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미디어라 부르는 *4대 광고 매체 시대가 저물고 온라인과 모바일 광고 시대가 열렸다. 특히 IT 기술이 더해진 새로운 형태의 광고가 대세가 된 만큼 갈수록 전통 광고 회사 입지는 좁아지는 상황이다. 최근 세계 광고시장에는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신문, 라디오, 잡지, TV 광고 매체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인 애드에이지(Adage)가 발표한 ‘2018 에이전시 리포트(Agency Report)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광고 회사 상위 10권 내 진입한 기업에는 IT, 컨설팅 업체 5곳 이상이 포함돼 있었다.
세계 최대 광고 그룹인 WPP를 비롯해 옴니콤(Omnicom Group), 퍼블리시스(Publicis Group), 인터퍼블릭(Interpublic Group), 덴츠(Dentsu Inc.) 등이 상위 5위권 내 진입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6~10위권에는 IT, 컨설팅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는데 기존의 유수의 광고 회사들이 자리를 내어주었다는 점이다. 10위권에 진입한 회사들은 IT, 컨설팅 그룹의 산하 마케팅 기업들로 전년 대비 두자릿수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며 무서운 성장세를 거듭했다. 기존 광고 회사를 위협할 정도의 성장 속도다.
특히 PwC 디지털의 경우 매출 이익이 전년도와 비교해 54.9%로 크게 성장했는데, 이를 근거로 몇 년 안에 상위 5개 기업 순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반면에 세계 광고시장 내 영향력을 펼치던 1위~5위 기업들은 매출 총이익이 전년도와 비교해 한 자리수 이상을 넘지 못했다. 2위인 옴니콤 그룹은 매출액 감소세를 기록해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본 광고 기업 덴츠의 뒤를 쫓는 액센츄어 인터랙티브는 그간 쌓아온 디지털 자산과 소프트웨어, 모빌리티, 데이터 분석 등의 서비스를 통합한 전방위적 디지털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인 기업이다. 경영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와 PwC, IT 기업인 코그니잔트와 IBM 등은 2010년도 이후부터 디지털 광고 사업을 시작해 약 7년 만에 글로벌 상위 10대 광고 기업에 진입하면서 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비광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는 광고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온라인과 모바일 광고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전통 광고 기업들이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에 구글과 페이스북, MS를 포함한 IT 및 컨설팅 기업들이 기존 시장을 선점하면서 강력한 플레이어로 떠오른 것이다. 이 밖에도 트위터, 스냅챗, 버라이즌, 오스(AOL+야후), 아마존 등도 현재 각축전인 상황이고, 국내 광고기업에서는 유일하게 제일기획이 19위를 차지해 체면을 지켰다.
이제 더 이상 광고 회사의 경쟁상대가 같은 광고 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업계 종사자분들이라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전통 광고 기업에서도 디지털이나 모바일 분야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 상황에서 속도나 규모 면에서 경쟁력을 갖기에는 어려운 환경이라 당분간 순위 변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 광고대행사 최대 라이벌, IT·컨설팅 기업)
국내 광고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는 미디어 소비 행태의 변화만 놓고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디지털 환경에 친숙한 ‘Z세대’에서는 지상파 대신에 ‘유튜브’, ‘1인 방송’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전용 앱 에브리타임이 대학생 25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67.2%(1689명)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동영상 서비스로 유튜브를 꼽았다. 특히 하루 중 모바일 동영상 시청을 평균 2.26 시간 이용하고, 1인 방송을 시청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가 무려 86.6%(2176명)이라는 결과에도 주목해봐야 한다. 이는 정해진 장소에서 TV로 ‘본방 사수’ 하기보다는, 원하는 시간을 활용해 모바일로 동영상을 소비하려는 경향을 반증하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학생 응답자들은 선호하는 모바일 동영상 시청 매체로 68.5%(1717명)가 유튜브 등 동영상 서비스를 꼽았고, 13.2%(331명)가 소셜미디어, 12.2%(307명)는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선택했다. 반면 포털사이트 채널을 선호하는 응답자는 2.4%(61명)에 불과했다. 이는 디지털 환경 변화와 젊은층 공략에 실패한 지상파와 포털의 입지를 나타내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리고 유튜브는 1인 방송 선호 매체에서도 압도적인 응답 수로 1위(92%, 2001명)를 차지했다. (참고: 대학생들 ‘지상파’ 안보고 ‘유튜브·1인방송’ 본다)
결과가 이러함에도 지상파 중간광고 이슈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줄어드는 광고수입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일부 방송 사업자들이 유튜브를 두고 가짜 콘텐츠를 만드는 주범이라는 오명을 씌우기도 한다. 그런데 웃기지 않은가? 방송광고 시장의 발전을 위한 나름의 노력이 필요함을 인정하지 않고, 특정 대상의 탓으로 돌리는 모습은 궁색하기 그지없다.
