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상 벤처기업을 뜻합니다. 스타트업에는 많은 키워드가 있는데요. 숏(shot)타트업은, 스타트업의 다양한 용어들을 영화와 함께 풀어보는 코너입니다.
지난 10월 31일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제작한 최근 가장 ‘핫한’ 영화입니다. 개봉 후 누적 관객 수 970만을 돌파(01/11 기준)하며, 영화 속 OST는 스트리밍 순위권을 오랜 기간 머물며 음악영화 중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습니다.
세대를 불문하고 부모세대와 자녀 세대가 동시에 열풍에 가세하면서 영화와 대중의 교감 확장은 사회적 현상으로까지도 볼 수도 있었죠. 흥행 이유는 이미 유명한 영화 속의 음악으로 꼽을 수 있지만,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더욱 몰입도를 증가시켜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프레디 머큐리의 심리적 변화를 보여주는 파티 장면과 담담해서 좋았던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가 에이즈를 밝히는 장면까지 영화 속 풍요로운 볼거리가 가득했습니다.
갈등과 굴곡 없는 인물들은 단연 없겠지만, 왜 유독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는 많은 굴곡과 상징을 지니고 있을까요. 영화 도입 부분 퀸 멤버의 보컬로 합류하여 탄탄한 뮤지션의 생활을 시작하며, 연인 메리에게 ‘내 인생에 평생 머물러줘’라는 달달한 멘트까지 난리던 그는 순탄하고도 화려한 생을 시작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중반을 달리며 머큐리는 성 정체성과 과도한 인기 탓에 본인에게 정작 집중하지 못하고 지쳐갈 때쯤 자신의 병명과 이성의 배반 등 골치 아픈 일들에 직면하게 됩니다.
저는 이렇게 영화 속 머큐리의 인생사를 바라보니 꼭 스타트업의 ‘죽음의 계곡’과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 부적응자들을 위한, 스타트업에서는?
죽음의 계곡 (Death Valley) 은 스타트업에서 사용하는 핵심 용어 중 하나입니다. 원래는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모바히 사막의 북쪽에 위치한 국립공원이지만, 사막 대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아 평균 온도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이 올라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척박한 환경’으로 여기는데요. 이것을 보통 스타트업(기업)의 위기라고 표현합니다. 보통 창업 3~5년 차 기업이 주로 겪는 경영난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스타트업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그 기업군은 예상하지 못할 만큼 다양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혁신적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과 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까지 다양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데요! 2016년에 설립된 어뮤즈트래블은 ‘장애인 여행의 에어비앤비’를 모토로 장애인과 노인에게 편리한 여행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도입부에서 가장 기억 남는 장면이 있는데요. 바로 퀸에게 다른 록밴드와의 차이점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거침없이 “우린 부적응자들을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이에요”라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아직도 그 대사가 뇌리에 남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자아냈던 점 역시 퀸의 전설적 유명세가 아닌 부적응자가 부적응자를 위해 자신만의 색깔의 음악을 만드는 모습에서 어쩌면 소소하고 부족한 우리네 모습을 찾아볼 수 있어 공감을 자아낸 듯합니다.
# 죽음의 계곡 넘기는 법= 빠른 의사결정과 사명감, 팀원 간 비전 공유
보헤미안 랩소디와 스타트업은 늘 평가와 투자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 공통적입니다. 영화 속 ‘퀸’이 활동 할 시기에는 라디오가 가장 중요한 매체였습니다. 보통 3분 이내의 노래가 평균 런닝 타임이었지만, 퀸은 6분 넘짓 한 생소한 음악을 공개하려 했고, 음반 제작사였던 EMI는 여지없이 반대 했습니다. 제작사는 “내 돈이야!”라는 치사한 말을 남발하며 본인의 결정권을 주장했고, 영화 속 퀸은 꿋꿋히 자신의 음악 색깔을 운운하며 멤버 각자의 음악성을 믿고, 반대 의견에 막강이 충돌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특히나 현 스타트업이 떠올랐습니다. 스타트업 역시 투자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보통 3년 이상 존속하는 창업기업은 희박하며,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3년 이내 기업 생존율이 전 세계 26개국 가운데 25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 죽음의 계곡 구간을 넘기기 위해서는 적절한 투자 유치가 중요한 요점으로 인지됩니다. 그래서 늘 스타트업하면, 밴처 캐피털(VC), 엔젤 투자, 크라우드펀딩, 시리즈 A, B 등 투자에 관련된 다양한 수식어들이 붙어 다니죠.
