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손은 누구나 될 수 있는 존재다.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사회 안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을 감추며 살아간다. 내가 복면을 쓰는 것처럼 사람들도 복면을 쓰게 되면 저 깊숙한 곳에 내재되어 있는 본인의 진실함을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복면을 쓰는 동시에 복면을 벗는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동안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하는 스타는 극히 드물었다. 공중파 방송을 제외한 다른 플랫폼에서 스타를 본다는 게 생소한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어떠한가? 많은 스타들이 자신의 개인 채널을 통해 대중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 일반인조차 개인 브랜딩을 구축해 ‘인플루언서’의 신분을 얻어 다양한 경제활동까지 나서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서막이 열린 이래 가장 콘텐츠 소비가 높은 시점이다.
그리고 작년 여름. 마치 예측이나 한 듯 힙합 예능 프로 <쇼미더머니 777>에는 정체 모를 사내가 핑크빛 복면을 쓰고 나와 화제의 중심이 됐다. 아쉽게도 가사를 절어 탈락과 함께 불구덩이 속으로 사라지긴 했지만 말이다. 신인 래퍼 마미손은 이후로 유튜브 채널에서 엉거주춤한 춤사위와 함께 “한국 힙합 망해라”를 외치는 영상을 공개하며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최근에 가장 핫한 아티스트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그리고 핵인싸 인플루언서로 통하기도 한다. (칭하는 수식어가 너무 많다…)
작년 9월, 마미손이 유튜브를 통해 최초 공개한 콘텐츠 <소년점프>는 현재 누적 조회 수 4000만을 향해가고 있으며, 구독자 수는 53만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그가 밝힌 채널 수익은 무려 17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마미손은 최단 시간 가장 적은 콘텐츠로 기록을 세운 몇 안되는 케이스로 평가되고 있다.
마미손은 이후로 꽤나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왔다. 특히 그의 콘텐츠는 바이럴에 두루 활용되었는데 실제로 군인 점프, 탈모 점프 등 유튜브에서 많은 패러디로 사용되었다. 최근에는 SK텔레콤과 유튜브 광고 촬영에 이어 여행 액티비티 기업 클룩(KLOOK)과도 콜라보(더러운자본주의PPL)를 하는 등 그의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계속해 늘어나는 상황이다.
지난 1월에는 무려 뉴스 채널 YTN에도 진출하는가 하면, 매년 열리는 마케팅 컨퍼런스에도 초대되어 수상하는 영예까지 안았다. 이쯤 하면 자체 브랜드를 가장 잘 구축한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마미손이 궁금했다. 도대체 그는 어떤 인물인지, 우리가 생각하는 그(?)가 맞는지 그리고 그가 만들어가는 유튜브 플랫폼은 어떤 모습인지 말이다. 이런 모든 궁금증을 안고 핑크색 복면으로 느닷없이 나타나 불구덩이에 처박혔던 그 마미손을 직접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콘텐츠 소비시대, 플랫폼 활용도가 가장 높은 아티스트
한 네티즌은 ‘속이는 사람은 있고, 속는 사람은 없다’라고 표현했다. 마미손은 소년점프 ‘어 마미손 내 인생 X나 뻥~’의 가사대로 온 국민과 속이고 속아주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례적인 상황 앞에 대중들 역시 속아주는 맛(?)에 단단히 현혹되고 있다. 직접 만나본 핵 인싸 마미손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사실 흥행 시나리오는 있었지만, 이렇게 큰 화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 덕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YTN 생방송에 출연했던 게 기억에 남네요. 마미손이 아니었다면 뉴스 채널에서 생방송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겠죠.”
“저를 사칭하여 길거리 노래방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제 주변 사람들은 조회수를 되려 뺏어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 상황이 재밌습니다. 마미손이라는 아이템으로 모두가 즐기고 웃을 수 있다는게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마미손은 얼마 전 맥스서밋 어워드 콘텐츠 부문에서 수상자로 초대되기도 했다. 해당 어워드에서 아티스트가 구글, 애플, 토스, 현대자동차 등의 기업들과 나란히 수상한 사례는 처음이다.
“평소에 테크 블로그를 잘 보고 있을 정도로 워낙 관심이 많았습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 조금은 놀랐었는데 다른 유명한 수상사들을 보고는 ‘아, 이거 정말 영광스러운 거구나’싶었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창의적으로 다가간다는 공통점으로 이 상을 받았다는 게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분 좋았습니다.”
마미손은 인터뷰 중 자기소개를 부탁한다는 질문에 “마.미.손.입.니.다.” 총 6마디를 건넸다. 하지만 그 어떤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강렬했고, 정확했다. 자체 브랜드 구축에 성공한 사람이 할 법한 소개였다.
