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의 관점에서 볼 때, 아시아의 비디오 게임 시장은 굉장히 매력적인 곳입니다. 시장의 규모만 봐도 중국이 약 380억 달러, 일본이 약 190억 달러, 한국이 약 56억 달러 규모를 자랑하죠. 때문에 서양의 게임 업계에서는 항상 아시아의 게임 시장을 따라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아시아의 개발자들은 외국 시장으로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시아권에서 제작된 게임은 서양권에서 점점 지분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고, 유럽과 북미에서도 일부 아시아권의 게임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제작된 게임은 서양 게임에 비해 어떤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지, 서양 시장에서 어떤 식으로 활로를 개척할 수 있는지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분석했습니다.

* (저자 : Anna Grigoryeva 러시아의 퍼블리셔 ‘Innova’와 ‘Syncopate’에서 각각 근무했으며, 11년 간 <리니지2>, <RF 온라인>, <R2>, <에이카 온라인> 등 한국 게임 외에도 다수의 아시아권 게임을 러시아 시장에 퍼블리싱했다.​)

 

 

# 스타일 & 장르 : 아시아의 독창성은 장애물이 아니다 

 

동양과 서양은 기본적으로 문화의 차이가 있습니다. 게이머가 선호하는 방향성에도 차이가 있고, 디자인이나 스토리 등에 대한 취향도 다를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필자가 경험해본 아시아의 게임 개발자들은 서양 유저들이 자신들의 게임에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에 놀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삼국지 등의 동양 역사물이나 신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은 아시아권의 유저들에게 통하는 콘텐츠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실제 서구권 유저들의 반응은 그런 예상과 다릅니다. 서양인들이 아시아권의 역사나 신화에 대해 기반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에 있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배경 지식이나 등장인물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게임의 스토리와 메커니즘에 집중하기 때문이죠.

또한, 아시아의 개발자들은 서양인들이 현실적인 게임을 원한다고 믿는 경우가 많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릅니다. 실제로 많은 아시아 게임이 러시아, 서유럽, 미국 등지에서 균등하게 잘 팔리고 있죠. 중국 모바일게임은 2018년 상반기에만 미국에서 6억 달러(한화 약 6,756억 원)를 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서구권 게임처럼 ‘현실적’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플레이어에게 통할 수 있습니다.

 

 

서양과 동양의 비디오 게임에는 캐릭터 선택에서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러시아나 브라질 등의 일부 국가에서는 개발자도 플레이어도 더욱 다양한 장르와 취향을 만족시키는 게임을 원하지만, 서구권의 게임은 그 니즈를 충족시키기엔 덜 다채로운 편이죠. 때문에 그런 부분을 만족시키는 아시아권의 특징이 담긴 게임은 서구권에서 충분히 팔릴 수 있습니다.

간단히 줄여 아시아 게임의 독창성은 서구 시장에 진입하는 장애물이 아니라는 이야기죠. 실제로 2000년대 후반, 일본 게임 업계는 개발자들이 게임을 좀 더 서구화하고 캐주얼하게 만들려고 시도했다가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자신들의 색채를 잃고 기존 팬층인 일본 유저들에게도 외면받아 판매량이 줄어들었죠.

이후 일본 게임 업계는 서서히 스스로의 정체성을 되찾기 시작해, 2015년에는 <용과 같이 0>, 2017년에는 <니어: 오토마타> 등 일본 게임의 색채로 무장한 게임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달성했습니다. 서구 시장에서도 아시아의 색채를 가진 게임에 대한 니즈가 있는 만큼, 몸에 맞지 않는 옷보다는 스스로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구적이지 않더라도 아시아의 색채를 확실하게 담아낸다면 충분히 서구권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 게임 매커닉 : 경쟁 요소는 어디에서나 먹힌다

많은 전형적인 아시아 게임의 메커닉은 경쟁, 경기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어디에서나 잘 먹힐 수 있는 콘텐츠죠. 경쟁 요소 외에도 서양인들은 RPG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인 캐릭터의 성장, 긴 플레이 타임 등에 관심을 보입니다.

 

경쟁 요소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콘텐츠입니다. e스포츠 대회만 봐도 금방 알 수 있죠.

