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와 상품의 차별성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마케팅을 하느냐에 따라서 비즈니스의 성공과 브랜드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자신만의 철학과 전략을 가지고 마케팅을 하고 있는 기업의 CMO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다양한 인더스트리의 생생한 이야기와 현재의 마케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와 인사이트를 나누고자 합니다.
두 번째 순서로 넥슨에서 현재 다방까지 다양한 경험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다방의 박성민 CMO님과 함께 했습니다.
다방의 박성민 CMO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서 마케팅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박성민 CMO(Chief Marketing Officer) 입니다. 다방에 있다 보니 제 커리어가 부동산에서 시작한 줄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저는 모바일 게임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게임 회사 마케터가 되기 위해 학부시절 광고학을 전공했습니다. 이후 넥슨, 게임빌, 게임하이(현 넥슨지티) 등 국내 주요 게임 회사에서 10여년간 마케팅 및 홍보 담당자로 일했습니다.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쌓던 중 전 직장 동료로부터 부동산 스타트업 마케팅 담당자로 합류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게임업계에서 인지도가 있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하루아침에 스타트업에 합류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로우테크(Low-Tech)로 분류되던 부동산 산업에 IT 기술이 접목되면 사회적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10년 정도 종사하던 게임업계를 과감히 떠나 다방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당시 그 제안을 했던 동료가 지금의 다방 한유순 대표입니다.
Q. 다방은 어떤 서비스인지 자세히 알고 싶어요.
국내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면, 2030 세대는 ‘부동산은 곧 투자’라는 인식 속에 자연스럽게 부동산 정보 및 서비스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다방은 이러한 부동산 정보 불균형 해소를 위해 오프라인에서 폐쇄적으로 공유되던 부동산 정보를 온라인으로 옮겨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접근성(UX/UI), 다양한 매물 정보, 40여 개 매물 검색 필터 등으로 사용자들에게 딱 맞는 방의 정보를 제공하면서, 다방은 출시 6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1,800만, 월 사용자 500만에 달하는 국내 대표 부동산 정보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 다방도 처음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휴대폰 카메라로 방 사진을 찍어 올리고, 중개 수수료 없이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으로 야심 차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초반에는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해 난항을 겪었습니다.
특히 어떻게 서비스를 유료화할지가 고민이었습니다. 창업 초기 일정한 수입 없이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사업 운영 자체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새로운 부동산 서비스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엔젤투자자로부터 첫 투자를 받으면서 서비스 개발에 더욱 몰두했고,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다방은 사용자들의 니즈에 최적화된 방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 평균 임대 시세, 빅데이터를 활용한 매물 스코어, VR과 AR을 접목한 3D 스마트 뷰, 부동산 실거래가 등 고도화된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창업 초기 대학생, 사회 초년생이었던 사용자들이 직장인, 신혼부부 등으로 성장하면서 다방이 제공하는 부동산 매물의 범위도 다양해졌습니다. 처음에 다방이 원룸을 알아보는 서비스에 국한돼 있었다면 이젠 아파트, 오피스텔 등 상품이 다양해졌고 전세·매매·분양 등 모든 부동산 거래 형태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Q. 게임 마케팅과 부동산 마케팅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게임 마케팅은 매우 직관적입니다. 서비스 유입에서부터 결제까지 사용자들의 행동을 단계적으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광고 수익률(ROAS) 예측, 사용자 행동 패턴 분석이 비교적 용이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마케팅은 사용자들의 행동을 단계별로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인앱결제 시스템이 아니어서 어느 시점에서 결제가 이뤄지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 중개 수수료에 접근할 수 없어 실거래 트래킹도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사용자들이 공인 중개사무소에 하는 콜이나 문자를 최종 값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자들의 유의미한 활동을 분석하는데 많은 애로사항이 있는 편입니다.
