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사업모델 위에 헤리티지를 다르게 풀 수 있을까?
사람은 위기에 시야가 좁아지는 일이 잦습니다. 급하면 당장 눈 앞의 현상에 모든 신경을 쏟습니다. 흔히 말하는 숲이 아닌 나무를 보는 것이죠. 브랜드도 위기를 맞으면 눈 앞의 일에만 골몰한 채 큰 것을 놓칩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까지 브랜드를 만든 비즈니스 모델, 돈 버는 구조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무뎌졌는지, 차별성을 잃기 시작했는지, 다음 엔진은 무엇인지 말이죠.
재무적 위기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어야 한다고 인지하기 시작할 때는 보통 재무적 위기에 알람이 올 때입니다. 현금이 부족할 때는 이미 늦었을지 모릅니다. 든든한 투자자가 있거나 아깝지만 매각할 비영업 자산이 넉넉할 경우라면 이런 위기를 더 늦게 알게 되겠죠. 끓는 냄비에서 다시 평안을 찾는 개구리처럼 말이죠. 물론 덩치가 커서 버틸 공간이 많은 덩치들도 그렇습니다.
시간을 조금 더 앞으로 감으면, 위기를 조금 더 빨리 알게 되는 경우는 이익이 안 나올 때입니다. 예상한 시기에 예상한 금액만큼 나오지 않는 이익이 누적되면 투자자들의 신뢰는 물론 내부 관리 조직들이 일제히 알람을 보냅니다. 그들이 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이것도 늦었고 단기적 대응으로 오히려 더 열악한 펀더멘털을 만들 우려가 있는 것을요. 이익이 안 나온다고 매출이 나오는 것을 팔고 미래 먹거리를 스스럼없이 처분해 버립니다. 물론 현재 모델은 별다른 수술 없이 말이죠. 새로운 위닝 멘탈리티를 가진, 다른 패턴의 돈 버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남겨두지 않은 채 말이죠.
매출, 고객
사업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보다 더 먼저 아는 방법은 매출이 안 나올 때입니다.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베인 앤 컴퍼니가 1,000여 개 기업을 조사한 자료(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17년 9월호 참고)에 따르면 기업 내재가치의 증가율은 세전 수익률이 1% 증가하는 경우보다 장기 성장률 1% 상승 시 대부분 산업에서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익은 여러 단계를 거치며 기업 내부 관리가 개입할 수 있어도 매출은 고객의 냉정한 평가를 직접 받는 숫자이기에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고객이 ‘가치 있다’라고 말해주는 직관 지표죠. 매출이 줄어들 때 원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사실 사업 성패의 핵심을 쥐고 있습니다. 보통 기업은 관성적으로 매출을 해석하는데 이 프레임이 경영 철학과 관리 라인의 문화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매출을 볼 때 먼저 볼 것은 매출이 나오는 결과, ‘고객 수요를 넘어서는 만족’을 야기하는 고객입니다. 고객의 수, 재구매 고객 수와 주기, 쓰는 금액, 구매하는 상품, 구매하는 방법, 그들의 평가와 전파 방법과 속도 등 고객의 반응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접점을 총동원해 파악하는 것은 매출에 대한 설명을 보다 고객 지향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우리의 서비스나 상품이 문제가 있어도 그것의 결과인 매출로 매출을 쪼는 것이 아닌 고객으로 매출을 해석하는 것이 훨씬 시장 지향적인 방법입니다.
그래서 고객 행동 패턴의 변화는 매출의 향후 변화를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입니다. 매출이 일어나기까지 고객이 접하는 정보의 변화, 탐색의 변화는 향후 매출을 손쉽게 설명해 줍니다. 온오프라인의 시차를 활용한 비즈니스나 트렌드를 SNS 분석을 통해 활용하는 비즈니스는 이제 흔합니다. 믿지는 않지만 골드만삭스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업 수익률과 주가를 예측을 할 수 있다는 말도 이론상으로는 그럴 법 하긴 합니다.
