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이라는 키워드는 여러 해 동안 화두 되어 왔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자주 등장하는 용어였다. 이는 애플에 복귀한 스티브잡스가 키노트에서 언급했던 말이 2010년대를 관통하면서 관심이 높아진 듯하다. 그는 ‘기술과 인문학(Liberal Arts)의 융합’이라는 말을 최초 사용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현재도 ‘융합’이라는 단어는 기술과 관련된 새로운 키워드가 등장할 때마다 자주 사용되곤 한다.

전통의 디자인 프로세스에서는 제품의 기능이나 형태가 결정되면 이에 따라 제품 사양이 정해지고, 사양에 따라 디자인이 개발되는 방식이었다. 쉽게 표현하자면 제품에 옷을 입힌다는 개념에 가까운데 이는 제품 개발에 있어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표현한 예시이기도 하다.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디자인은 오랫동안 제품의 외관을 사용자의 호감도나 편의를 고려해 조형해내는 것이라 정의되어 왔다.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들은 이런 역할 안에서 이뤄지곤 했다.

그런 디자인이 최근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기존에 없던 신개념 제품을 개발할 때 디자인은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중요 요소로 작용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의 ‘디자인 경영’, ‘디자인+기술 융합’ 키워드는 이런 변화를 표현하는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변화를 주도해 온 리딩그룹의 주장은 “제품 혁신의 방향성을 디자인이 주도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라는 것인데, 이런 주장은 LG전자의 초콜릿폰, 삼성전자 보르도 TV 등의 히트 상품들이 이런 패러다임의 영향을 받아 개발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더욱 큰 힘을 얻었다. 이후 중견, 중소기업 사이에서도 이런 변화를 적용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기업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러한 흐름은 디자인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을 주도해야 한다기보다, 사용자, 소비자 관점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형태의 접근 방식, 디자인적 사고가 제품 및 서비스의 개발 과정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표현이 더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를 비롯한 제품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해결과제의 목표와 도구가 되는 정보를 명확히 공유하고 협업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제품을 구성하는 기술과 디자인이 소비자 중심적인 사고에 완전히 녹아들어야 하며, 이것이 ‘디자인과 기술의 결합’ 이 아니라 ‘디자인과 기술의 융합’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현대 기술의 발전 속도는 눈부시게 증가하여 소비자들이 제품 사용에 있어서 필요로 하거나, 수용 가능한 수준의 상승 속도를 초과하여 점차 벌어져가고 있다. 이는 제품 개발에 있어서의 R&D가 보다 소비자 중심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소비자 중심적인 제품 개발에 있어서는 해당 분야의 최신기술보다 소비자의 잠재적인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다른 기술이 제품 혁신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소비자에게 필요한 적정 수준을 만족시킬 정도의 기술 수준과 기존 제품과의 차별성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의 기술이면 충분하다. 오히려 집중하여야 할 것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를 찾아 해결하여야 할 문제로 설정하고, 그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도출한 뒤, 그것을 구현할 적정한 기술을 찾아 도입하는 ‘디자인+기술 융합’의 과정에 있다.

‘디자인+기술 융합’의 과정은 디자이너에 의해 이끌어지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적 사고에 의해 이끌어져야 한다. 디자이너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엔지니어들이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 자체에 엔지니어들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 발전 속도 증가에 따른 기술과 소비자 수용도 간의 격차]

 

그것은 엔지니어들이 갖고 있는 기술적 지식과 정보는 문제 해결의 핵심적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도입할 수 있는 기술이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선별된 기술이 제품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과정이 필요한지를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이 프로젝트 팀에 필요한 것이다.