Q. 현재 다방은 어떤 서비스를 진행 중인가요?
부동산에서는 방을 구하는 임차인, 방을 가지고 있는 임대인, 그리고 그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공인중개사가 시장 거래의 주축입니다. 다방은 부동산 거래 주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임차인뿐만 아니라 임대인, 공인중개사들을 위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선 부동산 업계 최초로 공인중개사 매물 관리 시스템 ‘다방프로’를 개발, 공인중개사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임대인들의 임대 관리 플랫폼 ‘방주인’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임대인들은 기존에 수기·전화로 관리하던 부동산 매물들을 PC·모바일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임차인들은 실소유자의 본인 인증을 마친 매물을 통해 허위매물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들은 부동산 거래 완료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림 받아 이미 계약이 완료된 방을 중개하는 불필요한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방주인 플랫폼은 하반기에 법인 서비스도 준비 중입니다. 대량의 부동산 매물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법인 사업자들의 전문적인 매물 관리를 도울 계획입니다.
Q. 다방 중요 이슈 중 허위 매물 관련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고 있나요?
중고차 시장은 중고차 인증 및 보증, 자동차 성능 점검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허위 매물을 관리합니다. 하지만 결국 중간 관리자(중개업자 등)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서로 이윤을 깎아 먹는 전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부동산 시장 상황도 이와 비슷합니다. 특히 하나의 부동산 매물을 복수의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소개하는 공동 중개를 허용하는 국내 부동산 시스템 특성상 허위매물이 100% 차단되기는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공인중개사가 거래가 완료됐는지 모르고 광고하는 매물들이 모두허위매물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방은 창업 초기부터 허위매물 근절을 위해 각종 시스템을 구축해 왔습니다.
우선 자체 매물 검수팀을 통해 부동산 매물을 일일 단위로 모니터링하고, 허위매물로 의심되는 정보는 즉시 비공개 처리해 사용자 접근을 차단합니다. 경고 횟수에 따라 이용을 정지시키고 경고 4회 시에는 해당 공인중개사 회원을 영구 퇴출, 다방 서비스 이용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실소유자 본인 인증을 마친 매물들을 올리면 광고비 없이 매물 리스트 상단에 노출해 공인중개사들이 스스로 진성 매물을 등록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앞에서 말씀드린 방주인 매물은 임대인이 직접 방을 올리기 때문에 허위매물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이외에도 다방은 허위매물을 많이 올리는 특정 지역 및 공인중개사무소를 집중 검수하는 등 허위매물 근절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Q. CMO님께서 생각하시는 마케터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마케터는 본인이 담당하는 제품, 서비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어떤 마케팅이 얼마나 필요한지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해 회사 이윤 창출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0억 예산이 있다고 10억을 다 매체비로 할당하는 건 진정한 의미의 마케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점에 어떤 마케팅이 필요한지 적절한 정의를 잘 내리는 게 마케터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Q. 2019년 하반기에 주력하고 있는 마케팅은 어떤 방향인가요?
유튜브 등 동영상 콘텐츠가 강세를 띄면서 2019년 하반기에는 2030 세대 젊은 사용자들을 타깃으로 한 온라인 캠페인을 논의 중입니다. 마케팅을 할 때 기본적으로 브랜딩과 퍼포먼스 두 축을 항상 고민합니다.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서는 브랜딩 전략을 바탕으로 한 캠페인을, 단기간 실적을 위해서라면 퍼포먼스 마케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두 축의 무게 중심을 잘 조절하고, 혼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 경우 처음에는 다방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했다면, 업계 인지도를 쌓은 이후에는 퍼포먼스 측면에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그 방 뺏기기 전에 찜해라’ 등 사용자들의 콜, 전화를 유도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올해는 다시 브랜딩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방을 구하는 방학 시즌에 맞춰 진행한 ‘때가 됐다! 다방 할 때’ 캠페인은 방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다방이 떠오르도록, 브랜딩에 초점을 맞춘 캠페인입니다. 자취생활에서 겪는 고충을 네 가지 에피소드로 담아내 사용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Q. 다방에서 퍼포먼스를 많이 진행하고 계시고, 잘하기로 유명합니다. 브랜딩과 퍼포먼스 둘 다 잘하는 방법 같은 게 있을까요?
브랜딩이 안 된 상태에서 퍼포먼스는 절대 좋은 효율이 나올 수 없습니다. 새로 창업한 분들이나 투자를 받아 마케팅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TVC와 퍼포먼스의 예산 비중을 어느 정도로 맞춰야 하는지입니다. 사실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경험상 브랜딩을 할 수 있는 큰 규모의 ATL(Above The Line)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퍼포먼스 마케팅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ATL 같은 브랜딩 캠페인은 사용자들에게 도달하는 시간이나 과정이 있기 때문에 브랜딩과 퍼포먼스 캠페인은 같은 시기에 진행하는 것보다 시차를 두고 진행하는 것이 훨씬 효율이 높습니다.
