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3> 닌텐도 스위치 버전 <디아블로 3: 이터널 콜렉션>이 지난 2일 국내 정식 발매했다. 이번 작품은 발매 전 배급사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가 아닌 숙박업을 전문으로 하는 레이나컴퍼니가 맡는다고 알려져 유저들에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레이나컴퍼니 조원희 대표는 <디아블로 3: 이터널 콜렉션> 국내 유통 이유에 대해 “게임이 국내 정식 발매되지 않은 탓에 해외에서 직수입된 소량 타이틀이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을 해결하고자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분명 동기부여는 될 수 있지만, 사업적인 계획으로 설득하기에는 조금 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해 보였다.
숙박업 회사가 게임 유통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정말 <디아블로 3: 이터널 콜렉션> 해외판이 국내에서 비싸게 팔리는 게 유통을 결정한 이유였을까? 여러 궁금증을 안은 채 레이나컴퍼니 조원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Q. 디스이즈게임: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한다.
조원희 대표: 레이나컴퍼니 대표 조원희다. 유저들에게는 ‘디아블로 3 수입하는 숙박업소 사장님’으로 더 익숙하지 않을까 싶다.
Q. 숙박업 기업이 <디아블로 3: 이터널 콜렉션>을 유통한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다. 레이나컴퍼니는 정말 숙박업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맞는가?
물론이다. 레이나컴퍼니는 호텔과 펜션 사업을 하는 숙박업 회사다. 다만, 호텔 사업보다 먼저 ‘크레이지 스토어’라는 이름으로 2003년부터 게임 판매 사업을 해왔고, 이는 판교 등 여러 위치를 거쳐 현재는 서울 코엑스에 있다.
게임 판매 사업을 할 때만 하더라도 개인 사업자였기 때문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7년 숙박업을 시작하면서 법인 사업자로 전환했고, 이후 <디아블로 3: 이터널 콜렉션> 심의 신청에 레이나컴퍼니 이름이 들어가 유저들에게 ‘숙박업 회사가 디아블로 수입한다!’는 형태로 알려지지 않았나 싶다. 덕분에 ‘디아블로 3 호텔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등 유저들에게 입소문을 타 한층 더 알려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웃음)
Q. 게임 판매와 숙박업을 해오다가 게임 유통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이유가 있지만 크게 보면 ‘국내와 해외 시장 사이 불평등한 가격 구조 해결’이다. ‘호텔 시그니처 콘텐츠 사업’ 이라 생각한다.
<디아블로 3: 이터널 콜렉션>은 지난해 11월 발매된 작품이지만 한국에는 정식 발매되지 않았다. 때문에 해외에서 직수입된 소량 타이틀이 상상하기 힘든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오랫동안 게임 판매를 해오며 느낀 패키지 시장 문제 중 하나가 상품 수량이 적어지면 가격이 불필요하게 높아지는 일종의 ‘괴리 현상’이 생긴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를 해결하고자 직접 수입 및 유통을 결정하게 됐다.
Q. 혹시 다른 이유도 있는가?
이전부터 레이나컴퍼니 호텔 사업 중 ‘시그니처 콘텐츠’를 생각하고 있었다. 게임도 그렇지만 숙박업 역시 ‘즐거움’에 기초한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숙박업소라고 해서 단순히 잠만 자거나 쉬고 가는 곳이 아니라 친구나 연인,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 즐거워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이런 이유로 호텔이나 펜션 방문객들의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가 뭘까를 고민하고 있었고, 점내 다트나 아케이드 게임 등 다 같이 할 수 있는 놀이 공간을 마련하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던 중 닌텐도 스위치가 눈에 들어왔다.
플레이스테이션의 경우 싱글 플레이에 집중한 게임이 많지만, 닌텐도 스위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임이 많다.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은 레이나컴퍼니의 사업 방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었기에 객실 내 닌텐도 스위치를 비치하는 등 사업 콘텐츠를 구현하는 게 어떨까 싶었다.
