를 들어, ‘건강백서’라는 반려견 사료 브랜드는 직관적인가, ‘내추럴 밸런스’는 직관적인가, 사료를 표현한다면 직관적이지 않을 것이고 건강이나 균형 잡힌 영양을 표현한다면 직관적일 것이다. 만약 백서나 밸런스라는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 또한 직관적이지 않을 것이다. 역시나 ‘전략’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시장 초기 진입을 하는 브랜드는 카테고리 단어를 선점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고객들이 내 제품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설명을 친절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네임 유형을 ‘설명형’이라고 한다. 스마트폰의 퍼스트 무버인 ‘아이폰’은 이게 전화기인지 콘텐츠 디바이스인지 컴퓨터인지 명확히 정의를 내려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 만약 세상에 없는 제품이랍시고 조어로 브랜드 네이밍을 하면 커뮤니케이션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보통 기존 단어에서 카테고리에 적합한 단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잡스는 이런 것도 이미 이해는 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왜냐하면 매킨토시의 이름을 누구나 쉽게 이용한다는 뜻에서 ‘바이시클 bicycle’로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맥보다 맥맨이 더 좋다고 했던 것도 그렇고… 애플이라는 사명 말고는 네이밍 능력은 없었던 걸로;

 

 

네이밍은 못했던 잡스횽
 
 

카카오톡도 TALK이라는 단어를 선점함으로써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개념을 쉽게 전파시킬 수 있었다. ‘톡한다’는 말이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한다는 말과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으니!!! 유사 사례로 포토샵도 있다. 이러한 전략은 자동차를 ‘말 없는 마차’라고 표현했던 선조들의 지혜에서도 엿볼 수 있다.

 

말없는 마차 = 자동차
 

 

스타트업들에게 적합한 네임이기도 한데 제품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연상이나 제품의 확장성은 포기해야 한다. 다만, 카테고리 단어 외의 구분자 역할을 하는 단어를 연계하여 확장시키면 된다. 아이 + 폰/패드/클라우드, 카카오 + 톡/프렌즈/택시…

그런데 직관성은 반드시 의미로 전달하지 않아도 된다. 연상을 통해 이해가 되면 된다. 픽토그램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네이밍에서도 픽토그램과 같이 표현할 수 있는데 ‘암시형’, ‘임의형’이다.

암시형은 우리가 국어 시간에 많이 배웠던 은유라고 보면 된다. 비슷한 대상을 활용해서 표현하는 것이다. 아마존, 나이키, 갤럭시, 옥수수 등등… 잘하면 굉장히 파워풀할 수 있다. 하나의 상징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요즘은 상표가 범람하여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상징을 찾기조차 쉽지 않지만 미지에서 개척되지 않았을 수도 있기에 희망을 안고 열심히 찾아봐야 한다.

 

 

큰 쇼핑몰과 승리를 위한 스포츠 용품을 누구나 아는 상징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표현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상징일수록 효과적이기 때문에 한두 단어의 자연어를 많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어는 상표 등록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리고 검색 포털에서 진짜 자연어보다 상단에 노출시키기 위해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안될 수도 있다.)
 
실제 마카롱이라는 단어를 쓰는 스타트업들이 몇몇 있는데 진짜 마카롱만 노출된다. 메인이 아닌 앱 페이지든 카페든 한두 단계 더 들어가야 된다. 이미 고객과의 장벽이 생기게 된다.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도 영문 Oksusu로 검색을 해야 한다. 이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단, 영문으로 표기하면 메인이 영문이어야 한다.
 
 
 
뚱카롱까진 봐준다…
 

 

임의형은 내 맘대로 짓는 네임 유형이다. 이런 의미라고 우기면 된다. 그래서 상표 등록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자의적이라는 의미는 곧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도 많다는 뜻이므로 투자를 많이 해야 될 수도 있다. 스타트업에게 추천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축약어 정도는 고려해봄 직하다. 위메프, 배민 모두 풀네임을 축약한 것이지만 반대로 가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축약어가 너무 어렵지 않고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어야 한다.  

 

 

 

발음은… 의외로 중요하다

 

브랜드 네이밍을 할 때 의미는 적합한데 발음이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오래갈 수 있는 것은 오히려 발음이 더 잘 어울릴 때이다. 발음은 의미만큼 분명하지 않고 무의식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판단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발음에 대한 보편적인 연상이 있다. 그것을 Sound Symbolism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보글보글’과 ‘부글부글’의 차이 같은 것이다. 두 발음을 들었을 때 대부분은 유사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러고 보면 의미적인 직관성보다 발음적인 직관성이 더 믿음직스럽다.

