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학적 ‘비용’의 기준만 믿어서는 안된다
불황에 기업들이 많이 하는 것으로 ‘비용 절감’이 있습니다. 인건비부터 광고비, 충당금에 해당하는 비용 요소까지 모든 부분에서 대폭 줄이는 일을 공통적으로 많이 하고 있습니다. 비용이 줄지 않는 기업은 비용 TFT까지 만들어서 손에 잡히는 족족 가위질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실무자가 보았을 때는 이것은 반드시 필요한 것인데, 위에서 봤을 때는 그냥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줄이는 것만 강요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이 무거운 분위기에서 반드시 집행되어야 할 예산이 말도 못하는 분위기로 흘러가 일에 차질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용을 잡는 TFT는 보통 기업의 I/S, B/S 등 기초적인 재무제표를 놓고 세부적으로 하나씩 따져보면서 필요없는 비용을 찾으려 합니다. 물론 아주 기초적인 과정으로 이런 부분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어떤 특정 비용 계정은 아예 필요 없다든지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지 하는 기준을 세우고 가위질을 한다면 이것은 좋지 않습니다. 비용을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누고, 매출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비용인지 매출과 직접 연결이 안되는 보조적 활동에서 발생하는 비용인지를 나누어 사분면이든 뭐든 프레임을 짠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매우 기계적인 해석이고 기업의 다운사이징을 촉발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회사를 가계와 같다고 가정해보면, 돈은 왜 쓰는 것입니까? 가족이 행복해지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사용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것을 이것은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니 줄이고, 외식비는 무조건 없다는 식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거의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족의 행복과 무관할 수 있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 부도가 눈 앞에 있는 상황이라면 무엇이든 막아야겠죠. 하지만 거기에도 기업 존립의 이유, 고객 가치와 연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고객이 행복하고 직원들이 만족한다면 비용절감은 비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쓸 것이 무엇일까부터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논의는 시작될 것입니다.
1. 고객이 생각하는 가치를 훼손하는 비용 절감인지
이런 브랜드가 있다고 합시다. 전국 단위의 분식 가맹점을 가진 브랜드인데 파는 아이템에 비해 너무 비싼 입지에만 진출하는 것입니다. 물론 입점하는 장소는 기존 분식 브랜드가 엄두도 못내는 아주 좋은 자리라면 이것은 이 기업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어차피 비슷한 맛이라면 눈에 잘 보이고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매장을 구축하자’는 식이죠. 하지만 객단가부터 입점까지 최소한의 이익은 낼 수 있는 메뉴를 갖추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전체적으로 적자 점포가 가득한 직영점 비중이 많고 우수 가맹점도 이런 위기라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생각이 있는 리더라면 브랜딩을 해치지 않으면서 수익구조를 맞출 수 있는 입지로 채널을 이동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큰 매장 = 브랜딩’이라는 성장 일변도 경제 시절의 사고로 이 자리에서 끝장 날 때까지 물량공세를 서슴지 않습니다. 단위 조직에서 나오지 않는 수익은 물량을 더 넣으면 더 큰 적자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브랜드라면 먼저 고만고만한 컨텐츠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닌 고객의 직접 가치가 더 높은 제품을 우수하게 만들기 위해 먼저 채널 구조부터 바꾸는 작업을 했어야 합니다. 그 ‘브랜딩’이란게 어디까지나 고객 체험에서 더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로 접근해야지, 공급자 관점에서 브랜딩 요소라고 생각하는 것은 왜곡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컨텐츠에서 차별성을 내지 못하므로 브랜딩이 안되는 게 많습니다. 플랫폼 구축 등 다른 생태계를 만드는 일도 필요한 것이지만, 먼저 이 제품과 서비스가 어떤 다른 사용 가치를 만드는가에 대한 차별적이고 사회학적 변화에 우선된 흐름을 주지 못한다면 이후 단계들은 모두 쓸모없는 것이 됩니다. 이런 브랜드가 부지기수입니다. 판매관리비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고객 가치인 제조원가만 줄이려고 하고 있죠. 브랜드 가치는 더 희석되어 가고 간판만 덩그러니 있는 브랜드는 이렇게 만들어진 겁니다.