그렇게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던 중 <디아블로 3: 이터널 콜렉션>이 비싸게 팔리는 현상을 보게 됐고, ‘차라리 게임 유통을 해보는 건 어떨까?’는 생각이 들어 수입 및 유통을 결정하게 됐다.
Q. 레이나컴퍼니가 게임 유통을 맡는다고 알려진 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알고 있는가?
물론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국민 수면제를 수입하는 숙박업체 사장님’이라고 불리는 걸 보고 참 많이 웃었다. 사실 나도 <디아블로 3>를 플레이 하면서 자주 자다 깨다 했다. (웃음)
Q. <디아블로 3: 이터널 콜렉션>은 IP 자체가 유명해서 많은 유통사가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레이나컴퍼니가 유통권을 얻은 비결은 무엇인가?
실제로 많은 유통사가 제안을 한 것은 사실이다. 선정 이유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유저에게 게임이 전달되는 타이밍’에 대한 생각이 레이나컴퍼니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디아블로 3: 이터널 콜렉션>은 지난해 11월 발매됐고, 국내에는 정식 발매되지 않아 해외판이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레이나컴퍼니는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하는 마음에 올해 1월 블리자드 코리아에 정식으로 수입 제안서를 보냈다.
그런데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측에서도 이 현상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었고 ‘게임을 최대한 빨리 정식 발매해 더 많은 사람이 작품을 즐겼으면 한다’는 니즈가 있는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양사 간 니즈가 맞아 레이나컴퍼니가 수입처로 결정됐다.
더불어, 신생 기업이 주는 의외성도 한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오랜 기간 게임 판매를 하면서 느낀 부조리 중 하나는 일부 유통사가 게임에 다른 게임을 끼워 파는 일이 있다는 점이다. 블리자드 측은 이런 식의 판매를 원치 않았고, <디아블로 3: 이터널 콜렉션> 자체가 최대한 빨리 한국에 판매될 수 있기를 바랐다. 이 부분에 있어 레이나컴퍼니는 게임 유통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유통사로 결정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Q. 레이나컴퍼니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소규모 매장이지만 지난 16년간 게임을 판매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국내 게임 시장에 몸담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시장을 이해하고 유저가 원하는 부분을 파악할 수 있으며, 유통 역시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현재 레이나컴퍼니 내 게임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이 5명 있는데, 이들은 과거 마이크로소프트나 엔씨소프트 등 다양한 게임 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던 사람들이다. 더불어 직원 중 일부는 과거 사업 마케팅을 담당하기도 했고, 총판 관리를 맡기도 했으며, 게임 개발을 했던 사람도 있다. 각자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가 다양하다는 점 역시 강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게임 판매를 오래 해왔지만 유저들에게는 숙박업 회사로 먼저 알려졌다. ‘숙박업 회사가 게임을 유통한다’는 특이 케이스로 인해 유저 기억에 더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강점이 아닐까 싶다. (웃음)
Q. <디아블로 3: 이터널 콜렉션> 온라인 예약 판매가 당초 1,000개 한정으로 알려졌는데, 현재까지 약 2,000개 판매됐다. 패키지 물량 및 유통에는 문제가 없는가?
그렇다. 온라인 예약 판매는 당초 위메프에서 1,000개 한정 판매로 알려졌는데, 이는 26일 판매 게시 반나절 만에 모두 팔리게 됐다. 때문에 오프라인 판매 예정 물량을 온라인 판매 물량으로 끌어와 총 2,000개 판매로 계획을 바꿨다. 사실 게임을 처음 유통하기로 결정했을 때만 하더라도 유저들이 이렇게 호응해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 반응에 그저 놀랍고 유저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판매처를 한 곳으로 정한 것 역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만약 여러 판매처에 불량이 나뉘었을 경우, 판매 중 문제에 대처하기 힘든 건 물론, 중간 정산 비용이 늘어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위메프 한 곳에서만 예약판매를 진행했기에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Q. 닌텐도 벤더로서 골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언제, 어떻게 진행하게 된 부분인가?