유튜브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인플루언서의 대열에 오른 마미손은 자신의 채널에 올라가는 모든 콘텐츠가 본인의 아이디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요즘은 마미손과 친구들이라는 힙합 새싹들을 키우는 일에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유튜브 꿈나무로서 사람들이 다 함께 즐길 수 있을 만한 콘텐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종횡무진하며, 복면 속 인물로 추측되는 매X클XX과 경쟁 아닌 경쟁을 펼치며 더욱 바이럴을 확산 시켰다. 그는 현시대에 플랫폼 활용도가 가장 높은 아티스트가 분명했다.
인플루언서의 삶이요? 당연 좋죠. ( with 돈과 명예 )
대중들의 관심을 한 번에 받고 있는 마미손에게 인플루언서의 삶은 어떤 느낌인가 묻자 피식 웃었다.
“인플루언서의 삶이요? 별 차이는 없어요. 그냥 많은 돈과 명예가 따라와서 좋습니다. 그 밖에 다양한 기업과, 아티스트와의 콜라보 활동도 재미있고,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행복할 따름이죠.”
마미손은 유튜브 플랫폼을 가장 핫한 플랫폼이라 말하며, 다른 아티스트에게도 추천을 많이 하는 편이라 말했다. 그렇지만 아무나 시작은 해도 아무나 이슈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인 스스로가 재미있어서 시작해야지, 무조건 이슈를 바라고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재미를 못 느끼게 할 것이라는 조언의 말도 포함했다.
“누구나 본인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의 가장 쉽고 정확한 길잡이는 ‘나 스스로 굉장한 재미를 느끼는가?’입니다. 좋은 콘텐츠는 단숨에 좋다고 느껴지게 되지, 결코 아리송하게 느껴지지 않거든요. 저에게는 마미손 콘텐츠를 만드는 게 가장 순수히 즐기는 행위이기에, 그게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라 생각합니다.“
흥할 콘텐츠를 만드는 ‘마미손’의 크리에이티브 능력
그의 콘텐츠의 흥행 요건은 노래 속 가사만 보아도 충분하다. <소년점프>의 “와 나 X발 완전히 X됐네”부분은 많은 청춘들의 감성을 건드리며 치열한 현시대를 열거해 공감을 불러왔고, “도넛맨 미안해 마이크 못 줘서 미안해” 가사는 얄밉고도 다정함이 깃든다. 이것은 분명 마미손의 크리에이티브 적 감각과 매력이다.
평소 마미손이 ‘찰리채플린’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콘텐츠 적 그의 영향을 받은 점이 있냐 묻자 찰리채플린의 캐릭터 철학을 꼬집었다.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비슷하게 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찰리채플린은 실없어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잖아요.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창의적이면서 신선하고 대담했죠. 그런 점이 굉장히 매력적인 아티스트입니다. 마미손 역시 마냥 실없기만 하진 않아요! 마미손만의 철학과 진정성을 가지고 심각하고 진지한 것들까지 즐겁게 유희적으로 풀어 내고 싶습니다. “
마미손은 여행 액티비티 예약 플랫폼 클룩과 콜라보 활동을 전개하며 여행 콘텐츠도 소개한 바 있다. 그와 동시에 팬들에게도 여행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에게 여행의 의미는 무엇인지 묻자, 마미손의 여행은 곧 아이디어 얻기라고 말했다.
“캐리어를 최근에 처음 써봤습니다. 엄청 편하더군요. 하지만 맛 들일까 무섭습니다. 왜냐면 저는 주로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서 백팩 하나 매고 무작정 떠나거든요. 여행을 가면 저는 무조건 많이 걸어요. 많이 걷다 보면 생각도 정리되는 동시에 아이디어도 샘솟게 됩니다. 어느 철학자가 말했듯 ‘발로 생각하라’를 실천 중이죠.”
“팬들에게 어떤 것을 선물할까 하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을 선물하면 어떨까 싶어 선물을 했는데, 실제 팬들이 정말 좋아해 주셔서 저 또한 좋았습니다.”
최근 준비 중에 있는 콘텐츠에 대해 묻자 자신을 부러워하는 많은 아티스트들을 위한 ‘핑크 마스크 라이브쇼’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휴일(검정치마) 형도 복면까지는 아니고 변장을 하고 기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준비를 했었는데, 제가 먼저 나와서 못하게 되었다고 아쉽다는 말씀을 하더라고요.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본인에게 굳혀진 이미지와는 다르게 또 다른 무언가를 표현하고,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있죠. 그 점에서 마미손을 많이 부러워합니다.”
“그래서 다른 아티스트들에게도 또 다른 자신을 표출할 만한 일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 ‘핑크 마스크 라이브 쇼’를 기획 한 것이죠. 이 쇼는 아이돌이나 발라드 가수 등이 복면을 쓰고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무대를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드는 겁니다. 아마 첫 시작은 오는 5월이나 6월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PPL 해주실 광고주님 보고 계십니까?”
복면을 벗을 생각 있냐구요? = 결론 OK
마미손은 계획대로 되고 있다고 노래에서 수도 없이 반복했지만, 직접 만나보니 실상 의식의 흐름대로 하고 싶은 걸 묵묵해 해나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억지와 오버스러움을 느끼게 하지 않는, 그의 크리에이티브적 표출은 담담해서 진실성까지 느껴지게 한다.