 

 

물론 일부 일본 게임의 경우 메커니즘 측면에서 서양 게임과 큰 차이가 있어 다른 나라의 플레이어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일본 RPG를 서양에서 홍보 및 판매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죠.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권 시장에서 일본 게임이 한국, 중국 게임보다 상대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성공하는 사례가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게임이죠. 코지마 감독의 게임은 서양 유저들이 원하는 포인트를 정확히 노려 서구권에서도 굉장한 인기를 자랑합니다.

중국 게임의 경우 랜덤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꾸준한 보상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끊임없이 성취도를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중국 게임은 굉장히 캐주얼하고 단순하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죠. 플레이어는 약 한 달 동안 게임을 하다가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곤 합니다.

일부 중국 게임은 지나치게 자동화되어 실제로 사람 없이 게임 자체가 플레이 됩니다. 이른 플레이어가 게임 제목조차 기억하지 못 할 정도로 스토리, 캐릭터 등의 개발에 들어간 수고와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죠. 따라서, 이러한 게임은 플레이어와 수익을 빨리 잃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한국 게임은 서구권에 가깝습니다. 한국 개발자들은 게임이 자국 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인기를 얻을 수 있도록 디자인하죠. 이런 게임들은 서양의 게이머들에게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한국 게임은 중국이나 일본 게임보다 서구권 유저들에게 잘 다가갈 수 있습니다.

 

 

# 퍼블리싱 : 중국보다 서구권이 훨~씬 쉽다

서양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퍼블리싱에 있습니다. 퍼블리셔는 중국에서처럼 몇 개월씩 소요해가며 판호(라이선스)를 취득할 필요가 없죠. 서양에서 게임을 발매하려면, 게임을 게시하고 법률을 준수하기만 하면 됩니다. 덕분에 퍼블리셔도 트래픽 유도 및 잠재 고객 참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양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영어 화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꼭 영어 화자가 없더라도 많은 개발자가 구글 번역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피드백을 수집합니다. 유저의 행동을 보여주는 API 통합 클라이언트도 일반적이죠. 언어와 상관 없이, 플레이어가 게임을 포기하는 시점을 보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일할 수 있는 분석가만 있으면 됩니다.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보다 훨씬 쉽고 간단합니다. 적어도 판호 때문에 골치 썩이지는 않거든요.

 

 

실제로 아시아 개발자들은 서구 시장에서 게임을 출시할 때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시장 환경이 다른 탓에 퍼블리싱 방식, 집중할 대상 등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때문에 서구 시장에서 게임을 발매하는 아시아 개발자들은 값비싼 가치가 있는 라이센스를 판매하여 퍼블리셔를 거치게 됩니다. 이 라이센스는 방대한 멀티 플레이어 게임을 가진 대형 퍼블리셔가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양 시장을 잘 모를 땐 일단 큰 퍼블리셔 문부터 두드려보면 됩니다.

 

 

 

# 시장 환경 & BM : Pay to Win은 안 먹힌다

중국 개발자 중 10% 미만이 서구 시장에서 소규모 게임을 출시하는데, 이들이 출시하는 게임은 주로 모바일 및 브라우저 게임입니다. 하지만 이런 수익 창출을 위한 아시아 게임은 서구에서 인기있는 게임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돈을 써야 이길 수 있는 Pay to Win 모델은 중국에서 인기있는 방식입니다. 중국 PC 게임의 수익 중 약 90%를 이러한 소액 거래가 차지하고 있죠. 하지만 이는 서구 게이머들 사이에선 대중적이지 않은 모델입니다.

실제로 서양에서는 같은 플레이어가 전리품 상자를 제공하는 게임에 더 많은 돈을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에서 금세 흥미를 잃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결국 EA와 워너 브라더스는 최근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와 <미들어스: 섀도우 오브 워>에서 전리품 상자를 제거해야 했죠.

 

P2W에 랜덤박스 소액결제 요소로 홍역을 앓았던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는 결국 해당 요소를 삭제했습니다.

 

 

# 마치며

아직 많은 아시아권의 게임 개발자들은 서구 시장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잘 모르는 영역인 서구 시장을 피하면서 자연히 수익 달성의 기회도 놓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서양에서 아시아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건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첫째로 개발자의 삶을 더욱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많은 도구가 있으며, 둘째로 개발자가 퍼블리셔를 거치는 경우 이들이 진행해야 하는 모든 작업이 표준 절차로 단축됩니다.

자신의 게임이 매력 포인트를 지니고 있다면, 서양의 플레이어도 충분히 같은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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