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후생, 조직문화보다 더 무서운 말과 행동의 디테일
작은 것의 중요성을 말하는 ‘하인리히의 법칙’, ‘깨친 유리창의 법칙’은 이제 익숙하다 못해 진부한 이야기가 돼버렸습니다. 하지만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르죠. 책을 많이 읽어도 하는 행동은 안 읽는 사람보다 못한 못한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회사도 예외는 아니죠.
제가 브런치에 작성하는 조직 문화나 인사 제도 같은 이야기도 책에 없어서 블랙 기업들이 생겨난 게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도 나쁜 도구를 통하면 결국 나쁜 메시지가 됩니다.
오늘 나눌 이야기는 아주 간단합니다. “나쁜 말이 나쁜 조직을 만든다”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구글의 조직 문화를 이식하거나 혹은 넷플릭스처럼 보상을 해도 떠날 직원들은 떠납니다. 이는 일하는 방식에 애자일을 적용하고, 회사가 고속 성장을 한다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더욱이 나쁜 말이 오가는 상황이라면 인재가 굳이 회사에 남아있을 이유가 있을까요? 결국 사람이 싫어 떠나게 되는 것이죠.
제가 주변에서 본 아이러니한 일은 나쁜 말을 한 본인은 그게 심각한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마치 성추행처럼 ‘이 정도로 상처를 받아?’ 이 수준의 의식으로 이걸 자신의 고민이라고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곤 하죠. 그러면서 요즘 애들이라든지 남자와 여자의 차이라든지 이런 말로 자신의 말을 합리화시키려 합니다. 그게 지금까지 그 사람을 여기까지 버티게 한 힘인지도 모르죠.
조직의 입장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잃게 되면서 조직의 역량까지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어떤 디테일들이 기업의 우수한 제도마저 힘을 잃게 하는 것일까요? 자. 주변에 사람 때문에 회사를 나간 인물들을 떠올려봅시다.
1. 작은 성공을 할 때 격려보다는 폄하하는 말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기업은 구성원의 인적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 경영의 핵심”이라고 책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 동기부여는 인적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리더십을 다룬 책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죠.
하지만 나쁜 말은 동기 부여는커녕 있는 의욕도 밟아버립니다. 누군가가 뭔가를 시도할 때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박수 정도는 쳐줘야 동기부여가 됩니다. 작은 성공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 경영 전략의 기본이죠.
나쁜 말은 바로 이 부분을 공격합니다. 당장의 실패를 질책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만들어버리는 식이죠. 우수한 직원이라면 아마 얼마 견디지 못하고 말 것입니다.
2. 사소한 디테일에 집착과 반복
제 글에서 정말 많이 다룬 내용입니다. 일을 바라보는 철학이나 방법론을 코칭 하는 것이 아닌 결과 단면의 디테일만 지적하는 경우입니다. 한마디로 배울 게 없고 마치 기계와 대화하는 것 같죠. 보고서의 폰트, 레이아웃, 제목, 세부 내용 등… 물론 고칠 것은 고쳐야 합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차이는 무엇이고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라는 결과가 아니라면, 회사는 그저 배움이나 역량을 기를 수 없는 무의미한 집단에 불과합니다.
더군다나 반복해서 고친 것을 보고 이유도 말하지 않으면서 다시 고치라는 지적을 받는다면 일을 진지하게 대하는 사람일수록 더 빨리 조직을 떠나게 되겠죠.
3. 불리하면 위에서 내려왔다는 면피
가장 정치적인 멘트입니다.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관리자, 중간 관리자는 절대 써서 안 될 말입니다. 그 자릿값을 못한다고 자인하는 것이니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습니다.
조직에 불필요한 중간 단계가 있는 것은 이런 말이 도는 것을 보고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조직 헤드가 부조리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다 같이 손잡고 나오면 될 일이죠. 좋은 것은 내가 했고 나쁜 것은 내가 아닌 위나 아래가 한 것으로 말하는 사람은 실제 자기가 한 일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4. TMI 요구
사소한 정보를 모읍니다. 일이 돌아가는 배경을 모두 알고 싶은 것은 좋은데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업망에 대한 것이나 다른 부서의 상황, 심지어 조직원의 개인 사생활까지 말 끄트머리에 슬며시 더 넣어서 물어보거나 떠 보는 사람 말이죠.
