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하여 자동적으로 계산이나 작업을 수행하는 기계. 빠른 계산을 위해 고안되었지만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현재는 인공지능까지 구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대한민국 엄마들에게 컴퓨터는 게임기랑 같은 말이었고 내 새끼 성적 떨어뜨리는 주범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 대한의 건아들은 재빠른 Alt + Tab 신공(*이 때 잘 배워두면 직장에서도 유용하다)과 인강이라는 콘텐츠기만전술를 통해 엄크에 굴하지 않고 컴퓨터를 할 수 있었으며, 컴퓨터로 취미와 공부, 세상 돌아가는 소식 삼위일체을 모두 알 수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엄마와 실갱이를 하는 동안 세상이 좀 변한듯 하다. 한낱 게임기였던 컴퓨터가 효율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강의실이 되었다. 이러다 조만간 공부하러 PC방 간다는 소리가 나올지도 모른다.
온라인 교육의 등장
대학 입시만이 세상의 모든 것인 줄 알았던 나의 고딩시즌(’05-’07)에도 온라인 교육은 있었다. 다만 EBS 수능특강이나, 천일문 영어강의갓기훈처럼 VOD 강의를 듣는 것이 전부였다.
현재로 거슬러 올라와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s)이 확산되면서 비동기학습(Asynchronous Learning)은 기초교육 외에도 수많은 분야로 확장되었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별도의 단말기 없이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콘텐츠가 되었다.
생동감의 차이
하지만 앉아서 수업만 들어야하는 비동기학습은 마치 가두리 양식장과 같아서 교육의 질이나 맛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동기학습(Synchronous Learning)이다. 동기학습은 강의를 듣고 실시간으로 문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싱싱함의 정도가 거친 갯바위 속 파도 속에서 뛰어놀던 감성돔의 그것과도 같다. 최근에는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아 동기학습을 적용한 생동감 넘치는 온라인 교육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그 주요한 성장요인은 아래와 같다.
1.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WebRTC, Live Streaming Protocols)
2. 현장감의 중요성
3. 교육 콘텐츠의 다양화 및 비(非)전문화
4. 마인드셋의 변화
현장감은 학습 성취도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수많은 교육 콘텐츠의 경쟁 사이에서 이제는 현장감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올랐고,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통신속도의 발전은 교육 시장에서 원하는 수준의 현장감을 줄 수 있을만큼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교육 콘텐츠가 방대해지고 비(非)전문화되면서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으로 온라인 교육시장에 공급자로 뛰어드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어디에서 사용하는가
VOD를 제공하는 인강이 아닌, 실시간으로 교육하고 소통하는 수업은 생각보다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1. 영어교육
우리나라는 참 영어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관심도를 생각했을 때 영어로 말하는 능력은 매우… 매우매우 부족하다. 영어 말하기라는게 실제로 말을 많이 해야 실력이 는다고 하는데, 우리가 배우는 것은 영어단어 1000개, 문법 외워서 전치사 맞추기, 듣기평가에서 중요한 부분 골라내 듣고 답 맞추기 등을 배우기 때문에 토익 900점을 맞고도 영어 말하기를 못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토익 스피킹이 유행하고 나서는 좀 나아졌으려나) 결국 말하기다. 실제로 영어로 대화를 해야하는데 막상 국내에서는 하기가 참 애매모호하다. 영어회화 학원도 있고, 스터디도 있고 많은 접근 방식이 있더라도 막상 하기 꺼려진다. 비싼 수강료 사실 원어민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고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렇다고 당장 해외 연수를 떠나기엔 매달 월급날이면 통장을 퍼가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 여기까지 자기소개.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특별할 것 없이 무던무던하게 살아왔으니 나는 정규분포의 양쪽 극단이 아니라 볼록하게 솟아오른 중간에 위치한 사람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게 꽤 괜찮은 시장인가보다. 해외 여러국가의 원어민들을 모아 실시간 1:1 화상과외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여기 쓰이는 기술들이 WebRTC인 경우가 대부분) 그래서 저도 한번 해봤습니다. 링글, 버블링, 캠블리, 튜터링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각자의 특색을 갖고 화상과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대부분 1회 정도 분량의 수업을 무료로 경험할 수 있는 수강권 or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링글을 통해 1회 40분 정도 무료체험을 해봤다. 수업자료와 연계해 무료수업을 진행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고, 심지어 현장감도 있었다! 덕분에 진짜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나 40분간 대화하는 듯한 긴장감과 멘탈 털림을 경험 할 수 있었다. 잊을 수 없는 그 이름 Quan… 그는 내 인생, 처음으로 개인 대 개인으로 대화를 나눈 외국인이었다. (영어를 잘 못해서 미안해 ㅠㅠ) 그래서 지금은 이러한 영어 수업들에 신뢰를 갖기 시작했다. 조만간 총알 장전하고 각잡고 영어 털러 갈 예정. (그리고 털리겠지.)
2. 수학교육
실시간 온라인 과외가 가진 장점이 분명하다보니 대부분의 교과과목은 실시간 온라인 과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수학은 최근 변화한 기술에 의해 가장 많은 혜택을 본 과목이다. 수학놀음이라는 것이 말과 글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어 학생을 완벽하게 이해를 시키기 위해 도해가 필요하다. 이상 문과생 가라사데 스카이프로 수업했다고 하면, 한창 개념을 설명하더라도 말과 글로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모두가 학교에서 배웠던, 능숙하게 풀었던 개념을 예로 들었다.