날개 없는 선풍기 ‘Air Multiplier’로 유명한 다이슨회사에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구분이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이슨은 ‘디자인과 기술은 하나다.’라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사용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재인용: Journal of the KSME, 디자인과 기술의 융합)

여기서 디자인적 사고 즉, 디자인 thinking은 RISD 대학의 총장이었던 존마에다 교수에 의해 주장되어 왔고 그의 사고나 논리들이 design in tech report 에서 소개되었으며, 다이슨이 디자인과 기술이 하나다 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기술 즉 tech에 대해 디자이너들도 이해하고 학습하여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오늘날 그의 생각은 지지를 받으며, UX, UI, CX 과정 등을 거치면서 테크놀로지의 필요성을 모르면 안될 것이라는 본격적인 주장이 바로 ‘디자이너들도 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할 정도로 기술과 디자인의 중요성을 설파해오고 있다는 점은 디자인 테크놀로지를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서 참고로, 미국의 RISD(Rhode Island School ofDesign/RISD, 미국의미술대학. 1877년 설립)의 총장이었던 존 마에다가 DesignInTech 2016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용을 읽어보면,

 

  • 더 많은 기술 기업이 디자인 에이전시를 인수하고 있다.
  • 디자이너가 코파운더(co-founder, 공동창업자)로 있는 스타트업이 성장이 빠르다
  • VC (venture capital)에서도 디자이너 파트너를 더 많이 영입하고 있다.

 

라는 내용에서 ‘Design In Tech’는 전통 디자인과는 많이 다르다는 사실로 더 사업적인 목적에 맞춰진 관점, 기술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집요하게 사용자 만족을 추구하는 디자인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딩 교육과 데이터나 통계, 그리고 마케팅에 대한 이해는 필수이다. 이런 내용을 모르고 그냥 ‘디자이너’만 참여시키거나, 디자이너만 채용 했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보고서의 내용인데, 그래서 그의 보고서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아래의 그림을 살펴보면,

 

(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 [KPCB])

위 그림은 기술 기업의 성공적인 디자이너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에 관한 것으로 표의 1/3 정도가 정식적으로 이공계 교육을 받았고, 1/2 정도가 순수미술/ 디자인 계열 교육을 받았다고 나와있다.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미술/디자인 계열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며 이공계 출신이 1/3 정도가 된다는 사실은 과거의 디자인과는 확연히 다른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재인용: 디자이너와 기술교육 Design In Tech)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공계 출신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어떤 형식으로든 미술과 디자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며, 디자이너의 1/3 정도는 어떤 형식으로든 이공계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즉 기술업에서 성공한 100명의 디자이너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전체 100명 중 33명 이상이 두 가지를 모두 전공한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RISD총장인 존 마에다도 그 경우이다. 특히 아래 그림은 존 마에다가 주장한 질문인 ‘디자이너는 코딩을 배워야 할까?’에서 대답은 여타의 비교 또는 경험 레벨과 상관없이 90% 이상이 필요하다는 그림이다.

이제 우리가 앞으로의 산업에서 ‘디자이너’가 중요하다고 할 때는, 그냥 미대 나온 디자이너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디자인적인 교양과 토대, 문화위에 사업의 성공을 위하여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갖고 있는 디자이너를 말하는 것이다.  (재인용: 디자이너와 기술교육 Design In Tech)

 

(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 [KPCB])

그리고 오늘날의 기술과 사업 그리고 디자인은 스타트업과 기업 생태계에서 어떻게 상호관계가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서도, 그는 이공계와 미술/디자인을 바탕에 둔 디자인 교육의 경험과 필요성에서 당당히 말하면서 디자인에는 classical 디자인, 디자인 thinking및 computational 디자인이라는 3종류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computational 디자이너는 무엇일까?

한국의 디자인 대학에는 이러한 전공분야가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기업의 생태계와 디자인의 상호관계에 대한 computational의 디자이너들이 코딩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신, 인터넷의 규모나 특정 범위내에서의 계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고 있으며 그러한 작동이 디자인에서 어떤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지, 기술에 대해 비판의식을 포함하여 특별한 기능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computational의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국내 디자인 교육에 대한 현실적인 반영까지 필요하다 보여진다.

아울러 위 세가지 유형의 classical 디자인, 디자인thinking 과 분리된 computational 디자인은 조직적, 정서적으로 그 영향이 제한된다는 것을 이해하기에 세 유형의 디자 인 형식을 모두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매일같이 새로운 신조어가 만들어지는데도 늘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그것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이들은 전산 혹은 계산과 연산을 하는 디자이너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이공계 교육을 받은 자들도 디자이너 범주에 있다는 것을 말함과 동시에 이들의 연산 혹은 계산된 디자인은 감성적 디자인의 단순함을 만들어주는 기초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computational 디자이너들이 계산과 연산을 통해 정리해준 ‘단순함’을 존마에다는 ‘단순함의 법칙’에서 복잡한 시스템을 단순화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기능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애플 제품 디자인의 대부분이 바로 이 단순함과 심플함이 기본 전략이 된 것처럼, DVD 플레이어에서 되감기, 빨리감기 버튼을 없애버리고 재생 버튼 하나만 남기라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좋아하는 장면을 다시 돌려보거나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 영화를 일시정지 할 수 없게 된다.