2. 기업의 역량 중심으로 갈 것인지, 엉뚱한 일을 할 것인지
이전 아티클에서 다룬 적이 있지만, 전사적으로 핵심 역량을 정리해보면 기업이 그동안 중기적으로 성과내던 패턴과 다른 방법은 당장 무리해서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는 게 많습니다. 기업의 우수 역량이 홍보와 생필품 제조라면, 생필품을 만들어 적절한 매체로 홍보하는 것이 어떤 산업의 트렌드의 오고감과 관계 없이 이 기업을 유지시키는 핵심입니다. 이런 회사에서 갑자기 유통채널의 퀄리티를 전략으로 삼아 비용을 쓴다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용 절감이라는 카드를 들고나올 정도의 재무 구조를 겪고 있는 회사가 새로운 역량을 비용을 들여 만들만큼 이것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내용이 되는 새로운 고객의 소비 니즈인지 말이죠.
그러므로 결국 비용 절감이라는 것은 축소지향적 결정이 아닌 기존의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차원이라는 것이 더 맞는 개념인 것 같습니다. 기업집단이 나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닌 부분을 가지치기하는 것이죠. 최근 많은 컨텐츠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덩달아 판로개척을 위해 유통업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물어봐야 할 것은 그 안에 고객에게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느냐는 거죠.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자동차 구매를 돕기 위해 캐피털을 운영하는 것과 일반 소비재를 파는 기업이 금융업을 시도하는 것의 차이인 것이죠. 확장이 문제가 아닌 핵심역량을 고객 자치 입장에서 어떻게 정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3. 프로세스 상 드는 비용은 수직 통합을 할지 아웃소싱을 할지
결국 비용 절감의 최종 목적은 비용을 만들어냈던 프로세스를 절감하는 것일 겁니다. 일은 그대로 하고 비용만 줄이는 목표는 단순히 출혈을 감수하고 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주지 않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아예 우리회사가 일을 더 할 것인지, 아니면 어떤 영역에 대해 일을 하지 않을 것인지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제품의 제조 원가를 절감하는 방안이라면 원료의 수급부터 판매까지 수직 통합할 영역을 찾아 방법을 취할 수 있습니다. 또 굳이 역량도 없는데 모두 자사에서 처리하겠다고 하는 것 중에서 외부 조직이 더 싸고 우수한 품질을 보이는 것이 있다면 아웃소싱을 쓰는 게 낫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업무, 중간 단계들이 제거되면서 이를 담당했던 조직과 인적자원의 재배치가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이것은 단순히 어떤 사업, 어떤 아이템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을 아우르는 밸류체인의 어떤 점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변화의 최종 모습은 비용 절감을 유발시킨 근원을 어떻게 조치했는가에 있는 것이니까요.
4. 유형자산은 대부분 무형자산보다 늦게 결정하는 것이 좋은지
스타트업이 조금 잘되면 제일 처음 하는 일 중의 하나는 사무실을 옮기는 것입니다. 어떤 의미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직원의 급여보다 사무실의 변화가 먼저 일어나는 곳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사무실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직원의 복리후생 차원이든 외부와의 접견이든, 아니면 밸류체인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든 무엇이든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한정된 자원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철학에서 항상 도전받게 됩니다. 일반적인 기업들도 먼저 하는 것은 건물을 사고 사옥을 증축하거나 직영점을 그럴듯하게 보여줍니다. 물론 이런 것은 전략적 선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대부분의 성장기 기업의 위기는 무리한 확장에 있다는 것입니다. 내실 없는 외연 성장인 것이죠. 대부분의 기업 경쟁력 – 역량이든 무엇이라 부르든 -은 유형 자산보다는 무형적 자산에서 나오는 게 많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인적 자원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또 컨텐츠를 만들 준비과정이나 새로운 컨텐츠의 인수, 회사 커뮤니케이션을 개선시킬 수 있는 IT인프라 등 기업의 경쟁력은 유형자산에 대한 무리한 비용 집행보다는 무형 자산의 정리와 강화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외연 확장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유통채널에 대한 비용 절감은 단순한 건물이나 점포 수준의 문제가 아닌 해당 채널망에 대한 입퇴점에 대한 전체적인 의사결정, 미래채널에 대한 선택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단순히 몇 개에 대해 손을 대는 것은 뒤에 있는 큰 목표를 놓치거나 불리한 역학관계를 만들 여지가 있습니다. 채널을 비록한 영업 쪽 비용에 대해서는 몇 번 해보고 계속 실패한다면 하는 방식이나 결과가 경쟁사대비 뒤지면 사실 그것을 완전히 중단하여 비용발생을 시키지 않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도구의 문제라면 뒤떨어진 도구를 알았는데 굳이 거기 돈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fbcomments url=” http://ec2-13-125-22-250.ap-northeast-2.compute.amazonaws.com/2018/11/08/peter-tft/” width=”100%” count=”off” num=”5″ countmsg=”wonderfu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