아무리 일을 탁월하게 해도 전근대적인 조직에서나 통하던 방법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시간이 해결할 일이지 억지로 끌어낼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5. 결론이 없는 말, 결론을 기다리는 말
업무로 대화를 하면 모든 대화의 끝이 다음 행동으로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게 조직의 숙명이죠. 하지만 배경만 구구절절 늘어놓거나 안 되는 이야기만 하면서 결론 없는 말만 되풀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기는 해야 하는데 자기가 하기엔 벅차거나 이미지 타격이 있으니 이야기를 나누는 다른 사람이 하라는 말을 그렇게 하는 경우입니다. 결론이 없다는 것은 멍청하거나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죠.
대화할 때 답답한 상사는 정말 답답한 생각을 가졌거나 너무 잘 알아서 자기 손으로 하기 싫어서 주변의 힘을 빼놓는 것입니다. 기업에서 정치로 연명하는 방식입니다.
6. 일반론으로 치부
무시하는 말입니다. 퍼포먼스는 퍼포먼스로 말해야지, 퍼포먼스를 인격에 연결시키는 타입입니다.
지각을 하면 안 되는 것이지만, 지각을 했다고 지각이 모든 업무의 늦은 대응으로 다 연결시킵니다. 경험상 지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 업무 데드라인을 어길 때도 있지만, 정확히 체크해 보면 보통 사람 수준이거나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는 나누지 않고 딱 잘라서 그게 하나의 심볼이 되는 것이죠.
사람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인적 자원 활용의 기본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단순히 몇 개의 사건으로 ‘쓸모없는 사람’, ‘B급 인재’ 식으로 낙인을 찍으면 사람의 진정한 잠재력은 알 수 없습니다.
7. 은연중에 클러스터링
일반론과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일반론이 어떤 차별을 낳는 경우죠. 흔히 말하는 학벌, 경제력, 성별, 결혼 여부, 직급, 출신 등 할 수 있는 모든 군집할 수 있는 기준으로 ‘그래서 그런 거야’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말의 이면에 이런 것이 묻어 있으면 작은 부분이라도 듣는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조직을 와해시키고 카르텔을 형성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런 클러스터만 끝까지 살아남겠다는 것이죠. 능력보다는 인맥에 의지하고 본질보다는 현상에만 몰두하는 사람의 전형입니다.
8. 높이는 것과 낮추는 것은 자유자재
호칭을 자유롭게 하는 회사가 아니라면 ‘다나까’는 아니더라도 아직 상사는 높이고 부하직원은 낮추는 대화가 만연합니다. 물론 요즘은 의식이 개선되어 꼰대들처럼 막 내려 까는 일은 없겠지만 아직도 잔재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젊은 꼰대’의 자격 조건 중 하나인 내가 맘에 안 들거나 유리한 대화 포지션을 가져가고 싶을 때 낮추는 말을 쓰는 것 말이죠. 방심한 사이에 들어온 말의 디테일은 동기부여를 앗아갑니다. 그냥 까라면 까라는 이야기 이상으로 들리기 어렵습니다. 사실상 욕을 하는 것이죠.
9. 되묻고 되묻고 되묻기
계속 묻습니다. 예전 레퍼런스 어디 있더라, 그때 누구랑 했더라, 그거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이런 식으로 주변 사람, 특히 조직원들에게 묻습니다.
몰라서 몇 번 묻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찾는 노력도 없이 계속 묻는 것은 나쁜 말입니다. 직원을 자신의 비서처럼 부려먹는 것이죠. 의외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스로 업무에 대한 정리가 되어 있지 않거나 과거에 몸담았던 일이더라도 그때도 주도적인 역할이 아닌 주변에서 놀고 있었다는 말이죠. 계속 묻는 것은 아까운 조직의 집중력을 빼앗습니다.
어느 조직에서나 앞에서 언급한 말들을 쓰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혹시 그런 말을 자주 쓰는 이가 회사 안에 있다면 내보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봅니다. 나쁜 말은 수백가지의 좋은 제도와 복지를 갖췄어도, 모든 일에 방해가 되고 걸림돌이 됩니다. 사실 회사 생활 대부분은 ‘말’ 입니다. 회의할때나 보고를 하거나 발표할 때, 심지어 보고서 이메일도 다 말을 적은 것이니까요. 소프트 파워가 조직을 바꿉니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고 했었나요?
“God is in the 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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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불만 해결이 전략은 아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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