카스와 하이트 두 브랜드 중에 발음상 가장 맥주에 가까운 것은 카스라는 것에 큰 반박은 없을 것이다. 맥주의 청량감과 목 넘김이 발음으로 바로 연결이 된다. 카스도 사실 의미는 명확하지 않다. 실제로 발음만 고려한 네임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필자에게 카스와 하이트 두 가지 후보 안이 있는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하이트가 의미가 좋고 카스는 별 의미가 없더라도 카스를 선택할 것이다.

모든 경우는 아니지만, 의미보다 발음이 더 차별성을 줄 수 있다. 지난 회에서 ‘맥도날드’의 이름 때문에 인수를 했다는 레이 크록의 고백을 언급한 바 있다. 의미적으로는 아무 정보도 주지 않는 브랜드 네임이지만 영어권에서 그 발음은 강한 차별성과 신뢰감을 준다고 한다.

 

 

카~~~

 

 

제네시스와 아슬란 두 브랜드 중 발음상 속도감이 더 잘 느껴지는 것은 제네시스이다. 종음의 받침이 없기 때문에 계속 나아가는 느낌을 준다. 실제 자동차 브랜드들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네이밍을 한다. 소나타, 그랜저, 펠리세이드, 포르쉐, 벤츠 등등… 반면 아슬란은 파열음이 없고 종음에 받침이 있는 폐쇄음이라 안정감을 준다.

실제 아슬란의 콘셉트는 Premium Comfort Sedan 이었다. 의미적으로도 ‘사자’라는 의미가 있었지만 발음에서도 차의 콘셉트를 표현해 준 것이다.  

 

 

비운의 아슬란, 나니아로 돌아가다
 
 
발음의 중요성에 대한 것은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증명이 되었다. ‘히든 브레인’이라는 책을 보면 연구가 인용되어 있는데 발음이 쉬운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과 비교해 상장 첫날의 주가가 11.2퍼센트 더 높았다고 한다. 6개월 후에는 그 차이가 27퍼센트 이상 벌어졌고 1년 후에는 33퍼센트를 넘었다. 뇌는 발음이 쉬운 이름의 기업을 안정감과 연결시켰다고 한다. 기업에 대해 많은 정보를 획득하게 되는 1년까지는 이름이 뇌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브랜드 네임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단순히 쉬운 것뿐 아니라 그 발음이 브랜드 전략 방향성과 연결되어야 한다.  앞서 본 사례들처럼  콘셉트이나 성격에 따라 발음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외형은 화룡점정이다.

 

외형은 디자인과도 강하게 연결된다. 알파벳의 모양에 따라 이미지도 달라진다. 발음과 비슷하게 보편성이 있다. 파열음에 대한 이미지가 시각적으로도 연결된다. 파리바게/뜨/라고 하는 것과 파리바게/트/라고 하는 것은 발음만큼 외형에서도 차이가 있다. 대문자, 소문자의 차이도 있으며, 심지어는 자음과 모음의 배열까지 고려하기도 한다.

자음과 모음이 균등하면 훨씬 안정적으로 보인다. 자음과 자음 사이에 모음이 위치하면 역시 안정적이다. 조형성과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보통은 네이밍과 디자인은 연결된 작업이라고 보기도 한다. 혹시 외부에 개발을 의뢰하게 된다면, 네임과 디자인은 한 회사에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는 뜻이다.

SK의 엔진오일 ZIC는 21세기를 시각적으로 네이밍을 한 사례다. SNOW MONS는 글자를 뒤집은 형태이고, 한불화농의 향 브랜드인 E=qual은 가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의미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기호를 삽입했다. 디자인 감각이 뛰어나거나 언어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높으면 이런 네이밍을 할 수 있다.

21세기 엔진오일
 
 
 
 
향=존재
 
 
솔직히 아마추어가 브랜드 네이밍의 삼위일체를 다 고민해서 구현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보통은 의미 전달에 집중을 하도록 한다. 하지만 브랜드 네임은 디자인처럼 론칭 후에 변경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만큼 개발 단계에서 조금 더 많은 것을 검토하고 고려하는 것이 좋다. 경쟁사나 유사 브랜드를 검토해 보고 우리에게 어울리는 발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세운 뒤, 네이밍을 하면서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도 좋다.
 
 

<3탄에 계속>

 

 

매드해터님의 브런치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