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콘텐츠는 2017년 11월 17일에 발행한 내용으로, 독자분들께 다시 한번 소개합니다.

 

왕홍(网红), 중국에서 인터넷 스타를 뜻하는 이 키워드는 우리나라에서도 순식간에 ‘중국 마케팅’의 공식처럼 자리를 잡습니다. 이에 수많은 뷰티, 패션 기업들이 지난 2015년부터 왕홍을 이용해왔습니다.

문제는 성과에 있었습니다. 왕홍을 이용했지만, 좋아요나 공유 숫자 외에 상품 판매량이 늘었다든지 하는 매출 지표와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죠.

 

 

이유야 다양할 것입니다. 타깃 고객에게 콘텐츠가 도달하지 못했다든지, 제품 공급 문제가 생기면서 판매로 연결되지 못했다거나, 사드 때문이든가 등등.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왕홍의 정체성과 이커머스 왕홍의 제대로된 정의와 그 간극에서 발생한 오해에 대한 부분을 다루고자 합니다.

왕홍의 출발점은 웨이보(微博)와 위챗(微信)과 같은 소셜미디어와 함께 합니다. 과거에도 인터넷 스타들이 있긴 했지만, 이들은 TV와 같은 전통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뒤에라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는데요. 2010년 전후로 소셜미디어들이 중국 시장에 안착하기 시작하면서 ‘왕홍’이라는 키워드로 재정의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투자를 받고 상업화에 성공한 1인매체는 아래 3가지 공통점이 있다.

1. 컨텐츠가 지속적으로 우수하다. 당연한 것이지만 지속적으로 인사이트풀한 컨텐츠를 생산해낼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개인이 기사를 공유할때는 역시 기사의 가치와 흥미성이 있어서 친구들의 혹은 독자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지의 여부다.

2. 두번째는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영역에서 팬을 확보하고 있다. 전통매체와 비슷해서 당연히 팬이 많고 트래픽이 많을수록 광고의 단가도 높아지겠지만, 수직적인 1인매체의 경우 이것보다 자기가 전문으로 하는 분야의 연관성이 있는 팬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요처이호우라는 1인매체는 자동차 매니아들을 모아놓고 차를 산 이후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 등과 차량에 대한 고퀄리티의 정보를 제공한다. 그의 팬은 600만명 정도인데 대부분 3~4선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차를 살 때 쓸 수 있는 돈이 보통 10~15만 위안정도이다. 그가 글을 쓰면 퍼질 수 있는 경로와 독자는 자동차 회사에 있어서는 아주 의미있는 숫자가 된다.

3. 세 번째는 독자들을 통해 다른 비즈 모델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독자들과 직접 쌍방향 소통을 하기 때문에 협회나 단체를 만들어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고 이들을 통해 전자상거래라든지 다른 상업화 모델을 만든다.

 

 

중국에서 여전히 화두인 왕홍의 주 수익 모델 중 절반 이상이 ‘이커머스(电商)’입니다. 아래 표에 이들의 수익구조가 담겨 있습니다.

 

왕홍의 주 수익모델. 위에서부터 IP, 계약, 광고, 라이브, 이커머스. 이커머스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출처: 이관국제

 

이커머스를 하는 왕홍, 언뜻 생각하기에는 라이브를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는 중국 이커머스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해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중국에서 이커머스를 시작한 기업들은 많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알리바바입니다. 이 회사는 1999년 기업간 거래(B2B) 서비스인 1688닷컴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2003년에 고객 간 거래(C2C), 즉 누구나 판매자가 되고 구매자가 되는 플랫폼인 ‘타오바오(淘宝)’를 론칭합니다. 타오바오는 당시 독과점을 하고 있었던 이베이의 이취(易趣)를 물리치고 2년만에 시장점유율 80%를 달성하는 괴물 서비스가 됩니다.

타오바오가 당시 중국 사회에서 미친 영향은 상당했습니다. 누구나 쇼핑몰을 만들고 장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TV나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얻게 된 사람들이 타오바오에 상점을 만들고 제품을 소싱하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일들이 빈번해집니다. 즉, 유명세->쇼핑몰->떼돈벌기 공식이 생겼던 것이죠.

 

방송의 숨겨진 수혜자들은 따로 있다. 페이청우라오의 여성 출연자들에게 힌트가 있었다. 특별 출연자를 제외한 장기 출연자들 대부분은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 본방 시청자수만 해도 6000만 명, 누적 시청자수는 회당 2억명 수준.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검색을 통해 출연자를 검색했다. 듣기로는 여성 출연자들은 하루에 1만~2만통의 이메일을 받았다고들 했으니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것. 출연자 개인은 자신의 브랜드를 홍보하며,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했다.중국 예능프로그램 출연의 추억…그리고 시사점​

 

이들에게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모든 미디어는 자신과 콘텐츠를 홍보하는 루트입니다. 우리나라의 홈쇼핑처럼 주어진 시간에 제품을 판매하는 콘텐츠가 아니라는 것이죠. 좀 더 전문화된 왕홍들은 뷰티, 패션, IT 등등 자신의 영역에서 신뢰도를 확보하게 됩니다.

결국, 이커머스 왕홍은 개인이 확보한 브랜드와 신뢰도를 제품으로 연결해 새로운 형태의 이커머스 기업을 만듭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소싱하고 판매하는 C2B 형태의 모델을 구축한 것이죠.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루한(如涵)입니다. 2012년 설립되고 작년에 알리바바그룹에 3억 위안을 투자받고 중국의 장외주식 시장인 신삼판에 상장했죠. 여기는 중국 최고의 이커머스 왕홍으로 꼽히는 장따이(张大奕)를 필두로 약 60여명의 왕홍이 활동을 하는데요, 제품의 제조공장에서부터 물류, 배송의 영역을 책임지면서 고객에겐 입증받은 제품을 배송해준다는 신뢰를 얻습니다.

혹은, 최근에는 크로스보더 커머스 영역에서 가품을 방지하기 위해 면세점과 같은 현장에서 라이브를 구동한 뒤 고객의 이름과 서명을 자필로 남기고 이 제품을 배송해주는 형태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라이브 같은 영상 플랫폼을 활용하는 목적은 자신의 신뢰도 확보 및 콘텐츠 전달의 루트에 있다는 방증입니다.

 

뉴트로지나와 협업하는 장따이

 

정리하면, ‘왕홍’이라는 키워드가 국내 시장을 폭풍우처럼 휩쓸고 지나간 지 1~2년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아직까지도 중국 내에서 왕홍이 갖는 영향력은 상당합니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과거와는 달리 외모(颜值)로만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형태보다는 신뢰와 전문성을 가진 콘텐츠 기반의 왕홍들이 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커머스 왕홍은 홈쇼핑 호스트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들은 라이브를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활용합니다. 가끔 제품을 홍보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자신만의 콘텐츠와 제대로 결합된 제품이어야 고객들이 구매를 한다는 것이겠죠. 전문적으로 제품 판매를 하는 왕홍들은 이미 오랜 기간 타오바오에서 쇼핑몰을 운영해왔고 판매 제품에 대한 신뢰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유재석 중국 IT 칼럼니스트가 미디엄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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