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감정임대, 유튜버를 부자로 만들다

 

국내 1위 유튜버 ‘보람튜브’가 95억 빌딩을 샀다고 합니다. 어떤 분야도 최고는 많은 돈을 법니다. 보람튜브 팔로워 수는 2개 채널을 합쳐 3,100만 명이고 대한민국 인구수는 약 5,170만 명입니다. 경이로울 정도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나도 열심히 살았는데’ 하며 노력의 크기도 저울질해봅니다.

 

 

놀이동산에 가면 줄을 안 서도 되는 ‘퀵패스’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부의 추월차선’이 아닌 정체 행렬로 꽉 막힌 ‘부의 서행차선’을 달리고 있어 사람인지라 나보다 늦게 온 사람이 먼저 가면 살짝 열받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나아가는 속도가 무색해질 만큼 빠르게 추월당할 때 느껴지는 박탈감은 당연한 것입니다.

사실 모두가 출발선이 다른 이 세상에서 노력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노력의 양으로만 부자가 될 수 있었다면 국내 3대 재벌은 택배기사, 농부, 자영업자였을 것입니다. 학창 시절 공부도 열심히 안 했던 녀석이 사회에 나와서 더 잘 살더라는 ‘카더라’ 소문처럼 경제활동의 유형과 노력은 부의 결과를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살면서 예고 없이 차가운 음식이나 매운맛을 접하면 속이 살짝 쓰리고 배가 아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또 괜찮아지죠. 생각해보니 예전에 더 속 쓰린 일도 많았던 것 같은데 잊어버리고 잘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써 마음을 달래 봐도 출근길 지옥철에서 월요병과 함께 자꾸 이유 모를 화가 난다면 그때부터는 남 탓을 해야 합니다. 비록 사후 약방문이지만 보람튜브 건물 매입 소식이 발발한 ‘현자타임’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오늘날 유튜버가 이렇게 큰 부를 축적하도록 놔둔 자들은 누구인지 시대의 원흉을 찾아보겠습니다.

 

 


(자… 누가 유튜버를 부자로 만들었는지 찾아보자)

 

보람튜브를 부자 만들어준 주범 : ‘디지털 영상’이란 특산물로 사람들 현혹시킨 유튜브 시(市)


동영상은 오래된 포맷이었지만 사람들은 느리고 무겁고 귀찮은 동영상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유튜브라는 신도시가 등장하더니 다른 플랫폼에 살고 있던 시민들 이주정책을 펼쳐 지역 특산물인 동영상만 꾸준히 만들어주면 노력한 대가로 수익을 보전해준다고 하니 너도나도 귀농하듯이 유튜브 시티로 이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유튜브 시티가 생기기 이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네이버 특별시에서 사이좋게 잘 지냈는데 이제는 너도나도 유튜브로 떠나버리면서 한창 부흥을 누리던 네이버에는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평화로운 중고나라만 남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 보람튜브를 부자 만들어준 공범 : ‘디지털 플랫폼’으로 글로벌한 오작교 놓은 마크 저커버그

유튜브 사장님 성함은 모르니까 그나마 만만한 페이스북 사장님을 소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 세계 1위 SNS인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는 디지털 안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데 일조한 주력 인물입니다. 한창 취업 준비에 힘써야 할 26세의 나이에 엄청난 부를 축적하더니 이건희 회장을 이겨버립니다. 페이스북이 국내 도입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SNS로 기껏 싸이월드나 아이러브스쿨같이 잔잔하게 소통하면서 추억을 만들고 지냈는데 페이스북이 판을 키워놓았습니다. 사람들은 지인과 인맥이라는 1인칭적 울타리를 넘어 관심사를 기반으로 세상과 소통하게 되었고 이 소통의 열기는 트위터, 인스타그램이라는 흐름을 지나 현재 유튜브까지 도래하게 되었습니다.

 

* 수많은 유튜버 부 형성을 방조 : ‘모바일 디지털 세상’ 판 깔아준 이건희 회장과 스티브 잡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는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한다는 것은 ‘나는 돈이 많다’라는 증거였습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가 폴라티를 입고 프레젠테이션을 한 이후로 세상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혁신은 기능뿐 아니라 나와 지인이 전부이던 세상을 세계로 넓혀준 것입니다. 90년대 인터넷이 처음 보급되던 때 웹 서핑, 항해한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는데 스마트폰 보급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모바일 세상으로의 ‘디지털 대항해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알고 보니 부자들은 돕고 사는 한통속이었나 봅니다. 시대의 흐름을 잘 만난 것은 알겠는데 스마트폰과 페이스북 앱은 실체라도 있지만 보람튜브가 제공한 가치, 즉 부의 대가는 무엇일까요?

 

 

과거에는 가치라는 것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무언가였지만, 지금은 실체가 없는 무언가도 가치가 됩니다. 세상은 변했고, 이제 기업과 플랫폼을 거치지 않아도 누구나 무언가의 가치를 생산하는 시대에 와있습니다.

유튜브 시티에서는 각각의 채널이 도시의 건물들과도 같고 유튜버는 곧 디지털 건물주입니다. 유저들은 이 도시에서 각자 원하는 채널을 복합 문화공간처럼 이용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즐거움, 노여움, 기쁨, 슬픔과 같은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대가로서 구독과 좋아요를 지불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은 화폐와 같습니다. 유튜버와 구독자는 일종의 감정 임대인과 임차인인 셈입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유튜버가 별다른 노력 없이 큰 부자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이 다루는 것은 콘텐츠를 넘어 사람들에게 내재된 다양한 욕구와 수많은 감정을 교류하고 있습니다. 많은 유튜버가 이렇게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표면적으로 대중들이 소비한 것은 콘텐츠이지만, 그 이면에는 삶의 희로애락을 어루만져 주길 바라는 수많은 대중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일까요? 유튜브는 지금 한창 부자 되기 콘텐츠가 열풍입니다. 직장인 월급으로는 500만 원 벌기도 쉽지 않지만 한 달에 천만 원, 연봉 1억 원 만들기를 앞세운 콘텐츠와 방법론이 난립합니다.

정당한 노력의 대가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세상이기에 부자 되기에 더 열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건물주들이 지키는 것은 건물이지만 대중은 세상을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세상을 움직이는 우리들은 예전처럼 누군가의 성공 방정식에 따르지 않고도 각기 다른 방식대로 새로운 주인공이 탄생하는 기회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다음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우리나라 10억 이상 자산 보유자는 28만 명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한 명 더 보내줍시다. 스트레스에 머리 아프고 무더위에 땀 흘리더라도 스크린 밖에서 마주한 텁텁한 현실이 깔끔하게 편집된 영상보다 더 값지다고 느끼는, 디지털 시대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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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팀장님의 브런치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