“이차 함수는 최고 차수가 2인 다항 함수이다. 이차함수의 그래프는 대칭축이 수직선인 포물선이다. 즉, 허공에 비껴 던져진 물체의 비행 궤도와 같다. 반대로, 대칭축이 수직선인 모든 포물선은 어떤 이차 함수의 그래프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위 글을 그리면 아래와 같은 그림이 그려진다. 글에 비하면 매우 쉽게 이차 함수의 형태를 이해할 수 있다.
개인 과외 선생님들은 주로 스카이프를 통해 온라인 과외를 하는데, 개인용 스카이프에는 그리기 기능이 별도로 포함되어 있지 않아 그림판을 켜서 설명하곤 한다.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과 화이트보드 기능을 접목한 과외 서비스들이 등장해 장소에 상관없이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3. 코딩교육
코딩은 최근들어 교육분야에서 가장 핫한 과목(?)으로 떠올랐다. 지금 우리가 업무에 사용하고 있는 PPT나 EXCEL이 나중에는 FRONT-END나 R&Python으로 바뀔거라고 생각하면, 왠지 코딩을 배우지 않으면 나중엔 회사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꼰대가 되진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코딩교육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국영수 중심의 우리 정규 교과과정에서는 코딩의 C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새롭게 코딩을 배우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학원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다. 근데 그게 직장을 다니면서 코딩을 배우러 학원에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코딩은 스스로 생각하는 실습이 중요한 학문이다. 하지만 강의로 제공되는 코딩수업은 이론에 대해서 설명하고, 실습을 개인의 역량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실습하고 있는 것을 봐주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많은 수업을 함께하는 전일과정에서만 가능하다.) 고달픈 우리네 직장인들은 가뜩이나 지하철에 낑겨서 퇴근하고, 저녁도 스스로 챙겨먹고 치우고, 발닦고 침대에 누우면 자야할 시간인데 언제 잠들려는 뇌를 깨워서 실습하는 시간을 갖느냔 말이다(그래서 내가 안될놈인가)
그래서 최근의 코딩교육은 실시간 스트리밍 수업과 더불어 즉각적인 코드 작성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배운 내용을 코드로 직접 작성하면서 확인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은 강사에게 실시간 채팅을 통해 질문할 수 있다. 코린이(코딩 + 어린이)가 코딩을 배우는데 겪는 가장 큰 장벽은 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코드나 개발 지식에 대해 다양한 이론과 케이스를 알수록 다양한 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초보들은 단일 언어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만 배운 상태기 때문에 생각하는 방식이 단조로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론을 읽고 공부할 때는 이해하지만 응용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럴 때 가장 큰 도움이 되는게 즉각적인 피드백과 다양한 방법론에 대한 설명이다. 지금의 코딩교육은 이를 제공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활용해 학습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4. 기타교육
사람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만드는 곳에서 일을 하다보니 이러한 서비스가 활용될 수 있는 원격 교육 사례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 독특한 케이스를 소개해보려 한다.
온겸 피아노
CCM 중심의 피아노 반주법 영상이 올라오는 곳, 반주법을 배우고 싶어 코드표와 리듬표를 찾다보니 이 곳을 알게 되었다. 최근에 영상통화를 사용한 레슨을 시작하셨다. 피아노 치는 것을 핸드폰 카메라로 지켜보고 피드백을 드린다고 한다. 서로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 지리적 한계 때문에 선생님을 만날 수 없는 학생도 배울 수 있다는 것 등 많은 장점이 있다고 하는데… OMG 이런게 한 5년 전에만 있었어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로잉 수업
요즘 스카이프나 행아웃, 태블릿을 사용해 드로잉 강의를 진행하는 사람들도 많다. 드로잉 이론을 알려주고 작업하게 한 뒤, 영상통화나 태블릿 결과물을 보고 서로 피드백을 나눈다. 요즘 재능러들이 많다보니 재능을 파는데도 쌈박한 방법을 많이 활용하는 것 같다.
사진 수업
제주다움을 하며 알게 된 프리랜서 사진작가 친구가 온라인으로 사진수업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 내게 페이지콜을 쓰는걸 보더니 편하게 사진 수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좋아했다. 말로 사진의 갬성을 표현해내기 어렵다라나 뭐라나…
자소서 첨삭
평소에 ‘뭐 또 배울만한거 없나’하며 탈잉을 드나드는 편인데 최근에 온라인 자소서 첨삭 수업들도 많이 생기고 있었다. Email로 첨삭을 주고받는 것은 봤어도 첨삭한 내용을 화상으로 실시간으로 피드백주는 모습은 새로웠다. 수업을 새롭게 개설한 사람 입장에서는 현장감 있는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확실히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공부는 책상 앞에서?!
유년기에 나와 동생은 매일 밤 8시면 작은방에 들어가 공부를 해야했다. 아버지는 그렇게 꾸준하게 책상 앞에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늘 얘기하셨다. 하지만 나는 매일 삼국지를 읽었지 그때의 영향 때문인지 내 무의식 속에는 공부라고 하면 책상 앞에 각 잡고 앉아서 해야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굳게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최근에 리디 셀렉트를 구독하면서 책을 지하철에서도 읽고, 엘리베이터에서도 읽고, 부대찌개를 끓이면서도 읽다보니 이제서야 ‘공부는 책상 앞에서만 하는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 스스로 원한다면 뭐든 배울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생각의 틀을 깨지 못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적용해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도록 날 공부의 늪에 빠트려 준 교육 서비스들에 감사하며 죽을 때까지 열공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최길효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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