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PM의 ‘망했어요?’ 탈출기
(사수나 잘 만들어진 문서의 도움 없이도) 서비스를 빠르게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객사 협력(CS) 업무를 전담하게 된 저는…. (앞선 글에서…)
그다음 단계로 PM의 나머지 역할 중 하나인 마케팅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다른 건 몰라도 저는 마케팅은 꽤 자신이 있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홍보비 한 푼 안 들이고 100만 다운로드까지 올리는 경험을 해 본 데다가, 대학 시절 학보사 생활을 경험한 덕분에 보도자료 쓰기나 블로그 포스팅 같은 것들은 별 힘들이 지 않고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들어와 보니 유저해빗의 온라인 마케팅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대규모의 업데이트 또는 투자 유치 등의 소식이 있을 때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
두 번째
브런치에 빅데이터나 모바일 앱 애널리틱스 등과 관련된 전문지식을 적당한 홍보 내용과 버무려 전달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해외의 UX/UI 관련 글을 번역하여 업로드하는 것. 저는 우선 이중 세 번째 일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입사 후 며칠 뒤부터 번역할 만한 글을 찾아 여러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초반부터 벽에 부딪히고 말았는데요. ‘생각보다 좋은 글을 찾기 어렵다’라는 사실이 그것이었죠. (의외로) 정량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야기하는 글도 드물뿐더러, 괜찮다 싶은 내용이 담긴 글은 문장이 엉망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한 마디로 번역할 필요가 없거나, 번역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거죠. 그래도 구하는 자에게 답이 찾아오는 법! 결국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당 글이 꽤 괜찮은 반응을 얻은 덕분에 회사의 마케팅 분야를 전담하게 된 저는 이런저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고객사를 컨택해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데이터 분석하는 앱 서비스 이야기)하기도 했고, 외부 세미나 후기(애자일이란 무엇인가?)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보도자료도 종종 작성(보도자료 작성 방법은 다음 링크를 참고해주세요!)해야 했고요.
그럼 PM으로서 제 초기 마케팅 평점은 어떨까요?
저는 10점 만점에 5점 정도를 주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마케팅이란 회사 혹은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회사에서 마케팅 비용 없이 높은 다운로드 수를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창업 초기 자연스레 서비스의 아이덴티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우연히 연 블로그가 저희가 개발하려던 앱의 타깃군(청소년 및 고시생)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고, 앱 출시 후 자연스럽게 저희 블로그를 좋아해 준 학생들을 통해 입에서 입을 타고 마케팅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유저해빗에 들어온 뒤, 제가 초기에 진행한 마케팅 방식은 기존에 내부에서 진행하는 업무를 그대로 답습하는 과정에 불과했습니다. 새로운 플랫폼을 시도하지도 않았고, 특별히 다른 형식의 글을 쓰지도 않았죠. 말 그대로 ‘유지’에 불과한 일을 한 겁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유저해빗은 B2B 중심의 서비스라 B2C 방식의 마케팅 니즈가 크지도 않았던 측면, 고객사 대응을 비롯한 기타 여러 잡무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 글을 쓰는 것을 비롯해 앞으로 제가 하게 될 여러 마케팅 활동은 지난 ‘망했어요?’ 시기의 부족함을 채우고,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이 될 겁니다. 아마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뒤, 다시 이 활동들이 옳은 것이었는지 혹은 그른 것이었는지 재평가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겠죠. 그때, 10점 만점에 10점은 아니더라도 7~8점 정도는 줄 수 있는, 그런 과정을 지나고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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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