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유튜브 시청. 출퇴근길에서 혹은 퇴근 후, 틈틈이 하이네켄님과(가끔 기린님) 함께 유튜브를 시청한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했고, 핸드폰 데이터도 10GB에서 무제한으로 변경했다. 이 정도면 취미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유튜브는 매일 새롭다. 새로운 채널과 콘텐츠가 매 순간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진격의 거인처럼 압도적인 스케일이다. 그런데 무서운 건, 매일 이전 보다 더 크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어디까지 커질 수 있을까? 바야흐로 유튜브의 시대다. 아니, 성장세를 볼 때, 어쩌면 지금이 유튜브 시대의 초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는 영상의 채널이 아닌, 기획의 채널
유튜브를 시청하면 할수록 유튜브는 영상의 채널이라기 보다, 기획의 채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유튜브의 모국어는 “영상”이다. 영상이라는 형식을 빌어서만 존재하는 플랫폼이다. 하지만 그 영상이 누군가에게 느낌을 주는 것은 상당 부분 “기획”에 달려있는 것 같다. 요컨대, 구독과 좋아요는 기획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획이 좋았던 유튜브 채널들
개인적으로 유튜브는 현 세대의 속 마음을 보여주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속 마음을 보여주기 위한 기획이 아주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요즘 눈여겨봤던 유튜브 채널을 정리해 보자면…
1. solfa
solfa 채널 이름의 뜻은 아마도 솔로 파티의 줄임말 같다. 주로 20대 남녀의 심리를 실험 카메라 형태의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기획과 설정이 돋보이는 부분이 있다. 이상형 10명 한 번에 만나기 같은 동영상의 경우, 조회수가 3000만을 상회한다.
영상을 보며 느낀 점은 이 영상이 현시대의 젊은 세대가 어떤 것에 관심과 욕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지에 관해 아주 흥미롭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상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카톡 대화 스타일을 기준으로 남자를 고르고 선택하는 부분이었다. 이제 연애 못하는 남자가 있으면, 일단 카톡 스타일부터 검사해봐야 하는 뭐 그런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밀당 못하는 남녀를 위한 초단기 카톡 메시지 작성 노하우’같은 강의도 생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2. 근황 올림픽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채널 같은 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백종원 채널만큼은 아니지만…) 이 채널의 기획이 재밌었던 부분은, 화제가 되는 인물을 인터뷰하는 일반적인 인터뷰 기획과 다르게 대중에게서 잊혀져 버린, 하지만 한때 뜨거운 여름을 구가했던 인물들의 근황을 민낯 그대로 보여주려고 하는 부분이었다.
조회수 150만을 훌쩍 넘긴 김캐리 근황 동영상
한 시절을 스타크래프트에 푹 빠져 보냈던 사람으로서, 스타크래프트의 전성기 시절 해설가로 이름을 날렸던 김캐리의 몰락은 꽤 충격적이었다. 잔나비 식으로 표현하자면, 뜨거운 여름밤이 가고 볼 품 없이 남은 시간을 보는 건 씁쓸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영상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종편에서도 비슷한 포맷으로, 잊혀진 스타의 현재 모습을 다큐 형태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뭐랄까, 이런 유튜브 영상에서 분출되는 진실함이나 신선함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기존의 지상파와 종편과는 다른 유튜브만의 화법 같은 게 느껴져서 재밌었다.
3. 진용진 그것을 알려드림
그것이 알고싶다의 포맷을 조금 비틀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알고싶다 보다 재밌었다. 평범한 청년 같이 생겼는데, 영상 보면서 대단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음지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주제를 직접 몸으로 부딪혀 가며 영상으로 만들어 낸다. 기존 미디어 채널의 뉴스들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함과 진실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간접적이긴 하지만, 가끔 자신이 콘텐츠를 어떤 식으로 고민하고 기획하는지 이야기하는데 여러가지로 배우고 생각해 볼 부분이 많았다.
조회수 400만을 기록한 동네 PC방의 비밀…
이 유튜버 청년의 경우 꽤 사연이 많은 것 같았다. 경제적인 환경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았던 것 같고, 갖가지 고된 아르바이트를 경험했고, 지인에게 사기도 당하는 등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혀 있는 것 같았다. 다만 그럼에도 이 유튜버 청년은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반응하는지를 아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부러운 재능이다. 그러한 재능이 과연 이 유튜버를 어떻게 성장시킬지 궁금해진다.
4. 핫도그스튜디오
20대 남녀가 진행하는 리뷰 영상인데, 주제가 대부분 19금인 것들이 많다. 레드콘테이너 컨셉을 유튜브적으로 접근해서 기획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성적인 부분을 밝고 경쾌한 느낌으로 보여주는데, 당당하면서도 뭔가 어색한 느낌의 영상이 나름 풋풋한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조회수 100만을 육박하는 어른들의 장난감? 리뷰
마치며
기획적인 부분에서 눈에 띄는 몇몇 채널을 정리해 봤지만 위의 채널 외에도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자, 다양한 기획과 시도로 만들어지는 영상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유튜브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표출되고 있는 현시대의 가장 가감 없는 욕망과 단면들.
유튜브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저 수많은 콘텐츠들은 과연 어떤 모습과 형식으로 진화해 갈 지, 유튜브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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