“마미손에게 복면은, 가면을 쓰면서 동시에 가면을 벗는 겁니다. 사회적으로 규정되어 있던 하나의 이면을 가면을 씀으로 자유로이 나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죠. 이 복면만 쓴다면 마미손은 그 누구도 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아티스트들이 한정된 본인의 모습에서 벗어나 마음 깊숙이 있는 내면을 많이 끌어내면 좋겠어요. 그게 마미손이 출발점이 되었으면 하고요.“
복면 때문에 피부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의 말을 건넸더니, 마미손은 피부 트러블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작년 여름 불구덩이에 처박힌 후 여름에 활동하기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을 느끼고 현재 삼베 복면을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복면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꽤나 진지하게 설명했다.)
흥행의 만렙을 찍었던 <소년점프>는 피처링 가수 배기성의 파워풀한 목소리가 한몫했다. 마미손은 이에 만화 영화 주제가를 생각하며 만들었고, 락적인 요소가 많고 파워풀함을 표현하기에 단번에 느낌이 왔다고 말하며, 배기성 선배에게 감사의 마음 표현을 잊지 않았다. 그리곤 다음 피처링으로 함께 하고 싶은 뮤지션으로 장기하를 언급했다.
“평소에도 콘텐츠 고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요. 콘텐츠 과속화 시대에 어떤 식으로 콘텐츠를 공개해야 할지도 고민이죠. 완성도 있는 콘텐츠를 오랜 기간 준비하여 내놓을지,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공개하고 자주 소통해야 좋을지 확실히 단정 지을 수가 없더라고요. 모든 콘텐츠 제작가들이 고민해봐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2년 차 래퍼 마미손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더니 그는 인터뷰 중 가장 밝은 얼굴로 대답을 이어갔다.
“마미손은 절대 음악만 하진 않을 겁니다.(비장) 뭐랄까. 배우도 되고 싶고, 예능도 제작하며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글도 쓰고 싶네요.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냥 마미손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마미손은 특히나 ‘배우’에 대해 열망했다. 그럼 혹시 그때는 복면을 벗고 연기를 할 것인가? 기대했지만, 그는 복면을 쓰고 연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복면을 쓰고 연기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감정선의 디테일은 어떻게 살릴 거냐 묻자 “오로지 눈빛과 목소리로 승부를 볼 겁니다. 연기에 대한 내공은 바로 눈빛 연기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저는 반드시 대배우가 될 것입니다.”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배우의 꿈을 밝혔다.
마미손은 유튜브 개인 채널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공개하며 종횡무진하고 있다. <고등 래퍼 씹어먹는 중등 래퍼 싸이퍼>의 영상에서 “되고 있다 믿고 걍 함 되고 싶은 거 다돼”라는 그만의 스웨그 있는 가사를 뱉으며, 사회적 이슈로 이어지고 있는 “버닝썬 망해라”를 외쳐 네티즌들에게 “역시 마미손”이라는 열띤 호응까지 얻고 있다.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해야하는 것에는 분명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등래퍼 씹어먹는 중등 래퍼 싸이퍼> 영상에서 사회적 이슈를 장난스럽게 뱉긴 했지만, 그건 제 나름의 소극적인 표현이었고 그저 개인의 목소리였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제가 무언가 사회적 목소리를 내게 된다면, 그 동기와 출발은 지극히 저의 개인 지점이 될 것입니다.”
이쯤이면 그의 모든 행위는 예술로 변모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마미손에게 진지하게 복면을 벗는 날이 있다면, 그것은 언제일까 되물었다. 3분가량의 정적이 흘렀고 마미손의 표정은 심각했다.
“음… 이 말을 하기 위해서 잠시 고민을 깊게 했는데요. 마미손의 가장 큰 계획 역시 정의 구현이니, 이 사회의 모든 악당들이 사라지고 국민들이 만족할만한 정의 구현의 사회가 될 때 그때 꼭 복면을 벗을 것입니다.”
마미손은 2018년 11월에 쇼미더머니777의 파이널 무대 인터뷰에서 “복면은 안 벗어요. 영원히”라고 말한 바 있다. 몇 달 사이 어떤 심리 변화가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마미손은 이 시대를 구현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마미손의 매력에 헤어 나오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인터뷰 후기
그는 인터뷰 내내 생각을 많이 했고, 생각 끝에 나오는 말들은 진지하고도 명확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본인을 담담히 표현한다는 말이 정확하다. 그의 의식 속에는 사회 구현과 콘텐츠 그리고 본인의 목소리에 대한 진중함이 깃들어 있었다. 인터뷰가 끝이 나자 그는 핑크색 복면을 쓴 채 상냥히 웃으며 가는 길목까지 마중을 나왔다. 아직도 마미손이 의식의 흐름대로 뱉어내는 목소리와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기대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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