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 있는 조화를 찾아서
이 글의 구성
기술의 발전이 항상 행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완도, 전남, 전주
부모-아이의 추억 연결고리인 동화를 풍요롭게 해주는 독일 노드수드 출판사 동화책 프로젝트
돌아가신 분의 손길을 추억하는 메시지, 스팟메세지
반드시 새로운 기술이 아니어도 된다, 나와 LED의 10년
새로운 기술보단 잔잔한 추억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게 핵심이다.
기술의 발전이 항상 행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산업혁명은 물론 인류사에서 지금까지 기술은 사람들의 삶에 양적인 윤택함을 가져다줬다. 덕분에 우리는 더 이상 주판알을 튕기면서 계산을 할 필요 없이, 컴퓨터 키보드 몇 번을 두드리면 수십, 수백 자리 연산 결과를 쉽게 받아볼 수 있다. 복잡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속도는 최근 AR, VR, 3D 프린팅과 같은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가속화됐다. 사람들은 기술로 더욱 빨라지는 사회를 보고 4차 혁명이라 부른다.
하지만 4차 혁명이 가져올 양적인 효율이 우리 삶의 질을 나아가 궁극적인 가치인 행복을 보장한다고 할 수 있을까?
완도, 전남, 전주
이 지역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바로 한국의 ‘슬로시티’들이다. 슬로시티는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도시운동이다. 현재는 세계 여러 지자체들이 모여 국제 슬로시티 연맹이라는 국제단체로 운영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염원하며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을 알리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슬로시티의 라이프스타일에 선입견을 갖고 있다.
슬로시티의 라이프스타일은 기술의 발전이 이뤄낸 효율적인 삶의 속도를 느린 삶으로 대체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다. 빠름과 느림, 디지털과 아날로그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삶이 아닌, 양자를 조화롭게 결합한 라이프스타일을 뜻한다.
최근 슬로시티처럼 디지털에 아날로그를 결합한 기술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례를 보도록 하자.
부모-아이의 추억 연결고리인 동화를 풍요롭게 만드는 독일 노드수드 출판사 동화책 프로젝트
독일 노드수드 출판사의 동화책 프로젝트는 2017년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 중 하나로, 음성인식 기술에 아날로그 감성을 결합한 아이디어다. 대게 음성인식이라 하면 우리는 줄곧 인공지능 스피커를 떠올린다. 인공지능 스피커들은 집에서 형광등을 끄거나, 쇼핑을 하는 거처럼 허드렛일을 대신한다. 하지만 이 동화책 프로젝트는 다르다. 영상에서 보듯이, 부모가 동화책을 읽어주면 인공지능 스피커가 이를 인식하고, 읽고 있는 부분에 알맞은 배경음악이나 효과음을 들려준다.
이 동화책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점은 결코 인공지능 스피커가 엄마를 대신해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부터 동화책 읽어주기는 아이와 엄마의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데 좋은 수단이었다. 그렇기에 직접 읽어주는 기술 대신 엄마의 동화책 읽기를 도우면서, 기술은 아이와의 애착관계 형성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즉, 사람을 추억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돌아가신 분의 손길을 추억하는 메시지, 스팟 메세지
스팟메세지는 묘석과 석재를 판매하는 일본 기업 양심석재(良心石材)가 만든 앱이다. 이 앱은 사용자가 먼저 장소를 지정하고, 지정한 장소에서 보여주고 싶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저장한다. 이후 해당 장소에 가까이 가면 저장해놓은 사진 또는 영상을 보여주는 앱이다. 고인의 살아생전 모습을 추억이 담긴 장소에서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이들은 이를 보며 곁엔 없지만, 영원토록 추억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게 됐다.
이 앱은 다른 기술과 다르게 최종 목적이 생산성이 아니다. 시간이나 돈을 다루는 게 아니라, 추억을 다루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시간이나 돈처럼 비용적 혜택을 가져다주는 기술은 진일보한 기술이 나오면 대체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처럼 인간관계 속 추억을 돕는 기술은 그 사람이 죽더라도 남은 사람들이 이어가는 영속적인 특징을 갖는다.
반드시 새로운 기술이 아니어도 된다, 나와 LED의 10년
https://youtu.be/akFDrr7OvIM
‘나와 LED의 10년’은 일본 전자업체인 도시바가 7년 전에 내놓은 광고로, 앞선 독일 노드수드 출판사 앱처럼 칸 국제광고제에 입상한 광고다. 도시바가 이 광고에서 주목한 건, 오랜 간다는 LED의 속성과 추억이라는 아날로그적 소재다. 추억은 반드시 살 떨리는 짜릿함의 기억에서 오는 건 아니다. 묵묵히 옆을 지켜주기만 하더라도, 그 세월이 하나의 추억이 된다. 도시바는 오래가는 LED 전구를 추억의 동반자로 인식시켰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광고는 가슴을 따스하게 해주는 좋은 광고로 자리하고 있다.
‘나와 LED의 10년’은 확장성을 보여준 사례다. 동화책 앱이나 스팟메세지의 경우,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기술을 아날로그에 접목시켰다. 반면 이 광고의 주소재인 전구는 완전히 새로운 소재가 아니다. 이미 에디슨의 발명품으로, LED를 통해 제품 수명이 더 길어졌을 뿐이다. 즉, 도시바의 접근방식은 새로운 자극이 아닌 잔잔한 자극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기술로 추억을 만들어주는 걸 바라지 않는다. 단지 추억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술을 원할 뿐이다.
새로운 기술보단 잔잔한 추억으로 감성을 자극하는게 핵심이다
지금까지 3가지 사례를 살펴봤다. 이 세 사례의 시사점은 굳이 신박한 신기술이 아니더라도, 추억 속에서, 우리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적용할까?
먼저 어떤 기술을 사용할 지보다 우리 삶에서 어떤 추억을 자극할지 결정해야 한다. 기술은 추억을 돋보이게 해주는 장식품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추억을 결정하고 그 추억을 자극할만한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위 세 가지 사례에서도 봤지만, 사람들은 많은 자극 포인트를 원하는 게 아니다. 단 하나의 진정성 있는 포인트를 원한다. 내 아버지께선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10년 가까이 술에 취하시면 결혼식 녹화 비디오를 틀어보셨다. 그 당시에도 이미 10년도 더 된 비디오였지만, 할머니의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과거 추억을 담은 비디오를 포인트 삼아 VR로 구현해도 좋은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한다.
두 번째는 이 추억 속에서 우리는 ‘주인공’이어야 한다. 우리에게 추억이 되는 과거는 다른 사람과의 만남과 소통이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서비스들은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술이 주인공이 되어선 안 된다. 만약 독일 노드수드 출판사가 기술이 주인공이 되는 앱을 기획했다면, AI 스피커는 음성인식을 통해 그에 맞는 배경음이 아니라, 엄마 대신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줬을 것이다. 그렇게 됐다면 어느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진부한 기술이 되어 버린다.
즉, 반드시 신기술일 필요가 없으며, 주인공인 사람의 추억을 빛내주는 훌륭한 조연이 되어야 한다. 결코 모든 사람들이 기술을 통한 디지털 혁명을 원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이 양적인 효율을 만들어낼수록, 사람의 역할은 그만큼 줄어든다. 앞으로 사람-사람의 만남과 소통은 줄어들 전망이다. 때문에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공존을 원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등장할 위한 독창적인 서비스와 제품을 기대해본다.
장운진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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