비즈니스 모델
이렇게 귀납적인 방법으로 현금부터 이익, 매출, 고객까지 올라왔다면 아마 브랜드는 거대한 벽과 마주할 것입니다. 더 이상 숫자만으로 설명이 안 되는 구조적이고 인문학적인 벽 말이죠. 현재 사업 엔진에 뒤늦게 탑승한 사람들은 채 신경도 쓰지 않았을 법한 비즈니스 모델, 우리가 돈 버는 방법이 거기 있었습니다. 숫자는 관리 부서에서 경험 좀 있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비즈니스 모델은 그 정도 경험과 능력으로는 파악하기 너무 복잡합니다. 그래서 도외시되었고 대세에 지장이 없으면 다루지도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야 합니다. 고객 접점에서 작은 이상 반응이 감지되면, KPI가 부분적으로 알람을 보내기 시작하면 즉시 비즈니스 모델로 돌아오는 게 가장 빠른 대응 방법입니다. 이것을 못하고 안 해서 사업이 무너집니다. 대증처방을 그렇게 싫어하면서 일은 그렇게 합니다. 브랜드는 숫자 논리에 갇히면서 빠르게 침식하죠.
우리가 그동안 돈 벌었던 방법이 이제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따라 이렇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 안에서 파악해야 합니다. 특히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산업에서 타깃은 늘 움직이고 있습니다. 움직이는 타깃에 맞추어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지 못하면 사업은 글라이딩을 시작하고 앞선 숫자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변화하는 사람
비즈니스 모델은 사람이 만듭니다. AI가 쉽게 할 수 없을 일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형이상학적으로 먼저 바뀌는 것이 있고 현상이 시장에 드러나는 것이 많아 기계적으로 만드는 것으로 다음 사업 엔진을 설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학습하는 사람’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리더가 학습하고 있지 않고, 트렌드도 고객도 디테일하게 모른다면 이미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변화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바로 볼 수 있는 능력,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눈이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참 아이러니합니다. 브랜드가 계속 예전 헤리티지를 보유하기 원하면서 머물러 있는 것은 진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뉴트로에 힘입어 헤리티지 그대로 꺼내 생소한 세대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도 않습니다. 소비하는 형태가 달라졌으니 콘텐츠를 푸는 방법은 달라야 합니다. 그걸 마케팅이라고 혹은 디자인이라고 혹은 영업 전략이라고 혹은 매출을 얻는 방식이라고 한다면 그건 모두 비즈니스 모델 안에서 이뤄지는 각론이죠. 이 두 가지의 균형. 헤리티지와 푸는 방식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서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새로운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브랜드의 위기는 과연 외부에서 비롯될까
브랜드의 문제는 결코 외부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현금이 없다고 헤리티지를 과감히 버리고 건물 껍데기만 남기는 회사나 이익이 안 나온다고 기업 문화를 직원의 창의성을 앗아가는 방식으로 바꾸는 회사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매출이 부족하다고 매출 대안만 쪼는 회사나 고객이 안 모인다고 가격 프로모션만 잔뜩 해서 고객을 가격에 길들이게 만드는 회사는 더 이상 우수한 직원을 붙잡지 못할 것입니다. 바뀐 환경에 비즈니스 모델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거 성공 방식과 단어를 고수하는 임원을 돌리는 회사는 아직 브랜드를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브랜드의 위기는 내부에, 사람부터, 사람을 그렇게 만든 기업 문화에서 출발합니다.
숫자로 지난하게 올라오면서 시간을 잃지 말고 먼저 비즈니스 모델로 오고 비즈니스 모델을 그렇게 만든 사람을 보면 브랜드는 잃지 않은 헤리티지를 통해 재건할 수 있습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fbcomments url=” https://www.mobiinside.com/kr/2019/03/07/peter-brancds/”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