‘미디어오늘’의 기사 내용을 참고하면 그래프만 봐도 지상파와 기타 방송들이 예전 같지 않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사의 핵심은 ‘지상파 몰락과 모바일 동영상 부상, 규제완화 논의를 넘어 광고정책 중장기 변화 고민할 때’라고 쓰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매년 발간하는 ‘방송 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종합한 시장 추이를 살펴보면 15년 전과 비교해 KBS와 MBC 광고 매출이 ‘반 토막’ 난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다. 2002년에 KBS 광고 매출은 7352억 원이었으나 2017년에는 3666억 원에 그쳤고, 같은 기간 MBC의 경우 6584억 원에서 2926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 그래프는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여파 이후에 안정세를 찾는 듯 보였지만, 2012년 이후부터는 하락세가 일관되게 나타난다. 더욱이 2015년 광고 총량제 규제완화, 2017년 지상파 3사가 ‘중간광고(PCM)’ 를 도입했음에도 광고 실적 개선은 고사하고 추락하는 그래프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추락의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인 문제는 ‘콘텐츠의 질’ 이다. PC와 모바일 기기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이 생기고, 뻔한 포맷과 단조로운 내용을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접하면서 소비자들이 눈을 돌린 것이다. 이에 맞춰 광고시장도 자연스럽게 지상파에서 온라인과 모바일로 옮겨갔다.
기존 방송들도 자체의 콘텐츠 질을 높여 수익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JTBC는 지난해 2185억 원의 광고 매출을 기록하면서 MBC 광고 매출(2926억원)을 턱 밑까지 추격했다. CJENM은 지상파 출신 PD를 다수 영입하고 투자 규모를 늘리는 등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고 자사의 많은 채널에 재방송을 내보내는 방식으로 광고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결국, 방송 사업자들의 바람 대로 눈 돌린 시청자들이 예전처럼 돌아와 주면 다행이지만, 중요한 것은 광고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제일기획이 발표한 2017년 총 광고비 현황을 살펴보면 온라인과 모바일 광고가 지상파, 신문, 잡지 광고를 추월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 15년 사이 지상파 광고 ‘반 토막’… ‘큰 그림’ 필요)
그리고 이런 추세는 앞단의 Z세대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에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광고 소비에 기여도가 높은 젊은 세대의 특징을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이해도도 뒤따라야 한다. 이들의 선택이 곧 광고 시장의 판을 바꾸는 플랫폼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표된 자료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져 있는데, 미래세대인 10대가 가장 오래 사용하는 채널이 바로 ‘유튜브’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발표한 세대별 스마트폰 사용 현황 결과에서는, 10대는 전 세대에서 유튜브를 가장 오래 사용한 세대로 나타났고, 그다음으로 카카오톡, 페이스북, 네이버, 네이버웹툰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위부터 6위까지의 앱 사용시간을 합쳐도 유튜브를 사용한 시간보다 훨씬 적었다. 10대를 비롯해 2030세대와 40대 역시 앱 중에서 유튜브를 가장 오래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이상에서는 카카오톡이 1위를 차지했지만 유튜브가 간발의 차로 2위에 올랐다. 또, 4월 기준 유튜브 앱의 MAU(월간 실사용자 수)는 2924만 명으로 평균 1인당 매월 유튜브 총 시청 시간은 882분, 총 이용횟수는 126회, 1회 실행 시 7분의 동영상을 시청하며 매체 이용에 대한 변화를 설명했다. (참고: 유튜브, 전 연령에서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글로벌 시장의 전체 산업 군에 있어서 IT 기업의 경쟁력은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거세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IT 기업도 대체되는 상황인데 기존의 ‘FANG(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le)’이 시장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PANDA’로 이동하는 추세다.
서두에 언급됐던 6~10위의 IT, 컨설팅 기업들도 글로벌 IT 시장의 영향권 내 속해있는데, 이런 흐름에 맞춰 광고 수익모델에도 변화가 있을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미국 투자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시킹 알파(Seeking Alpha)는 ‘2020년대는 PANDA가 이끈다’는 기사에서 페이팔(Paypal), 아마존, 엔비디아(Nvidia), 디즈니(Disney), 알파벳(Alphabet,구글) 등이 각 분야를 견인하는 기업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미래 기술과 콘텐츠를 확보한 ‘PANDA’의 메가 트렌드가 시장판도를 바꿀 것으로 비치는데, 이 IT 기업들은 공교롭게도 현재 광고 사업을 동반하고 있다. (참고: ‘FANG’은 지고 ‘PANDA’가 뜬다)
광고 시장이 IT, 컨설팅 기업과의 경쟁이라는 말이 아마 이해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온라인, 모바일을 메인으로 하고 광고에 IT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기업들만이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임을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의 광고 시장 역시 일어나는 지각변동에 대해 묵인하지 않기를 바란다. (월간마케팅)
Gil Park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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