닌텐도 벤더 골드 파트너십은 2017년 1월에 획득했다. 이는 당시 발매된 닌텐도 스위치를 판매하기 위한 준비 때문에 획득하게 됐다. 앞서 말했지만 레이나컴퍼니는 ‘크레이지 스토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게임 판매를 해왔고 이 역시 게임 및 기기 판매를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이 외에도 과거 2008년 닌텐도 DS 수입을 위해 대원미디어와 연계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으로도 게임을 유통하게 된다면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주로 유통하지 않을까 싶다.
Q. 앞으로도 유통을 계속 할 의향이 있다면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고자 하는가?
게임 유통 계획은 물론 게임 개발, 호텔 내 놀이 공간 조성 등 여러 계획이 있긴 하지만, 이제 막 유통을 시작한 단계기 때문에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구체화한 내용은 없다. 다만, <디아블로 3: 이터널 콜렉션> 수입을 결정할 때도 그랬지만 게임 유통에 있어 레이나컴퍼니는 국내 게임 시장에 적은 물량이 매우 비싸게 팔리는 ‘장난’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런 현상을 겪는 게임이 있다면 수입할 의향이 있다.
Q. 유통을 계속하게 된다면 자체 한국어화 계획도 있는가?
그렇다. 게임을 유통하는 일은 수입을 빨리해 유저들에게 빠르게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어화를 비롯한 ‘로컬라이징’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아블로 3: 이터널 콜렉션>을 정식 발매하기 전에도 게임을 직수입해 최대한 빨리 발매하느냐와 이왕지사 수입을 결정한 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한국어화를 거쳐 발매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다만, 게임이 해외에 이미 출시됐고 수입이 결정된 상황에서 출시가 늦어지면 유저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최대한 빠르게 발매하는 쪽을 택했다.
앞으로 게임 유통을 본격화하게 된다면 자막 한국어화를 진행할 생각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말한 부분은 모두 계획이기 때문에 향후 어떤 결정을 하고 어떤 게임을 들고 올지는 지켜봐 줬으면 한다.
Q. 향후 게임업계에서 어떤 포지션을 가지고자 하는가?
즐거움을 공유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숙박업과 게임유통은 별개 산업이지만 어찌 보면 두 산업의 시작은 모두 ‘즐거움을 주는 일’이라는 하나의 시점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한다. 레이나컴퍼니에는 16년간 게임 판매를 했던 나를 포함해 유통, 개발 등 게임 산업에서 다양한 일을 했던 직원들이 있다.
특히 게임 산업은 콘텐츠 사업인 동시에 유통 구조, 산업에 대한 이해, 콘텐츠 흥망에 대한 선구안 등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앞서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게임 산업에서만큼은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은 일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나를 포함해 레이나컴퍼니 직원들은 과거 모바일 게임을 개발했다 실패하는 등 게임 산업에서 저마다의 고난과 역경을 경험했던 사람들이다.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상황에서, 다시 시작할 기회가 생긴 만큼 그간의 경험을 살려 제대로 된 도전을 하고자 한다.
Q. 유통과 별개로 게임 개발 의향도 있는가?
앞서 말했지만 유통을 포함해 여러 계획을 생각하고 있고 그 중 개발도 있긴 하다. 하지만, 나를 비롯해 우리 회사 직원들이 과거 모바일 게임 개발을 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어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웃음)
요즘은 과거에 비해 도전할 수 있는 영역도 많고 한 분야가 가진 스펙트럼 역시 넓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향후 레이나컴퍼니라는 이름이 언제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디아블로 3: 이터널 콜렉션> 수입을 결정했을 때만 하더라도 유저들에게 이렇게 이슈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유저들에게 관심과 응원을 받는 건 물론 즐거워하는 모습에 큰 힘을 얻었다. 현재 유저 사이에서 ‘국민 수면제를 숙박업소 사장이 수입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불러주고 기억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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