*(참고: 3만 벤처시대, 데스밸리 넘기도 어렵다…창업기업 62%는 3년 안에 `폐업`)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는 퀸이 본인들의 음악적 특색을 주장하며 끝까지 밀고 갑니다. 익숙하지 않은 장르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창의적 음악 특성으로 세계적인 밴드로 입지를 다지게 되었죠. 그렇게 퀸 음악이 성공하기까지 자신의 음악에 대한 사명감, 멤버(팀원) 간의 공통된 목표와 믿음, 중요한 가치와 비전 공유 등이 바로 ‘퀸’의 성공 비결이라 꼽고 싶습니다.
국내 스타트업의 대표 조력자 중 하나인 *임정민 500스타트업코리아 공동대표파트너 역시 스타트업의 죽음의 계곡에서 생존하는 방법으로 창업자의 빠른 의사결정과 사명감 그리고 팀원 간 비전 공유라고 말했습니다.
*(참고: ‘창업 조력자’ 임정민 500스타트업코리아 공동대표파트너 ‘데스밸리, 돈보다 팀워크로 극복해야’)
위기에 봉착한 스타트업일수록 ‘투자’ 문제는 기업의 생명줄 연장에 크게 간여하므로, 비즈니스 모델의 명확함, 브랜딩의 철학, 영화 속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와 같은 신박함, 퀸 멤버들과 같은 동일한 목적을 가진 탄탄한 초기 멤버 구성 등. 다양한 이면에서 고루 잘 갖춰져야 죽음의 계곡을 무사히 넘길 수 있지 않을까요?
# 우리에게 조력자가 있다면?
영화 속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는 스타로서 탄탄대로에 올랐지만, 정작 본인의 성 정체성과 에이즈의 병명을 확진 받으며 인생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멤버 간의 갈등을 시작으로 만나던 남성들의 배반, 제작사 간의 마찰 등 다양한 갈등구조가 펼쳐지면서 영화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갑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프레디 머큐리가 멤버들과 갈등을 풀어내는 장면에서는 늘 강조되고도 부족한 스타트업의 ‘팀워크’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갈등이 있을 때마다 영화에서는 프레디 머큐리의 여자친구인 메리가 조력자의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방황하는 머큐리에게 ‘집으로 돌아와, 저 사람들은 널 아끼지 않아’라는 저격의 말과 함께 묵묵히 옆에 있어 줍니다.
스타트업에서도 그런 역할을 해주는 조력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최근 국가에서는 스타트업의 죽음의 계곡에 대비해 다양한 지원 사업들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창업 후 3~7년 차 콘텐츠 기업에 대한 창업도약 프로그램을 신설해 문화 콘텐츠 벤처기업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을 만들며, 콘텐츠 스타트업 육성을 강화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습니다.
*(참고: [2019 달라지는 것] 콘텐츠 스타트업, 성장단계별 지원 확대)
실제 정상궤도에 들어선 기업이 혼자 스케일업을 하기에 자금 동원 및 마케팅 부분에서 한계에 부딪힐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을 위해 벤처기업 육성의 주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창업벤처 분야에 총 8,85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도 인터뷰에서 ‘죽음의 계곡’에 관련하여 “고도화 단계에서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기업 혼자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정부의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참고: [현신성장, 스케일업에 답 있다] ‘초기창업에만 집중하는 文정부, 스케일업 강조한 盧정부 배워라”)
글을 마치며
이렇듯 안전하기만 한 인생사, 기업사(기업의 히스토리)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 속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사만 보아도 그의 실력뿐 아니라 주변의 좋은 성공 요소들이 어우러져 위기 상황에서도 극복해 내며 성공대로에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 역시 초기에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확실한 BM(비즈니스 모델)과 직원들과의 공통된 목표로 스타트업 조력자의 도움을 받게 될 때! 죽음의 계곡을 넘어 ‘유일무이’한 기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부디 많은 스타트업이 데스밸리를 무사히 넘겨, 드림밸리로 도약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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