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을 먹고 느낀 점

마라탕 대기줄, 거의 모든 요일이 이렇다.

강남역 1번 출구 근처 마라탕 음식점 라공방은 볼 때마다 긴 줄이 서있다.

아마, 강남역 근처에서 가장 긴 대기 줄이 서는 음식점이 아닐까 싶다. 지인에게 전해 들은 바로는 일 매출 천 만원을 가뿐하게 넘긴다고 한다. 얼핏 보기에 열 평이 채  안 되는 크기로 보이는데, 굉장한 인기라고 할 수 있겠다.

점심시간 혹은 퇴근길에 라공방 앞을 지나치게 되면, 저렇게까지 줄을 서서 먹어야 하나? 싶은 마음이었는데… 웬걸, 최근 들어 대기 줄이 더 길게 늘어나는 모양새다. 호기심이 생겨서 직접 들러서 먹어봤다. 점심시간이 되기 한참 전에 들렀는데도 이미 라공방은 대기줄 행렬, 결국 맞은편 희래식당에서 어렵사리 마라탕을 먹을 수 있었다.  

 

마라탕의 맛은… 음,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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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맵다기 보다 싸하다고 해야 하나? 보통 단계로 매운 정도를 선택했는데도 굉장히 자극적이었다. 함께 간 동료들은 괜찮아 보였는데, 내 경우 마라탕 국물을 먹다가 이걸 내가 먹는 건지, 아니면 내가 아닌 누군가가 시켜서 먹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정신줄을 놓게 되는 매운맛이었다. 뭔가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의 매운맛이랄까? 오후 내내 숙취와는 다르지만 묘하게 비슷한 마라탕 후유증으로 고생을 좀 했다. (숙취 때는 다시 술을 안 마시겠다고 다짐하지만 며칠 후 다시 술을 마시게 되는 것처럼, 마라탕도 왠지 그런 종류의 음식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마약인가?

 

 

소셜메트릭스 : 연관어에 마약이 뜬다

어쨌든 처음 맛본 마라탕 때문에 고생을 좀 했지만, 마라탕에 대해 인상 깊게 느낀 부분이 있어서 마라탕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봤다.

 

 

왜 마라탕에 열광할까?

처음 호기심은 그 부분이었다. 단순히 맛이 뛰어나서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특히 눈에 띄었던 부분은 손님들의 성별과 연령대였다. 음식점 앞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20,30대 여성들로 보였다. 특이한 점은 고등학생 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여성들도 상당수 보인다는 점이었다. 결국 가장 젊고 트렌드 한 흐름을 선점했다는 건데, 그 주인공이 대림동이나 남구로 골목에서 흔하게 봤던 마라탕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낯설고 불안정한 것의 이면에 숨어 있는 잠재력

 

소셜 메트릭스로 마라탕을 검색해 보면 몇 가지 재밌는 데이터가 보인다.     20190729_095607
소셜메트릭스 : 작살나다, 이해가 된다…

마라탕 관련 감성분석 결과를 보면 “맛있다”, “먹고 싶다”와 같은 긍정 키워드가 큰 비중으로 관찰되지만, 그에 못지않게 “도망치다”, “이상하다”, “작살나다”와 같은 부정적인 키워드도 큰 비중으로 나온다.   쌀국수를 비교해보면 확연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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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는 긍정 감성의 키워드가 대부분이다. 그건 쌀국수가 한국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안정이 된 메뉴라는 걸 뜻한다. 이 분석을 그대로 마라탕에 적용하면, 마라탕은 아직 한국에서 낯선 그러니까 불안정한 메뉴라는 뜻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소셜에서 언급된 양을 보면, 마라탕이 쌀국수에 비해 월등히 많은 언급량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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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낯설고 불안정한 이미지의 마라탕이 많은 언급량을 보이는 건, 유의미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낯익은 메뉴는 안정적이기 때문에, 신드롬과 같은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낯선 것을 선호한다. 흥미나 긴장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감성 분석 결과를 볼 때 마라탕의 신드롬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선택한 것만 먹고, 선택한 만큼 돈을 내는 공정한 방식

중국에서 마라탕을 먹어본 동료 이야기로는 강남역의 마라탕이 좀 텁텁한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마라탕 국물을 먹었을 때 땅콩 소스 맛이 많이 났다. 아마 한국인 입맛에 맞게 현지화하면서 그리된 듯하다. 사실, 마라탕의 현지화는 맛보다는 판매 형식 부분에서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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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조명과 깔끔한 분위기의 셀프바는 인건비 절감 부분보다는, 신선하고 새로운 재료를 노출해서, 기존 마라탕의 이미지를 현지 젊은 층에 맞게 바꿔주고 있다. 기존 양꼬치집들에서 취급하던 마라탕이 대부분 재료의 선택 없이 조리되어 나오는 것에 비해 확실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셀프바에서 고른 재료를 저울에 달아 무게에 과금을 하는 것도 성공적으로 먹혀들고 있는 전략 같다.

뭐랄까, 일종의 공정한 느낌이랄까? 내가 선택한 것만 먹고, 선택한 만큼 돈을 내는 이런 방식은 분명히 기존의 음식점들과 차별되는 점이 있었다. 아마 이런 형식이 유행처럼 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밀레니얼 혹은 Gen-z

강남역의 대세가 되려면, 밀레니얼, 어쩌면 밀레니얼 다음 세대인 Z세대에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Z세대의 특징 중에 하나가 의외로 오프라인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확실한 감각과 자극을 선호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마라탕은 확실한 감각과 자극이라는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자질을 두루 갖춘 음식인 것 같다. 뭔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매운맛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강남역의 마라탕 음식점들 역시 철저하게 젊은 층을 타깃으로 전략을 세운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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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탕은 당분간 쌀국수가 한때 그랬던 것처럼 프랜차이즈의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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