 

 

The three design competencies that KPCB’s John Maeda believes
companies should have to remain innovative.: KPCB/Screenshot

 

존 마에다는 기능을 줄이기 전에 해당 기능이 제품과 서비스에 꼭 필요한 것인지를 신중하게 고민할 것을 권하고 있다. 가령 옷장에 있는 것들은 넥타이, 셔츠, 바지, 재킷, 양말처럼 물품별로 그룸을 나눌 수 있는데, 1000개의 물품을 5개 카테고리로 정리하는 것이다. 그러면 해당 물품들을 그룹 내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고, 익숙해진다면 훨씬 용이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해당 물품들을 그룹 내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어찌보면 기술의 복잡함을 단순한 카테고리로 정리하고, 익숙해지면 되려 편리함이 더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절약하는 것은 단순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사람이 줄을서며 기다리는 시간은 하루 평균 최소 1시간이라고 한다. 손잡이를 돌려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것, 계절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 웹페이지가 뜨기를 기다리는 것 등도 포함되는데, 이때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소비자들은 이를 단순하다고 인지하게 된다 는 것이다. 페덱스(FedEx)와 같은 당일 배송 서비스와 맥도날드 햄버거 주문과정이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하고 있다. (재인용: “꼭 필요한 것 아니면 모두 줄이고 정리하라”)

또한, ‘상식’과 ‘복잡함’도 활용하라는 것이다. 나사를 돌리는 일을 생각해보면, 나사 머리의 홈을 일자 혹은 십자 드라이버 끝에 맞추고 돌리면 된다. 오른쪽(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조여지고, 왼쪽(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풀어진다. 오른쪽이 어딘지, 시계 방향이 어딘지 알아야 제대로 나사를 돌릴 수 있다. 상식을 활용하면 많은 상황이 단순해진다는 것이다.

반면에, 단순함을 이루기 위해서는 역으로 복잡함이 필요한데, 복잡함이 많을수록 단순한 것에 눈이 간다. 기술은 계속 복잡하게 발전하기 때문에 단순함을 활용하면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다. MP3 플레이어 시장에 나타난 애플의 아이팟(iPod)이 단순함을 무기로 성공한 제품의 대표적이다.

즉 복잡함이 없었다면 단순함을 보더라도 인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불필요한 기능을 단순화하고, 동일한 유형별로 분류하고, 시간의 낭비를 재활용하며, 일반 상식을 단순화에 적용하고, 복잡함을 단순화하는 일이 디자인과 기술의 융합적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이는 기술의 복잡하고 까다롭고 계산적인 이성적 기반과 상상과 이상이 미려함에 의한 사용성을 높혀 주도록 마련된 감성적인 예술 기반을 연계하는 토대라는 것이다.

즉 감성적인 디자인과 이성적인 기술의 만남을 다루는 것이 곧 디자인 테크놀로지에 의한 작업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오늘도 우리나라 미술학원 어딘가에서 디자인 전공학과에 입학하기 위해 수많은 입시생들이 융합적 사고를 위해 해괴한(?) 주제어를 분석해가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것이 융합일까? 입학한 첫 수업인 컴퓨터 그래픽에서 좌절을 하는 이들이 대학을 졸업 한 후 현장에 나와 무슨 생각을 하며 세상에 적응해 나갈 것인지, 지금 세계 곳곳의 디자인 마켓은 테크놀로지와 융합되고 있는 변화의 흐름에 놓여있고, 더 이상 고전적인 회화의 개념이 아닌 테크놀로지를 통해 20세기 미래의 다양한 기술과 이성적이고 실용적인 고객중심의 융합으로 미래 디자인의 의미를 쌓아가고 있음을 부디 이해했으면 한다. (월간마케팅)

 

Gil Park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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