Q. 지금까지 해온 다양한 캠페인 중에 다방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마케팅 캠페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금까지 총 7번의 캠페인을 진행했는데요. 이 중에서도 특히 혜리씨가 이태원 보광동 옥상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 화제가 됐던 2015년 12월 광고 캠페인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혜리씨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촬영 중이어서 헤어스타일이 드라마 배경인 90년대에 맞춰 있었는데, 이 스타일을 바꿀까 몇 번을 고민했습니다. 결국 드라마 캐릭터인 덕선이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 촬영했는데 이것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순박하고 철부지 같은 캐릭터가 ‘방 값이 얼만데’를 외치는 모습에 사용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습니다. 여기에 혜리씨 드라마까지 잘 되면서 광고 효과를 많이 봤습니다.
특히 이전에는 공인중개사인 40~50대 분들에게 혜리씨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는데, 드라마 인기와 함께 인지도가 급상승했습니다. 지금도 부동산 앱 하면 혜리씨와 다방 캠페인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Q. 위 질문과 연계해서 다방이 생각하는 앞으로의 국내 부동산 시장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프롭테크가 화두입니다. 프롭테크는 부동산 중개 및 관리, 프로젝트 개발, 투자 및 자금 조달 등 그 분야가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다방을 비롯한 국내 프롭테크 기업들 대부분은 아직 부동산 중개 거래 서비스에 머물러 있는 점이 아쉽습니다.
해외의 경우 제도 개선, 신기술 도입, 금융권과의 연계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련 산업을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국내 프롭테크도 다양한 기술 접목을 통해 향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다방도 국내 프롭테크 리딩 기업으로서 빅데이터, 금융, 주택정보 등을 활용해 다양한 시도들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프롭테크 서비스의 일환으로 오는 9월에는 SK C&C와 법무법인 한결이 공동 개발한 부동산 AI 분석을 다방에 접목, 사용자들에게 부동산 매물의 거래 안전 정도를 알기 쉽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다방에 등록된 매물의 사실 관계, 관리관계 등 총 24개 특이 항목을 분석해 주는 서비스로, 사용자들의 안전한 부동산 거래를 도울 것입니다.
Q. 많은 마케터가 CMO를 꿈꿉니다. 좋은 CMO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케터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때문에 무엇보다 고객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의 니즈를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상적으로 사용자들이 생애 주기에서 방을 구하는 시점은 5번 미만이기 때문에 부동산 플랫폼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합니다. 사용자 맞춤형 마케팅에 따라 서비스의 성공 여부가 첨예하게 갈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월세로 방을 구하는 주 사용자 연령층은 더욱 어려지고 있습니다. 다방에 이제 막 입사한 신입사원과 제가 약 20년 정도 터울이 나는데, 저는이런 마케팅 팀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주 타겟층인 20·30대의 젊은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케터는 고객들의 관심사, 트렌드, 신조어, 핫플레이스, 인기 TV 프로그램 등에 지속적으로 관심 갖는 것을 추천합니다.
Q. 추가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모비인사이드를 구독하시는 분들, 디지털 마케팅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이미 잘 아시겠지만 앞으로도 디지털 마케팅은 더욱더 사용자 중심이 될 것이고, 인터랙티브한 광고 시장이 활성화될 것입니다. 지금도 고객 타겟팅은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공상 과학 영화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특정인이 어느 곳으로, 언제, 무슨 방식으로 여행을 갈지 예측하는 장면이 간혹 등장하는데 그 시대가 머지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마케터를 꿈꾸는 분들은 디지털에 대해 폭넓은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TV, 유튜브 등 이미 다양한 채널들이 고객의 나이, 성향 등을 수집 및 분석해 타겟팅 하고 있는 만큼 마케터는 디지털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아야 합니다. 앞으로 다채로운 마케팅을 전개해 나가시기 바라며 향후 다방 서비스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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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맵 한원진 C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